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강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스타 CEO\'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대기업 CEO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고 쪼개 사외(社外) 강연에 나서는 이유는 사명감도 사명감이지만 그것을 CEO가 당연히 해야 할 업무 가운데 하나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연은 CEO의 이름값, 즉 CEO 브랜드의 상승에 큰 구실을 한다. 강연은 대(對)사회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요소 가운데 하나. 훌륭한 강의는 언론을 통해 대중에 공개되고 이를 통해 CEO와 회사의 가치는 동반 상승한다.
노범석 메타커뮤니케이션 대표는 “무엇보다 CEO는 강의를 통해 기업과 국가경제에 대한 아젠다를 전파할 수 있다. 자신의 주장을 담은 100장의 보도자료를 내는 것보다 훌륭한 강연 한 번이 언론과 대중에 더 강한 인상을 남긴다”고 말했다.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
그런 만큼 기업들은 CEO의 외부강연 준비에 남다른 정성을 쏟는다. 특히 대기업은 따로 연설문 작성팀을 두고 강의 2~4개월 전부터 치밀한 준비를 한다. 강연 장소, 대상, 주제 등을 철저히 분석해 CEO의 특·장점이 가장 잘 드러나는 형태로 시나리오를 짜고 자료를 준비한다. 그렇다고 강연장에 나선 CEO들이 준비된 원고만 앵무새처럼 읽어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특히 명강사로 이름난 CEO들은 강의의 핵심 주제(경영철학)는 물론, 설명을 위해 가장 적절한 비유는 무엇인지, 자신의 개성과 이미지 강화에 필요한 소도구나 제스처는 없는지 등을 직접 나서서 챙기고 고민한다. 그렇기에 연설문 작성팀을 가장 곤혹스럽게 하는 CEO는 ‘자기 생각 없는 사람’. 아무리 말이 청산유수라 해도 경험에서 우러난 경영철학이 없으면 강연은 속 빈 강정이 되고 만다.
CEO들이 한 차례 강연으로 받는 보수는 50만~150만원. 그러나 돈 때문에 강연에 나서는 CEO는 거의 없다.
우남균 LG전자 디지털영상가전사업부 사장
그렇다면 재계, 학계 등에서 명강사로 소문난 CEO는 누구일까. CEO 초청강연을 많이 주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능률협회, 한국표준협회, 서울 소재 3개 대학 경영대학원 등에 질문을 던져보았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강의는 ‘눈물과 감동이 함께하는 명강’으로 유명하다. 윤회장은 자본금 7000만원으로 시작, 올 매출 목표 2조4000억원의 웅진그룹을 일군 입지전적 인물. 바로 그 ‘스토리’가 윤회장의 가장 큰 무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 조찬모임에서 강연 중인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보수는 한차례 50~150만원 선
손욱 삼성인력개발원장
손욱 삼성인력개발원장은 자칭 타칭 ‘6시그마 전도사’다. 손원장은 “1999~2003년 삼성종합기술원장으로 근무하면서 사원들을 대상으로 수많은 강의를 했다. 연구와 강의를 병행한 덕분에 연구개발 전략에 관해서는 따로 준비가 필요 없을 만큼 머릿속에 많은 정보가 입력돼 있다. 이를 듣는 이들의 수준과 상황에 맞춰 적절히 비유를 통해 풀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원장은 “CEO는 고달퍼도 자신이 쌓은 지식이나 경험을 사회와 공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강의는 매우 중요하다. ‘열 번 이야기하지 않은 것은 한 번도 안 한 것과 같다’는 말은 참으로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서두칠 이스텔시스템즈 사장
서두칠 이스텔시스템즈 사장은 1997년 ‘퇴출대상 1호’로 꼽히던 한국전기초자를 3년 만에 영업이익률 세계 1위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장본인이다. 서사장은 “전문경영인에겐 기업 혁신을 위한 경영자의 참역할을 안내하고 싶어, 근로자에게는 일자리 보장을 위해서라도 노사협력에 나서달라고, 일반인·학생들의 경우 반(反)기업 정서 해소에 일조하고자 강의에 나선다”고 말했다. 서사장은 프로젝션이나 슬라이드 등의 자료를 전혀 쓰지 않는다. “강의는 가슴과 가슴, 눈과 눈이 맞닿아야 한다. 그래야 집중이 되고 감동도 생겨난다”는 것이다. 서사장은 “덕분에 나만 고달프다. 할 말을 잊지 않기 위해 암기도 하고 간단한 리허설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 강의 덕분에 노사관계가 좋아졌다는 등의 메일을 받으면 피로가 다 풀리는 느낌”이라며 허허 웃었다.
서사장은 “경영은 크게 전략과 집행 단계로 나뉜다. 이 가운데 전략 부분은 교수들도 강의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기업에 중요한 사항은 집행이다. 내가 한 경험이 ‘고용경영인’이 아닌 책임과 권한을 겸비한 ‘전문경영인’ 양성에 적게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채욱 GE코리아 사장
이사장은 “내 것이라고 꼭꼭 숨겨놓기보다 되도록 많이 공개하고, 남들 것도 적극적으로 배워 가져온다. 예를 들어 인재 육성 얘기를 할 땐 채용방식부터 인사평가 툴, 육성안까지 다 공개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사장은 GE코리아 사장이 되기 전 28년간 삼성물산에서 근무했다. 이때의 해외사업 경험이 강연의 큰 밑천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