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시민을 위해 새롭게 단장한 광주지법을 배경으로 서 있는 전수안 법원장.
광주지방법원(법원장 전수안) 1층 민원실 입구에서 만난 한 민원인의 이야기다.
광주지법이 변하고 있다. 시민에게 좀더 다가가기 위해 문턱을 낮추고, 건물을 활짝 개방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민원인들을 위한 건물 내부 시설과 시스템의 변화다.
광주지법 총무과 오양수 과장의 설명에 따르면, 올해 초까지만 해도 광주지법 1층 종합민원실은 어둡고 답답한 복도를 사이에 두고 본실과 분실로 나뉘어 있었다.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는 민원실의 철문은 폐쇄적인 법원의 상징처럼 민원인들에게 중압감을 주었다. 민원인들은 실내가 좁아 사무실 밖 복도 양쪽에 마련된 의자에서 차례를 기다려야 했다. 현재 상당수 지방법원과 지청의 모습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광주지법은 하루아침에 완전히 탈바꿈했다. 과거의 복도와 벽, 그리고 철문은 모두 사라졌다. 그 대신 현관에 들어서면 바로 왼쪽 열린 공간에 ‘민원인 쉼터’가 마련돼 있다. 그곳에는 민원인들이 언제든지 쉴 수 있는 반원형 긴 의자와 두 대의 컴퓨터, 프린터 등이 비치돼 있다.
컴퓨터·복사기 설치해 민원인 무료 이용
입구 정면으로는 민원상담용 테이블과 복사기, 팩스 등이 설치돼 있다. 모두 민원인들을 위한 무료 편의시설이다. 다만 법원을 자주 드나드는 인근 변호사와 법무사 사무실 관계자들의 사용은 제한적이다.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과거 본실과 분실로 나뉘었던 종합민원실은 한 곳으로 합쳐졌고, 입구는 철문 대신 사무실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문으로 바뀌었다.
민원실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부서를 알리는 ‘미디어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실내가 어둡고 보일 듯 말 듯한 부서명패 때문에 업무 해당부서를 찾기 힘들었던 과거의 모습과는 천양지차다. 여기에 현관 입구에서부터 사무실 내벽까지 이어진 연한 아이보리 색 벽면은 밝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여성휴게실에서 여직원들이 담소를 나누며 쉬고 있다.
이 모든 변화는 올해 2월 전수안 법원장 취임 이후에 일어난 일이다.
여직원 휴게실도 대폭 업그레이드
법원 앞 한 변호사 사무실 여직원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법원 직원들이 어려워 사소한 일까지 법원에 직접 가서 처리했는데, 이제는 기록의 유무나 복사 가능 여부 등 간단한 내용은 전화로 확인한다”면서 “법원이 민원인의 편의를 위해 여러 가지 신경을 써주고 있고, 직원들도 고압적이고 딱딱했던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이 직원은 또 “예전에는 법원 직원들이 자주 드나드는 변호사 또는 법무사 사무실 여직원들의 서류를 일반 민원인 것보다 먼저 처리해주는 등 어느 정도 편의를 봐줬는데 요즘은 똑같이 취급한다”면서 “우리 입장에서 보면 조금 불편해졌다고 할 수 있지만 민원인 입장에서는 좋아진 것이고, 그게 맞는 원칙”이라고 말했다.
법원 내부 직원들을 위한 복지시설과 시스템에도 상당한 변화가 일어났다. 사방이 꽉 막힌 ‘징벌방’ 수준에 머물렀던 여성휴게실이 창문이 있는 공간으로 옮겨졌고, 여성 판사와 여직원을 위한 ‘유축실(수유실)-엄마랑 아기랑’이 새롭게 마련됐다. 현재 광주지법에 근무하는 여성 법관은 70여 명이고, 여직원은 120여 명이나 된다.
종합민원실의 과거(맨위 사진)와 현재의 모습을 비교해 보면 얼마나 크게 변했는지 알 수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이용훈 대법원장이 지난해 9월 취임한 직후 제시한 ‘국민을 섬기는 법원’이라는 개혁 방향에 따른 것이다. 다른 지역의 법원들도 이 대법원장의 지시에 따라 여러 가지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광주지법의 변화는 다른 지역보다 훨씬 섬세하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광주지법 한 여직원은 “여성휴게실 개선과 유축실 신설을 기존 법원장에게도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번번이 ‘알았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돌아왔다. 그런데 전 원장이 부임한 이후 요구하기도 전에 알아서 개선해줬다”고 말했다.
광주지법 첫 여성법원장인 전수안 원장의 개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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