2003년 베니스 비엔날레 이탈리아관 메인 홀.
1951년에는 세계의 부국으로 떠오르던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또 다른 비엔날레가 열렸다. 상파울루 비엔날레는 지금도 미국의 휘트니 비엔날레와 함께 세계 3대 비엔날레로 꼽힌다. 우리나라에서는 1995년 광주 비엔날레가 처음이다. 광주 비엔날레는 이후 국제적인 규모로 부각됐다. 이밖에 아시아에서는 타이완, 요코하마, 상하이, 싱가포르 등지에서 속속 새로운 비엔날레가 생겨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세계적으로 수십 개의 비엔날레가 새로 생겨난 것을 두고 혹자는 현대미술의 부흥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좀더 들여다보면 이는 90년대 초에 있었던 미술시장의 붕괴와 지역 국가들의 문화적 약진이라는 두 가지 코드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80년대 국제경제의 활황에서 출발한 미술시장의 열기는 90년을 기점으로 식기 시작해 92년에 완전히 바닥을 치게 되는데, 이는 곧바로 유화의 퇴조와 영상, 사진, 설치미술 같은 시장의 비인기 종목들이 전면에서 다루어지는 효과를 불러왔다. 또한 시장이 아닌 공공기금을 기반으로 하는 대규모 전시와 이를 기획하는 큐레이터들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효과를 일으켰다. 다른 한편으로, 손쉬운 해외여행과 인터넷으로 요약되는 교통 및 통신의 비약적 발전 역시 후발국에서의 국제전시 개최를 독려한 요소라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도 광주 외에 부산 비엔날레와 서울국제미디어아트 비엔날레가 동시대 미술(contemporary art)을 다루는 주요 행사로 열리고 있으며, 지금은 지방자치단체에서 특성화된 종목들을 격년으로 전시하는 거의 모든 행사에 비엔날레라는 명칭을 붙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