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취업률이 100%에 육박한다고 자랑하는 각 대학의 학교 안내 게시판들.
최근 졸업생 취업률을 82%라고 발표한 H대 음대 관계자는 유난히 높은 취업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2002년 서울대 음대가 발표한 졸업생 취업률이 10.1%인 사실과 비교할 때 이 대학 음대의 취업률은 경이로운 수준. 하지만 과외나 마찬가지인 개인레슨 등까지 포함한 수치라는 것을 감안하면 높은 취업률은 과장된 것임이 분명하다.
졸업생 취업률이 대학 평가와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잡으면서 최근 ‘취업률 인플레’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노동부가 올해부터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대입 수험생들에게 대학별 취업률 자료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뒤 대학가에는 ‘취업률 통계 높이기’ 비상이 걸렸다.
각 대학이 올 4월 교육부 보고용으로 ‘2003년 8월, 2004년 2월 졸업생 취업률 조사’를 진행하면서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사실상 ‘조작’에 가까운 조사를 한 곳이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방 전문대의 경우 의료보험조차 적용되지 않는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까지 취업자에 포함시키거나 전업주부, 군 입대자 등을 취업 통계에 포함시키는 곳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H대학의 한 졸업생은 “과 사무실에서 전화가 와서 ‘최근 일주일 동안 일한 적 있느냐. 거기가 어디냐’고 물었다”며 “회사 생활을 며칠 하지 않아도, 일단 취업하기만 하면 ‘취업자’가 된다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J전문대의 한 졸업생도 “편입을 준비하고 있는데 ‘취업’으로 처리했다”며 “어떤 일이든 하고만 있으면 모두 ‘취업’으로 평가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학생은 “열 명 가운데 세 명만 취업해도 네 명은 군대 가고 한 명은 진학하면 취업률 80% 아니냐”라고 비꼬았다.
일부 대학 ‘취업률 100%’ 대대적 홍보
이 같은 ‘조작’이 이뤄지는 이유는 최근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대학 지원자들이 ‘취업률’에 높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 남인탁 강원대 학생입학처장은 “요즘에는 대학 지원 전에 미리 학교에 전화를 걸어 취업률을 문의하거나, 취업 자료를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수험생들이 많다. 그 결과에 따라 지원자 수에 큰 차이가 생기니 대학들이 앞다퉈 취업률 높이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지방대와 전문대들이 ‘취업률 100%’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수험생들을 끌어들이자 서울의 중위권 대학들까지 이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취업률 높이기에 나서고 있는 점도 문제다.
서울 K대, H대 등은 올해 취업률 조사를 시작하면서 총장 간담회 등을 통해 “경쟁 대학과 비교해 취업률이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해달라”고 관계자들에게 지시했고, D대는 졸업생 취업률을 교수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졸자들이 느끼는 체감 취업률과 통계 사이의 간극이 점점 커지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연세대 취업정보실의 김농주 취업담당관은 “현재 각 대학이 발표하고 있는 취업률에는 문제가 많다. ‘전원 취업’에 육박하는 취업률의 경우 대부분 일주일에 한 시간만 유급으로 일해도 취업자로 간주하고, 이직률을 감안하지 않는 등 한계가 많기 때문”이라며 “취업의 양뿐 아니라 질까지 검토할 수 있는 취업률 조사가 이뤄지기 전에는, 이를 정부 차원에서 학생들에게 공개하거나 대학 선택 과정에서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