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ove 米’. 오는 10월 첫선 보일 새로운 브랜드 쌀의 이름이다. 그동안 ‘임금님표’나 ‘철원 오대쌀’ 등 쌀의 브랜드화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I love 米’가 이러한 브랜드 쌀과 다른 가장 큰 특징은 단순히 이 브랜드로 쌀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약주와 민속주 등 쌀 가공식품과 브랜드 연계전략을 사용해 관련 제품들도 함께 시장에 내놓는다는 것이다.
이런 브랜드 연계전략을 준비하고 있는 민속주업체 ‘가야곡 왕주’(可也谷 王酒)는 이를 위해 ‘I love mee’ ‘미애’(米愛) 등 유사상표 등록을 모두 마쳤을 뿐 아니라 각각의 브랜드에 대한 라벨 디자인을 완성해 시제품까지 내놓았다. ‘가야곡 왕주’는 지난 2000년 ‘타임 오브 킹’(TIME OF KING)이라는 민속주를, 당시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 만찬장에 공식 건배주로 선보여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기업. 이 회사는 ‘5℃ 이온쌀’로 유명한 풍년농산과 협력해 ‘I love 米’라는 고급 브랜드 쌀을 출시하면서 동시에 이 쌀로 빚은 고급 민속주를 함께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가 얼마 전 시장에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또 하나의 제품이 바로 ‘상도’(商道)다. 작가 최인호씨의 베스트셀러 소설과 MBC 인기 드라마에서 힌트를 얻어 내놓은 ‘상도’는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로 민속주에 대한 이미지를 바꿔놓고 있다는 평가.
브랜드 관리·마케팅 이론 수강
브랜드가 곧 마케팅과 연결된다는 것은 시장의 진리다. 대형 할인점에서 ‘상도’를 사면 즉석복권을 끼워주고 당첨자에게 소설 ‘상도’ 한 질을 무료로 주는 경품 마케팅 또한 짭짤한 재미를 보았다는 것이 회사측의 자체 평가다. ‘가야곡 왕주’ 이준연 실장은 “지난해 30억 매출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상도’의 호조에 힘입어 매출액을 50억으로 높여 잡았다”고 말했다.
5대째 물려받은 가업(家業)을 천직으로 알고 묵묵히 누룩술만 빚어오던 민속주 명인 남상란씨(56)가 이런 기막힌 마케팅 전략을 구상한 것은 지난해 한국벤처농업대학에 만학도로 등록하면서부터. 한국벤처농업대학은 농업인들에게 벤처정신을 심어주겠다는 취지로 한국벤처농업포럼이 주도해 만든 1년짜리 농업교육 프로그램. 얼마 전 ‘벤처대부’인 미래산업 정문술 전 회장이 이 대학 학장으로 취임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벤처농업대학에서는 농업을 ‘벤처화’하기 위한 신기술이나 투자 요령 등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주로 경영학 전공자들이 참여해 브랜드 관리 요령과 마케팅 이론 등을 가르칠 뿐이다. 지금까지 이 대학을 거쳐간 강사진은 유명 캐릭터 디자이너, 벤처사업가, 변리사, 경제학 박사 등 농업과 별 관련이 없는 전문가들이다. 물론 강사료는 단 한푼도 없다. 모두가 자원봉사 형식으로 농업에 마케팅을 접목시키자는 운동에 발벗고 나선 것.
한국벤처농업포럼을 주관하고 있는 삼성경제연구소 민승규 수석연구원은 “농업 분야에서 벤처의 의미는 단순히 코스닥 상장을 통해 주가를 올리는 것과는 달리 생산에만 관심을 쏟던 농민들에게 고객만족이라는 정신과 마케팅 개념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 화성에서 30년째 과수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윤현씨(55)가 한국벤처농업대학에서 전문가들의 강의를 받고 난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자신의 명함을 새로 만든 것이었다. 농사꾼 입장에서야 이름 석 자만 새겨 넣었던 명함으로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했던 이씨가 마케팅의 개념을 알게 된 후 자신의 명함에 농장에서 생산하는 배의 브랜드와 캐릭터를 새겨 넣고 뒷면에는 영어 이름과 이메일 주소를 새겨 넣는 등 본격적인 글로벌 마케팅 태세를 갖추고 나선 것.
이씨는 영국 바이어가 수출 상담을 위해 과수원을 방문했을 때 저장고에 매달린 전구에 왜 보호장비를 설치하지 않았는지, 과수원에 출현하는 쥐는 어떻게 처리하는지 등등 시시콜콜한 것까지 물으며 까다롭게 구는 것을 보고 세계 시장을 뚫기가 만만치 않음을 느낀 적이 있다고.
이씨는 이미 30년 배농사 경험을 살려 ‘저온저장고 환기자동화 시스템’을 발명해 특허를 출원했는가 하면, 배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석류 더덕 미역 등 50가지의 비료용 자재를 투입하는 등 최고의 맛을 유지하기 위한 비결을 확보해 놓았다. 그러나 생산 분야에서 최고 제품을 만들어놓고도 늘 마음에 걸렸던 것이 마케팅. 그러던 중 이씨는 한국벤처농업대학을 통해 삼성경제연구소 신현암 박사의 강의를 듣고 무릎을 쳤다.
“나는 그동안 막연하게 경제적으로 부유한 상류층 10%를 보고 고급 배만 생산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박사님들이 20대 80의 사회니, 10% 마케팅이니 하는 개념을 설명해 주는 걸 듣고 ‘내 생각이 딱 들어맞았구나’라고 깨달았죠.”
이씨는 앞으로도 상류층 마케팅을 위해 2억원을 들여 비파괴 당도선별기를 도입해 고당도의 일등품만 분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가 하면, 올 가을 5000명의 회원을 모집해 자신의 과수원에서 ‘배따기’ 행사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
최근 들어 농업 분야와는 무관한 것으로 여겨졌던 마케팅 개념이 농촌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이와 관련한 다양한 이벤트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난 2월 가나아트샵과 한국벤처농업포럼이 공동주최해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최했던 ‘벤처농업과 문화벤처와의 만남(展)’에서는 이렇게 세련된 브랜드를 단 농산품들이 쏟아져 폭발적 관심을 끌기도 했다.
장생도라지분말, 청매실원, 인삼초콜릿, 마늘토종꿀차 등 내로라하는 지역 특산품들이, 유명 도예가들이 디자인한 세련된 용기에 담겨 고급스런 예술품으로 재탄생한 것. 열흘 동안 열린 이 전시회는 연인원 2만명이 다녀가는 성황을 이뤘다. 이날 행사는 농업 분야에서 브랜드와 마케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는 8월, 음력 칠월칠석을 맞아 열리게 될 ‘견우직녀의 날’(A&V Festival) 행사 역시 농업 분야에 마케팅을 도입하기 위해 선보인 행사. ‘A&V’는 농업(Agriculture)과 벤처(Venture)의 합성어인 동시에 ‘견우자리’(Altair)와 ‘직녀자리’(Vega)의 합성어이기도 하다.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를 대체할 만한 이벤트를 만들어 이날을 우리 농산물을 선물하는 날로 정착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특별한 날에 주고받는 선물인 만큼 특별한 농산물이 아니고는 젊은 세대의 입맛을 충족시킬 수 없다. 행사를 준비한 삼성경제연구소 민승규 박사 역시 밸런타인데이가 초콜릿 제조업체들에게 엄청나게 큰 시장을 열어준 것처럼 ‘견우직녀의 날’ 행사가 수요 급감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농민들에게 새로운 시장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 행사를 도와줬던 가수 노영심씨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호두 열 개를 비닐봉지에 포장해서 내놓으면 선물이 되기 어렵지만, 여기에다 나무망치를 하나 끼워주면서 ‘호두와 망치’라고 이름 붙이면 젊은이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훌륭한 팬시상품이 된다고요. 결국 농산물도 ‘감성 마케팅’에 호소해야만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지난해 열렸던 견우직녀 페스티벌에는 거제도 치자로 만든 향수, 도라지로 만든 페이셜워시와 바디콘트롤, 씻지 않고도 먹을 수 있는 ‘5℃ 이온쌀’ 등 다양한 제품들이 선물용품으로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일회성 이벤트이기는 했지만 결과는 대성공. 행사가 성황리에 끝난 뒤 홈쇼핑 업체로부터 연락이 와 당시 출품업체 중 4∼5개가 홈쇼핑 채널 진입에 성공하는 개가를 올렸다.
농업 마케팅에서 소비자들이 농촌에 바라는 것은 때묻지 않은 인심. 따라서 한번 인연을 맺었던 고객들과 지속적인 관계 설정을 통해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작업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전자상거래에서 화두로 떠오른 고객관계관리(CRM) 마케팅을 농업 분야에 도입한 셈.
드라마 ‘허준’ 열풍 이후 매실이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유명세를 타게 된 전남 광양의 청매실농원 홍쌍리 회장은 이른바 ‘퍼주기 마케팅’을 역설하고 있다. 농원을 방문하는 사람 마다 넉넉하게 매실을 들려 보내기 때문에 생겨난 명칭이 ‘퍼주기 마케팅’. 인터넷을 통해 모집한 회원들을 상대로 온라인 주문을 받아 안방까지 매실제품을 배달해 주는 것은 물론이다. 이런 서비스 덕분에 한번 청매실농원을 찾은 사람들은 다시 이곳을 찾게 되고, 오는 6월 매실 수확기에 농원을 방문하고 싶다는 가족 단위 신청자들도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구멍가게에서도 늘 만날 수 있는 제과류를 이용해 고급화 전략으로 성공한 경우도 있다. 초콜릿과 인삼, 초콜릿과 매실 등을 결합시킨 ‘퓨전형 초콜릿’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충북 청주의 본정초콜릿㈜은 주로 서울 시내 유명 호텔이나 공항 면세점 등을 통해 마케팅에 성공한 경우다. 온도와 습도에 민감한 초콜릿 제품의 특성을 감안해 본정초콜릿은 소형 옹기에 포장판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옹기야말로 통기성이 좋아 초콜릿을 보관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는 것.
옹기 포장판매라는 고급화 전략을 구사하는 만큼 판매장소도 고급 소비자들과 만날 수 있는 곳을 고집한다. 본정초콜릿은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 내 델리몽드나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내 면세점, 또는 분당 신도시나 북한산 입구의 고급 카페와 평창동 가나화랑, 인사동 가나아트센터 등에서 주로 팔려 나간다.
몇 년 전부터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벤처 활성화 정책은 수많은 농업벤처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 차원의 바이오벤처가 농업 분야로 점차 확산되고 여기에 이러한 마케팅 전략이 연계된다면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 농업의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벤처농업대학 권영미 간사는 “농업 분야에 마케팅 개념만 도입한다면 ‘벤처’를 탄생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이런 브랜드 연계전략을 준비하고 있는 민속주업체 ‘가야곡 왕주’(可也谷 王酒)는 이를 위해 ‘I love mee’ ‘미애’(米愛) 등 유사상표 등록을 모두 마쳤을 뿐 아니라 각각의 브랜드에 대한 라벨 디자인을 완성해 시제품까지 내놓았다. ‘가야곡 왕주’는 지난 2000년 ‘타임 오브 킹’(TIME OF KING)이라는 민속주를, 당시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 만찬장에 공식 건배주로 선보여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기업. 이 회사는 ‘5℃ 이온쌀’로 유명한 풍년농산과 협력해 ‘I love 米’라는 고급 브랜드 쌀을 출시하면서 동시에 이 쌀로 빚은 고급 민속주를 함께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가 얼마 전 시장에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또 하나의 제품이 바로 ‘상도’(商道)다. 작가 최인호씨의 베스트셀러 소설과 MBC 인기 드라마에서 힌트를 얻어 내놓은 ‘상도’는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로 민속주에 대한 이미지를 바꿔놓고 있다는 평가.
브랜드 관리·마케팅 이론 수강
브랜드가 곧 마케팅과 연결된다는 것은 시장의 진리다. 대형 할인점에서 ‘상도’를 사면 즉석복권을 끼워주고 당첨자에게 소설 ‘상도’ 한 질을 무료로 주는 경품 마케팅 또한 짭짤한 재미를 보았다는 것이 회사측의 자체 평가다. ‘가야곡 왕주’ 이준연 실장은 “지난해 30억 매출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상도’의 호조에 힘입어 매출액을 50억으로 높여 잡았다”고 말했다.
5대째 물려받은 가업(家業)을 천직으로 알고 묵묵히 누룩술만 빚어오던 민속주 명인 남상란씨(56)가 이런 기막힌 마케팅 전략을 구상한 것은 지난해 한국벤처농업대학에 만학도로 등록하면서부터. 한국벤처농업대학은 농업인들에게 벤처정신을 심어주겠다는 취지로 한국벤처농업포럼이 주도해 만든 1년짜리 농업교육 프로그램. 얼마 전 ‘벤처대부’인 미래산업 정문술 전 회장이 이 대학 학장으로 취임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벤처농업대학에서는 농업을 ‘벤처화’하기 위한 신기술이나 투자 요령 등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주로 경영학 전공자들이 참여해 브랜드 관리 요령과 마케팅 이론 등을 가르칠 뿐이다. 지금까지 이 대학을 거쳐간 강사진은 유명 캐릭터 디자이너, 벤처사업가, 변리사, 경제학 박사 등 농업과 별 관련이 없는 전문가들이다. 물론 강사료는 단 한푼도 없다. 모두가 자원봉사 형식으로 농업에 마케팅을 접목시키자는 운동에 발벗고 나선 것.
한국벤처농업포럼을 주관하고 있는 삼성경제연구소 민승규 수석연구원은 “농업 분야에서 벤처의 의미는 단순히 코스닥 상장을 통해 주가를 올리는 것과는 달리 생산에만 관심을 쏟던 농민들에게 고객만족이라는 정신과 마케팅 개념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 화성에서 30년째 과수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윤현씨(55)가 한국벤처농업대학에서 전문가들의 강의를 받고 난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자신의 명함을 새로 만든 것이었다. 농사꾼 입장에서야 이름 석 자만 새겨 넣었던 명함으로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했던 이씨가 마케팅의 개념을 알게 된 후 자신의 명함에 농장에서 생산하는 배의 브랜드와 캐릭터를 새겨 넣고 뒷면에는 영어 이름과 이메일 주소를 새겨 넣는 등 본격적인 글로벌 마케팅 태세를 갖추고 나선 것.
이씨는 영국 바이어가 수출 상담을 위해 과수원을 방문했을 때 저장고에 매달린 전구에 왜 보호장비를 설치하지 않았는지, 과수원에 출현하는 쥐는 어떻게 처리하는지 등등 시시콜콜한 것까지 물으며 까다롭게 구는 것을 보고 세계 시장을 뚫기가 만만치 않음을 느낀 적이 있다고.
이씨는 이미 30년 배농사 경험을 살려 ‘저온저장고 환기자동화 시스템’을 발명해 특허를 출원했는가 하면, 배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석류 더덕 미역 등 50가지의 비료용 자재를 투입하는 등 최고의 맛을 유지하기 위한 비결을 확보해 놓았다. 그러나 생산 분야에서 최고 제품을 만들어놓고도 늘 마음에 걸렸던 것이 마케팅. 그러던 중 이씨는 한국벤처농업대학을 통해 삼성경제연구소 신현암 박사의 강의를 듣고 무릎을 쳤다.
“나는 그동안 막연하게 경제적으로 부유한 상류층 10%를 보고 고급 배만 생산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박사님들이 20대 80의 사회니, 10% 마케팅이니 하는 개념을 설명해 주는 걸 듣고 ‘내 생각이 딱 들어맞았구나’라고 깨달았죠.”
이씨는 앞으로도 상류층 마케팅을 위해 2억원을 들여 비파괴 당도선별기를 도입해 고당도의 일등품만 분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가 하면, 올 가을 5000명의 회원을 모집해 자신의 과수원에서 ‘배따기’ 행사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
최근 들어 농업 분야와는 무관한 것으로 여겨졌던 마케팅 개념이 농촌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이와 관련한 다양한 이벤트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난 2월 가나아트샵과 한국벤처농업포럼이 공동주최해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최했던 ‘벤처농업과 문화벤처와의 만남(展)’에서는 이렇게 세련된 브랜드를 단 농산품들이 쏟아져 폭발적 관심을 끌기도 했다.
장생도라지분말, 청매실원, 인삼초콜릿, 마늘토종꿀차 등 내로라하는 지역 특산품들이, 유명 도예가들이 디자인한 세련된 용기에 담겨 고급스런 예술품으로 재탄생한 것. 열흘 동안 열린 이 전시회는 연인원 2만명이 다녀가는 성황을 이뤘다. 이날 행사는 농업 분야에서 브랜드와 마케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는 8월, 음력 칠월칠석을 맞아 열리게 될 ‘견우직녀의 날’(A&V Festival) 행사 역시 농업 분야에 마케팅을 도입하기 위해 선보인 행사. ‘A&V’는 농업(Agriculture)과 벤처(Venture)의 합성어인 동시에 ‘견우자리’(Altair)와 ‘직녀자리’(Vega)의 합성어이기도 하다.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를 대체할 만한 이벤트를 만들어 이날을 우리 농산물을 선물하는 날로 정착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특별한 날에 주고받는 선물인 만큼 특별한 농산물이 아니고는 젊은 세대의 입맛을 충족시킬 수 없다. 행사를 준비한 삼성경제연구소 민승규 박사 역시 밸런타인데이가 초콜릿 제조업체들에게 엄청나게 큰 시장을 열어준 것처럼 ‘견우직녀의 날’ 행사가 수요 급감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농민들에게 새로운 시장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 행사를 도와줬던 가수 노영심씨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호두 열 개를 비닐봉지에 포장해서 내놓으면 선물이 되기 어렵지만, 여기에다 나무망치를 하나 끼워주면서 ‘호두와 망치’라고 이름 붙이면 젊은이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훌륭한 팬시상품이 된다고요. 결국 농산물도 ‘감성 마케팅’에 호소해야만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지난해 열렸던 견우직녀 페스티벌에는 거제도 치자로 만든 향수, 도라지로 만든 페이셜워시와 바디콘트롤, 씻지 않고도 먹을 수 있는 ‘5℃ 이온쌀’ 등 다양한 제품들이 선물용품으로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일회성 이벤트이기는 했지만 결과는 대성공. 행사가 성황리에 끝난 뒤 홈쇼핑 업체로부터 연락이 와 당시 출품업체 중 4∼5개가 홈쇼핑 채널 진입에 성공하는 개가를 올렸다.
농업 마케팅에서 소비자들이 농촌에 바라는 것은 때묻지 않은 인심. 따라서 한번 인연을 맺었던 고객들과 지속적인 관계 설정을 통해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작업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전자상거래에서 화두로 떠오른 고객관계관리(CRM) 마케팅을 농업 분야에 도입한 셈.
드라마 ‘허준’ 열풍 이후 매실이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유명세를 타게 된 전남 광양의 청매실농원 홍쌍리 회장은 이른바 ‘퍼주기 마케팅’을 역설하고 있다. 농원을 방문하는 사람 마다 넉넉하게 매실을 들려 보내기 때문에 생겨난 명칭이 ‘퍼주기 마케팅’. 인터넷을 통해 모집한 회원들을 상대로 온라인 주문을 받아 안방까지 매실제품을 배달해 주는 것은 물론이다. 이런 서비스 덕분에 한번 청매실농원을 찾은 사람들은 다시 이곳을 찾게 되고, 오는 6월 매실 수확기에 농원을 방문하고 싶다는 가족 단위 신청자들도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구멍가게에서도 늘 만날 수 있는 제과류를 이용해 고급화 전략으로 성공한 경우도 있다. 초콜릿과 인삼, 초콜릿과 매실 등을 결합시킨 ‘퓨전형 초콜릿’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충북 청주의 본정초콜릿㈜은 주로 서울 시내 유명 호텔이나 공항 면세점 등을 통해 마케팅에 성공한 경우다. 온도와 습도에 민감한 초콜릿 제품의 특성을 감안해 본정초콜릿은 소형 옹기에 포장판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옹기야말로 통기성이 좋아 초콜릿을 보관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는 것.
옹기 포장판매라는 고급화 전략을 구사하는 만큼 판매장소도 고급 소비자들과 만날 수 있는 곳을 고집한다. 본정초콜릿은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 내 델리몽드나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내 면세점, 또는 분당 신도시나 북한산 입구의 고급 카페와 평창동 가나화랑, 인사동 가나아트센터 등에서 주로 팔려 나간다.
몇 년 전부터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벤처 활성화 정책은 수많은 농업벤처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 차원의 바이오벤처가 농업 분야로 점차 확산되고 여기에 이러한 마케팅 전략이 연계된다면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 농업의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벤처농업대학 권영미 간사는 “농업 분야에 마케팅 개념만 도입한다면 ‘벤처’를 탄생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