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노회찬 사무총장(오른쪽)이 5월7일 서울 여의도 당사를 방문한 헤리티지 재단의 대릴 플렁크 아시아연구센터 선임연구원과 악수를 하고 있다.
원내3당으로 등장한 민노당의 이념적 스펙트럼과 정치 경제적 시각 등에 대한 관심은 주한 미대사관도 예외가 아니다. 미대사관 측은 한국의 가장 진보적인 정치인으로 평가받는 열린우리당 및 민노당 소속 몇몇 당선자들과 ‘5월 만찬’을 계획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미대사관 측은 또 17대 당선자 가운데 진보적인 일부 인사들의 미국 초청을 본국에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일련의 행동은 한국 진보세력 및 정치인 배우기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미대사관의 한국 정치, 특히 진보정당과 진보세력에 대한 관심과 ‘스터디’ 의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참여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3월, 안희정 당시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은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 등 미의회 측 인사들한테서 미국을 방문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출국 수속을 밟았다. 당시 미의회는 노무현 대통령의 386 측근들의 정치관과 대미의식 등을 파악하기 위해 다각도로 접촉을 시도했고, 그 가운데 하나가 의회 초청으로 표면화한 것. 당시 미국 방문을 추진했던 서갑원 전 대통령비서관 등 386 인사들은 “장기집권했던 보수세력이 진보세력에 의해 퇴출되면서 미국 측의 대(對)한반도 정책에 변화가 필요했고 그 흐름을 잡기 위해 노대통령의 젊은 참모들을 미국으로 부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노대통령의 측근이자 진보세력인 신기남 의원도 비슷한 시기 미 국방부 산하 연구단체인 아태안보연구소의 초청을 받았다.
최근 진보정당에 대한 미국의 관심은 한미간의 현안을 풀기 위한 준비과정이란 지적도 나온다. 파병 및 미군기지 이전 문제 등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는 미국 측은 한국의 진보단체와 정당의 파병반대 논리 등에 매우 민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외교가에선 미국 정부 인사들이 직·간접적으로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온다.
이런 가운데 미국 측이 주한 미 대사를 교체해 관심을 끈다. 표면적으로 미국 측은 현 허바드 대사의 임기가 끝나 이뤄진 정기인사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외교가에서는 미국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루어진 대사 교체를 이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만일 연말 선거에서 새 대통령이 등장할 경우 신임 주한대사는 6개월을 채 넘기지 못하고 경질될 가능성도 있다. 허바드 현 대사는 그동안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여중생 장갑차 압사사건, 참여정부 출범, 북핵 및 주한미군 재배치 등 묵직한 이슈를 비교적 부드럽게 풀어냈다는 것. 반면 허바드 대사의 이런 소프트 액션이 워싱턴의 불만을 샀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시 대통령의 강경한 대외정책에 비춰보면 주한 미대사관의 유연함은 무기력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변화를 알기 위한 미국의 움직임이 기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