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회창 후보는 질풍노도처럼 몰아치는 ‘노풍’(盧風)의 파고를 넘을 수 있을 것인가.
최근 여야 대선후보가 결정되면서 이회창-노무현 후보의 경쟁구도가 한층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현재 판세를 마라톤에 비유한다면 35km 지점의 ‘심장파열 언덕’에서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100m쯤 앞서가는 형국이다. 한때 노후보와의 지지율 차이가 25%까지 벌어졌으나 YTN과 문화일보가 5월11, 12일 이틀간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38.3%, 민주당 노무현 후보 41.5%로, 양자의 지지율 차이는 3.2%로 크게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보 측근들은 “대세론이 다시 점화되기 시작했다”면서 흥분하고 있다.
하지만 이후보의 앞길에는 여전히 넘어야 할 강과 산이 즐비하다. 악재는 노후보보다 이후보가 더 많다는 게 정치권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이후보가 넘어야 할 다섯 가지 고비를 꼽아봤다.
곳곳에 깔린 지뢰 ‘신상문제‘
개인적인 약점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는 이후보를 대선 당일까지 따라다닐 것으로 보인다.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터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이후보 진영은 97년 두 아들의 병역문제로 대권을 DJ에 헌납했고, 지난 2월 빌라문제가 터져 홍역을 치른 만큼 신상문제 얘기만 꺼내도 화들짝 놀란다.
신상문제와 관련해 빌라 게이트의 후폭풍, 최규선씨로부터의 정치자금 수수설 등이 우선 떠오른다. 빌라문제는 이후보가 이사함으로써 해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민주당은 이미 이후보가 살던 가회동 빌라가 이후보 사돈 소유가 아니라 실제 주인이 부인 한인옥 여사라는 의혹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때가 되면 구체적인 증거를 내놓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씨 금품 수수설은 설훈 의원의 녹취록 미공개로 이후보가 판정승을 거뒀지만 게임이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씨가 대선을 의식해 ‘구명용’으로 보관중이라는 설과 설의원이 이미 입수해 놓고도 전략상 공개 시기를 늦추고 있다는 소문이 정치권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밖에 이후보 부친의 친일 경력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다. 민주당은 이미 이후보 부친이 일제강점기 검찰청 서기로 재직할 당시의 목격자 증언까지 확보해 놓았다는 설이 파다하다. 한여사의 부동산 투기 행태, 두 아들 병역면제 당시 개입했던 병무청 관계자의 증언 등도 여권이 손에 넣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이후보는 3김정치 청산을 외치면서도 3김의 지원 내지 묵인 없이는 집권이 힘들다는 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3김과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DJ에 대해서는 당장의 지지율 때문에 세 아들 비리와 각종 실책으로 몰아붙이겠지만 결국에는 끌어안고 가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후보의 한 측근은 “아무리 레임덕이 가속화된다고 해도 국정원과 검경 등 정보와 사정기관을 손아귀에 넣고 있는 현직 대통령과 철천지 원수가 돼서는 선거에 승리하기 어렵다”고 실토했다. 겉으로는 부정부패 정권 심판을 외치면서도 속으로는 집권해도 퇴임 이후를 보장한다는 메시지를 DJ에게 던지는 고도의 정치력을 이후보가 발휘해야 한다.
YS와의 불화도 반드시 넘어야 할 고비다. ‘노풍’의 근거지가 부산인 데다 당장 부산시장 선거가 눈앞에 닥쳤다. YS의 불신과 경계심을 불식시키는 것이 부산-경남 완승의 지름길이다. JP는 대선에서 캐스팅보트를 쥘 충청권 민심을 위해 최소한 중립지대로 몰아넣어야 한다. 그러나 이들과 이후보가 연대하는 수준까지 발전할 경우 노후보의 정계개편에 힘을 실어줄 뿐만 아니라 당내 개혁파의 반발, 젊은 층의 이반 등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이후보 진영에서는 DJ 불가근(不可近), YS 불가원(不可遠), JP 불가친(不可親)을 정답으로 제시하고 있다.
386(젊은 층), 포기냐 포용이냐
20대와 30대에서 25대 75인 게임을 60대 40으로 바꿔야 한다. 경제기조를 분배보다는 성장으로 잡은 데다 대북 및 재벌정책 등에서 보수성향이 뚜렷하고, 최고위원 경선에서 민정계 5인방의 득세가 나타났듯 당의 이미지가 보수 쪽에 기울어 있는 한 젊은 층의 이반을 되돌리기 어렵다. 30대와 40대 소장파를 대거 선대위에 참여시키기로 한 것이 바로 젊은 층에 ‘러브콜’을 보내는 이후보의 고육책이다.
脫귀족, 가능한가
5월10일 전당대회 대선후보 수락 연설 말미에 이후보는 큰절을 했다. 다음날 새벽에는 서울 서빙고동 쓰레기장에서 환경미화원 옷을 입고 쓰레기를 치웠다. 지방 이동 때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식판을 들고 줄을 섰고, 3000원짜리 해장국으로 아침을 먹었다. 2만5000원짜리 장급 여관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그동안 이후보에 씌워진 ‘귀족적이다’ ‘차갑다’ ‘포용력이 없다’는 등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서다.
문제는 이후보의 낮은 자세 노력을 국민은 아직까지 ‘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고-서울법대를 따지지 않더라도 검사 아버지에 대법관 장인, 국회의원으로 재직중인 외삼촌 3명 등 귀족적이라는 이미지는 이후보를 서민과 유리시키는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다.
실탄지원, 어디까지 가능한가
국민경선과 전당대회를 치른 뒤 당 사무처에서는 직원들 월급 줄 돈이 모자란다고 아우성이다. 야당인데다 돈 만드는 데는 ‘젬병’ 수준인 이후보가 대선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 당직자들은 걱정하고 있다. 아무리 미디어 선거라고 하지만 막판 실탄이 모자랄 경우 여권의 조직력을 감당할 수 없다는 점에서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여야 대선후보가 결정되면서 이회창-노무현 후보의 경쟁구도가 한층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현재 판세를 마라톤에 비유한다면 35km 지점의 ‘심장파열 언덕’에서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100m쯤 앞서가는 형국이다. 한때 노후보와의 지지율 차이가 25%까지 벌어졌으나 YTN과 문화일보가 5월11, 12일 이틀간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38.3%, 민주당 노무현 후보 41.5%로, 양자의 지지율 차이는 3.2%로 크게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보 측근들은 “대세론이 다시 점화되기 시작했다”면서 흥분하고 있다.
하지만 이후보의 앞길에는 여전히 넘어야 할 강과 산이 즐비하다. 악재는 노후보보다 이후보가 더 많다는 게 정치권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이후보가 넘어야 할 다섯 가지 고비를 꼽아봤다.
곳곳에 깔린 지뢰 ‘신상문제‘
개인적인 약점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는 이후보를 대선 당일까지 따라다닐 것으로 보인다.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터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이후보 진영은 97년 두 아들의 병역문제로 대권을 DJ에 헌납했고, 지난 2월 빌라문제가 터져 홍역을 치른 만큼 신상문제 얘기만 꺼내도 화들짝 놀란다.
신상문제와 관련해 빌라 게이트의 후폭풍, 최규선씨로부터의 정치자금 수수설 등이 우선 떠오른다. 빌라문제는 이후보가 이사함으로써 해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민주당은 이미 이후보가 살던 가회동 빌라가 이후보 사돈 소유가 아니라 실제 주인이 부인 한인옥 여사라는 의혹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때가 되면 구체적인 증거를 내놓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씨 금품 수수설은 설훈 의원의 녹취록 미공개로 이후보가 판정승을 거뒀지만 게임이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씨가 대선을 의식해 ‘구명용’으로 보관중이라는 설과 설의원이 이미 입수해 놓고도 전략상 공개 시기를 늦추고 있다는 소문이 정치권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밖에 이후보 부친의 친일 경력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다. 민주당은 이미 이후보 부친이 일제강점기 검찰청 서기로 재직할 당시의 목격자 증언까지 확보해 놓았다는 설이 파다하다. 한여사의 부동산 투기 행태, 두 아들 병역면제 당시 개입했던 병무청 관계자의 증언 등도 여권이 손에 넣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이후보는 3김정치 청산을 외치면서도 3김의 지원 내지 묵인 없이는 집권이 힘들다는 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3김과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DJ에 대해서는 당장의 지지율 때문에 세 아들 비리와 각종 실책으로 몰아붙이겠지만 결국에는 끌어안고 가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후보의 한 측근은 “아무리 레임덕이 가속화된다고 해도 국정원과 검경 등 정보와 사정기관을 손아귀에 넣고 있는 현직 대통령과 철천지 원수가 돼서는 선거에 승리하기 어렵다”고 실토했다. 겉으로는 부정부패 정권 심판을 외치면서도 속으로는 집권해도 퇴임 이후를 보장한다는 메시지를 DJ에게 던지는 고도의 정치력을 이후보가 발휘해야 한다.
YS와의 불화도 반드시 넘어야 할 고비다. ‘노풍’의 근거지가 부산인 데다 당장 부산시장 선거가 눈앞에 닥쳤다. YS의 불신과 경계심을 불식시키는 것이 부산-경남 완승의 지름길이다. JP는 대선에서 캐스팅보트를 쥘 충청권 민심을 위해 최소한 중립지대로 몰아넣어야 한다. 그러나 이들과 이후보가 연대하는 수준까지 발전할 경우 노후보의 정계개편에 힘을 실어줄 뿐만 아니라 당내 개혁파의 반발, 젊은 층의 이반 등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이후보 진영에서는 DJ 불가근(不可近), YS 불가원(不可遠), JP 불가친(不可親)을 정답으로 제시하고 있다.
386(젊은 층), 포기냐 포용이냐
20대와 30대에서 25대 75인 게임을 60대 40으로 바꿔야 한다. 경제기조를 분배보다는 성장으로 잡은 데다 대북 및 재벌정책 등에서 보수성향이 뚜렷하고, 최고위원 경선에서 민정계 5인방의 득세가 나타났듯 당의 이미지가 보수 쪽에 기울어 있는 한 젊은 층의 이반을 되돌리기 어렵다. 30대와 40대 소장파를 대거 선대위에 참여시키기로 한 것이 바로 젊은 층에 ‘러브콜’을 보내는 이후보의 고육책이다.
脫귀족, 가능한가
5월10일 전당대회 대선후보 수락 연설 말미에 이후보는 큰절을 했다. 다음날 새벽에는 서울 서빙고동 쓰레기장에서 환경미화원 옷을 입고 쓰레기를 치웠다. 지방 이동 때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식판을 들고 줄을 섰고, 3000원짜리 해장국으로 아침을 먹었다. 2만5000원짜리 장급 여관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그동안 이후보에 씌워진 ‘귀족적이다’ ‘차갑다’ ‘포용력이 없다’는 등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서다.
문제는 이후보의 낮은 자세 노력을 국민은 아직까지 ‘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고-서울법대를 따지지 않더라도 검사 아버지에 대법관 장인, 국회의원으로 재직중인 외삼촌 3명 등 귀족적이라는 이미지는 이후보를 서민과 유리시키는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다.
실탄지원, 어디까지 가능한가
국민경선과 전당대회를 치른 뒤 당 사무처에서는 직원들 월급 줄 돈이 모자란다고 아우성이다. 야당인데다 돈 만드는 데는 ‘젬병’ 수준인 이후보가 대선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 당직자들은 걱정하고 있다. 아무리 미디어 선거라고 하지만 막판 실탄이 모자랄 경우 여권의 조직력을 감당할 수 없다는 점에서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