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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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지방정부, 안개 속의 각개전투

내년 5월 자치단체장 선거 100여명 자천 타천 준비 … 大選 향배 좌우 벌써부터 세력 확장 총력전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5-09-13 14: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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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표는 지방정부, 안개 속의 각개전투
    2005년 4월 허남식 부산시장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개인 블로그를 만들었다. 블로그 이름은 ‘허남식의 부산연가’. 다소 서정적 느낌의 이 블로그가 노리는 것은 하나. 넷심(netizen·누리꾼)과의 교통 또는 교감이다. 넷심을 겨냥한 허 시장의 움직임은 또 있다. 8월 싸이월드에 미니홈피를 개설한 것. 허 시장 측은 이 미니홈피의 용도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개최 등과 관련한 시정 홍보가 주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50대 중반을 넘긴 허 시장의 홈피는 누리꾼들과의 사적 만남을 위한 각종 장치들로 즐비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허 시장의 인간적 체취를 물씬 풍기는 가족 및 학창시절 사진들.

    비슷한 시기 오거돈 해양수산부 장관도 인터넷과의 교류에 나섰다. 오 장관의 홈페이지 이름은 ‘OK 오거돈’. 유명 광고 카피 같은 이 이름은 오 장관의 딱딱한 이미지를 연성화하는 데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용은 더 파격적이다. 11월 부산에서 개최될 APEC 정상회의와 부산시, 부산국제영화제 등 온통 ‘부산’ 찬가로 이어진다. 오 장관은 ‘水요일엔 水산물을 드세요’란 제목의 미니홈피도 운영한다. 한가위, 대보름달을 옆에 찬 정치인과 각료,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경쟁적으로 싸이질에 나서고 있다.

    그들이 홈피를 단장하고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2006년 5월로 예정된 지방선거와 관련이 있다. 아직 9개월이나 남은 선거지만 출마를 노리는 예비후보들은 속이 타 들어간다. 특히 광역단체장을 노리는 인사들의 경우 드러나지 않은 물밑 움직임이 한창이다.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선거에 나설 전사는 줄잡아 100여명. 이들은 그 전초전으로 누리꾼의 감성, 즉 넷심을 파고든다. 딱딱한 정치적 신념이나 정책보다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감성 정치’가 갈수록 유권자들에게 먹혀들고 있기 때문이다. 허 시장과 오 장관의 경우 내년 5월 부산시장 선거에서 격돌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강화하고 있는 인터넷 정치는 이른바 그 전초전인 셈.

    9개월여 남았지만 속타는 예비후보 물밑 움직임 한창

    추석 명절을 통해 누리꾼은 물론 유권자들을 향한 예비후보들의 ‘추석 정치’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1년 앞둔 시점에 치르는 이번 지방선거의 정치적 의미는 남다르다. 김두관 대통령정무특별보좌관은 “2007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지방선거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대선의 향배를 가르는 선거라는 인식이다.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한나라당도 이번 선거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물론 대선을 향한 길고 긴 여정의 첫 단추라는 인식이다. 각 대선주자와 광역단체장 간의 짝짓기 분위기도 완연하다.



    목표는 지방정부, 안개 속의 각개전투
    가장 치열한 흐름을 보이는 곳은 서울시장 출마를 노리는 예비후보 진영. 서울시장 선거는 지방선거의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서울 민심이 선거의 승패를 좌우한 경우는 지금까지 치른 선거가 증명한다. 이명박 시장이나 고건, 조순 전 서울시장 등의 경우를 보면 시장 집무실에는 차기로 가는 로드맵과 지름길에 대한 자료가 묻혀 있다. 때문에 이 자리를 노리는 후보들의 움직임은 추호의 양보도 없다.

    서울시장 출마를 노리는 예비후보들은 자천 타천 10여명. 서울에 지역구를 둔 김한길 의원과 이상수 전 의원(이상 열린우리당), 홍준표 의원과 박진 의원(이상 한나라당) 등 중진 정치인의 이름이 눈에 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이미 세력 확장 작업에 나섰다. 한나라당 서울 출신 K 의원. 최근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를 노리는 한 인사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밥이나 먹자”는 그의 제의를 놓고 갈등에 빠졌다. 몇몇 동료 의원이 그와 밥을 먹은 뒤 구설에 오른 것을 지켜봤기 때문. “추석 준비 등으로 바쁘다”며 “명절 끝나면 한번 보자”고 명분 있게 거절을 했지만 막상 추석 후 그가 전화를 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 대책이 없다. 그의 설명이다.

    “특정인과 유대를 쌓아 유·무형의 지원을 받고 있는 인물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고 정치 지형이 혼란스러운데, 특정 후보와 유착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매우 부담스럽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를 전제로 6할 승부를 예상한다.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및 인천시장, 그리고 영남과 강원을 석권하는 것이 기본. 여기에 충청권에서 가능성을 타진하는 분위기. 경제 실정 및 청와대와 여권의 지도력 붕괴 등이 가속화할수록 승률은 올라갈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우리당 주변에서도 옥쇄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우리당의 바람몰이 선봉장은 김두관 특보. 김 특보는 7월15일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이 제1의 혁명이었고, 지난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의 과반 획득이 제2의 혁명이었다”면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면 제3의 혁명이 될 것”이라며 혁명론을 들고 나왔다. 김 특보는 현직 장관과 위원장, 대통령 비서관·행정관들의 이름을 거명하며 올인 전략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선거를 통해 자치단체장의 여야 비율을 2대 8에서 5대 5 내지 6대 4로 역전시키자고 주장한다. 한나라당의 주장과 정반대의 이 판세 분석에는 질 경우를 가정한 부담감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질 경우 노무현 대통령의 레임덕은 불가피하다.

    연정 변수 진행 중 정치 지형 변화 가능성 어느 때보다 커

    때 이른 지방선거 분위기는 우리당의 당원이 단기간에 50만명으로 늘어난 부분에서도 읽힌다. 우리당은 40만명의 당원을 새로 확보했다. 이 가운데 20만∼30만명은 당원 모집마감을 앞둔 7∼8월에 집중적으로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지방선거 특수’를 통해 당원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당연히 `‘뒤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민주노동당(민노당)의 지방선거에 대한 기본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다. 최근 공천 신청자들이 과거에 비해 늘고 있다. 중앙당은 넓어진 선택의 폭을 즐긴다. 그러나 거대 정당인 우리당과 한나라당의 틈바구니 속에서 보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적재적소의 후보 배치로 당선 성공률을 최대한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는 노 대통령이 부르짖는 연정 이슈와 결합, 또 다른 정치적 성격을 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00여명의 전사는 이런 정치 지형 변화에 대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방정부를 향해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전쟁은 조용히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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