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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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 내기만 하면 잘 팔리나

  • 출판칼럼니스트

    입력2006-09-21 17: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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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소설 내기만 하면 잘 팔리나
    이사카 고타로라는 일본 작가의 작품이 최근 몇 개월 사이에 5종이나 출간됐다. 2005년 1월 ‘칠드런’이라는 작품이 처음 소개됐지만 당시만 해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6년 5월에 ‘사신 치바’ ‘중력 삐에로’ ‘러시 라이프’가 세 곳의 출판사에서 한꺼번에 출간되면서부터다. ‘사신 치바’가 2만5000부 정도, ‘중력 삐에로’가 약 1만 부 팔렸고, 부진을 면치 못했던 ‘칠드런’까지 덩달아 판매부수가 늘어났다. 그러자 최근에는 국내 출판사 서너 곳에서 이사카 고타로의 다른 작품을 소개하기 위해 활발하게 저작권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이사카 고타로는 일본에서도 인기를 얻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신의 정도’가 발표된 2005년 즈음부터 크게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최고의 대중문학에 수여되는 나오키상 후보에 다섯 번이나 올랐지만 한 번도 수상하지 못한 것도 화젯거리가 되고 있는 듯하다.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은 국내 소설에서 찾기 어려운 독특한 장점을 여럿 지니고 있다. 미스터리물은 아니지만 미스터리한 구성을 통해 작품의 긴장감을 만드는 것도 그만의 장기다. 또 작품 속에서 늘 진지한 문제의식을 보여주지만 그것이 어둡지만은 않다. 예를 들어 ‘마왕’에서는 파시즘과 민족주의를 다루지만, ‘작가 말대로 정말로 심각한 것은 밝게’ 전하는 식이다. 그래서 작중인물도 유쾌하다. ‘칠드런’의 진나이 같은 인물은 평범하고 권태로운 일상을 제멋대로 긍정하는, 마치 노장의 무위사상을 체득한 인물처럼 그려진다. 국내 소설에서는 맛볼 수 없는 기발한 상상력과 설정도 단연 돋보인다. ‘사신 치바’에서는 사신을 통해 죽음을 눈앞에 둔 인간을 조망하고, ‘마왕’에서는 복화술의 초능력을 지닌 형을 등장시킨다.

    이렇듯 이사카 고타로가 재미와 메시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놓치지 않기에 국내 편집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일본 작가가 된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여러 출판사들의 러브콜이 이어지면서 이미 통상적인 수준보다 선인세 금액이 10배 이상 높아졌다는 소문이 들린다.

    무라카미 하루키, 에쿠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 같은 일본 작가들이 인기라지만 우리에게 일본 소설이란 마이너리티한 감수성을 채워주는 영역이다. 한국 소설에서 찾아볼 수 없는 신선한 소재와 상상력, 그러면서도 재미가 있는 소설을 찾다 보니 일본 소설을 읽을 뿐이다. 최근 소개되는 대부분의 일본 소설은 태생적으로 빅셀러가 아니라 스테디셀러 지향적이다.



    이사카 고타로 작품이 경쟁적으로 출간되는 현실을 보고 있자면, 과연 우리가 일본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의 정서를 제대로 이해하고 출간을 하는 건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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