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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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가창력 우리보다 한 수 위 … 파괴력은 아직 ‘별로’

  • 정일서/ KBS 라디오 PD

    입력2005-09-14 11: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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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주·가창력 우리보다 한 수 위 … 파괴력은 아직 ‘별로’
    9월3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는 일본의 비주얼 록 그룹 ‘라르크 앙 시엘’이 내한공연을 펼쳤다. 일본을 대표하는 매머드급 인기그룹의 공연에 8000여 관객들은 공연 시작부터 일어나 열광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우리가 흔히 J-POP으로 통칭하는 일본 대중음악은 오랜 시간 선망이자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일본 음악이 청계천 등지에서 이른바 ‘빽판’이라 불리던 불법음반을 통해서만 유통되던 시절에도 ‘안전지대’는 1980년대의 전설이었고, 90년대의 히어로 ‘엑스 재팬’은 (비공식 통계이긴 하지만) 무려 50만장이 넘는 음반을 팔았다. 당시 수많은 국내 가요들이 일본 노래를 표절했다는 것은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기.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긴 세월, 일본 대중음악이란 들어서는 안 되는 불경스런 존재였다. 2004년이 돼서야 일본 대중음악에 대한 사실상의 전면 개방이 이루어졌다. 아직도 공중파 방송에서는 일본어 가창 노래 방송이 금지되어 있지만 이때 음반 판매와 공연에 대한 전면적이고 실질적인 개방이 이루어졌다. 일본 음반들이 속속 발매되었고 거물급 일본 뮤지션들의 내한공연도 성사되었다.

    우려와는 달리 일본 음악의 파괴력은 아직 크지 않다. 오히려 보아를 앞세운 우리 가요가 일본 시장에서 놀라운 성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일본의 대중음악 저변은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튼튼하기 때문이다. 세계 2위 규모를 자랑하는 음악 시장이 있고, 세대별·장르별로 편중되지 않은 건강한 음악판이 있다. 뛰어난 몇몇을 제외한 전체 평균을 본다면 연주력이나 가창력 면에서도 일본이 한 수 위다. 그들은 밑바닥의 인디즈부터 단계를 거쳐 올라오기 때문에 기본기가 충실하다. 아무리 아이돌 댄스그룹이라도 노래 못하는 립싱크 전문 그룹은 일본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가 여전히 일본을 두려워하고, 이기기 위해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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