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중기&주하연, ‘건조시대’(설치,2004).
9월10일 대통령과 문화부 장관을 비롯한 각계 인사가 참여한 가운데 열린 개막식을 시작으로 11월13일까지 65일간 계속되는 이번 비엔날레는 올해로 창설 10년째를 맞았다. 그래서인지 공식 개막 하루 전 내외신 기자단이 참여한 프레스 오픈에 모든 작품의 설치를 완벽히 끝내놓고 매끄러운 진행을 보여줌으로써 좋은 첫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개막 직전까지 작품을 완성하지 못해 어수선한 분위기를 풍기던 예년의 비엔날레와 사뭇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42개국 200여명의 작가가 참여한 가운데 열리는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먼지 한 톨 물 한 방울’. 전체 밑그림을 그린 예술총감독 이용우씨는 “먼지 한 톨, 물 한 방울은 아주 작지만 생명 현상의 중심에 있으므로 가장 큰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물질이 아니라 정신이자 담론을 상징한다. 동양적 사유 전통에 바탕을 둔 풍부한 인문사회학적 담론의 창출과 함께 시각적 전시 연출을 통한 문화생태학적 미술행위를 제안하고, 특히 관객을 문화생산 활동의 주체로 참여시키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주제 선정의 배경과 전시 기획의 주안점을 설명했다.
위에 민쥔&류더장, ‘낭만주의와 사실 연구’(조각,2003).
지하철 전시의 식상함 ‘옥의 티’
그러나 이런 우려 속에서도 주제전에 출품된 작품들은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안정된 공간 연출을 보여주었다는 게 전시를 둘러본 관계자들의 중론이었다. 예년에 비해 스펙터클한 분위기의 미디어 영상 작품의 수는 상대적으로 줄어든 반면 회화와 조각, 설치 같은 비교적 전통적인 형식의 작품이 고루 출품되었다.
일카 마이어&슈테판 라바누스, 공중정원(설치,2004)
물론 이곳이 전시를 위한 정식 공간이 아닌 점을 감안하더라도 다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광주시내 지하철 역사(驛舍)와 화장실, 그리고 전동차 내부에서 진행된 ‘비엔날레 에코메트로’는 그동안 서울시 지하철에서 여러 번 시도됐던 이른바 ‘지하철 미술’의 리바이벌이었다.
지하철이라는 대중적 공간을 무대로 한 이벤트성 성격의 이 전시가 광주시민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되었을는지는 몰라도 기획의 컨셉트와 출품작의 수준은 식상함을 넘어 오히려 옥의 티로 여겨질 만큼 기대 이하의 결과를 초래했다.
김승영&노성태, ‘기억의 방’(설치,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