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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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심만으로는 씨름 부활 어렵다”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6-09-25 10: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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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국심만으로는 씨름 부활 어렵다”
    기라성 같은 그들이 하나 둘 격투기장으로 떠났다. 그들이 떠난 모래판은 싸늘하게 식었다. 관중도 하나 둘 자리를 뜬다. 엎친 데 덮친다고 했던가. 내분까지 찾아왔다. 사방을 둘러봐도 길은 보이지 않는다. ‘씨름’은 이대로 주저앉고 마는가.

    모래판에 “제2의 르네상스를 몰고 오겠다”며 국민생활체육전국씨름협회장에 취임(10월13일)할 이성희 회장은 애가 탄다.

    “전국 초등학교와 대학교 등에서 아마추어로 활동하는 선수는 1만7000명 선이다. 그러나 이들을 받아줄 프로구단은 단 1개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선수들에게 ‘그래도 용기를 잃지 마라’고 격려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씨름의 부활을 논의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게 이 회장의 판단이다. 그는 일본의 스모계가 국민의 관심을 어떻게 유발했는지, 선수를 어떻게 키웠는지, 흥행비결이 무엇인지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이 회장은 씨름 중계에 소극적인 방송국에도 섭섭함이 많다. 국민의 관심과 씨름인의 열정은 방송이란 수단을 통해야 비로소 접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씨름의 부흥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렇다고 선수들에게 “용기를 가져라” 또는 “한민족을 대표하는 전통운동을 살려야 한다”며 애국심을 자극하는 단순한 방법으로 씨름의 부활을 도모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현실적인 해결책을 마련해 승부를 낼 예정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씨름전용구장 건설이다. 천문학적인 건설비 때문에 감히 엄두를 못 내던 프로젝트지만, 이 회장은 반드시 해낼 생각이다.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를 바로 옆에서 직접 들으면 관중들의 열기가 뜨거워질 것이다. 선수의 몸에서 땀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 관중의 손에도 땀이 맺히지 않겠는가.”

    이 회장은 모래판의 상징인 이만기(경남대 교수) 등 스타 씨름인들의 활동공간도 확대할 계획이다.

    제2의 씨름 르네상스를 실현시키려는 이 회장의 의지가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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