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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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과 천 섬유미술 대모 ‘米壽의 열정’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입력2004-05-20 11: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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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과 천 섬유미술 대모  ‘米壽의 열정’
    우리나라 최초의 디자이너, 전설적인 명동의 ‘아리사 양장점’ 운영과 대한복식디자이너협회(서울콜렉션의 전신) 결성, 뉴욕 패션그룹 정회원, 우리나라 첫 번째 섬유미술가 등 패션디자이너이자 작가인 서수연씨(88)를 설명하는 말은 모두 우리 패션사의 새로운 장을 여는 제목들이다.

    1940년 도쿄문화복장학원을 졸업하고 모교인 숙명여전에서 후진을 양성하는 등 우리나라 패션디자이너의 대모이기도 한 서씨는 “패션디자이너로는 좀 알아주는데, 섬유미술 작가로는 아직 덜 유명한 것 같다”며 여전히 아름다운 미소를 짓는다.

    6·25전쟁 후 장안의 멋쟁이들이 모두 모였다는 아리사(대학생들의 필독서였던 ‘좁은 문’의 주인공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양장점을 경영하면서 중앙대와 국민대 등에서 강의를 했던 서씨는 포항공대 교수인 아들 부부와 함께 13년 동안 독일에 살면서 뒤늦게 섬유미술 공부를 시작했다.

    “손주들 셋을 다 키우고 환갑에 독일 아우구스부르크대학교 미술대학에 들어갔어요. 졸업 후 개인전을 했는데 나이도 든 데다 동양 여자로는 처음이라 다들 좋게 봐주더군요. 언론에서도 호평을 받았고 뉘른베르크 성당 등 새로 짓는 성당에서 제 작품을 많이 구입했지요. 그때 돈도 좀 벌었답니다.”

    1983년 주한 독일문화원에서 마련한 초대전 때 한국에 돌아온 서씨는 “이곳이 너무나 좋아 그 김에 주저앉아 버렸다”고 한다. 서씨가 직물과 실로 보여준 작품은 당시 한국에선 낯설었다.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염직공예만 있었기 때문이다. 서씨는 독일에서 번 돈으로 섬유미술연구소를 꾸리며 실과 천을 현대미술의 차원으로 끌어들인 작품을 소개해왔다.



    6월15일까지 경기 남양주시 서호미술관(031-592-1864)에서 열리는 ‘미수전’은 서씨와 제자들이 함께하는 전시로 여전히 혁신적인 그의 정신이 드러난다.

    “젊은 후배들이 자꾸 틀에 얽매이는 데 비해, 전 나이가 들수록 더욱 강렬한 작품을 하고 싶어져요. 장난기가 더 심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한 번 전시한 작품은 다시 보여주지 않는 것도 후배들이 부러워할 만한 열정이다. 서씨는 “이번 전시가 결코 회고전이 아니니, 다른 작가들의 작품들과 공정하게 감상해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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