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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알링 ^o^ 파파이스로… 밥 먹구 스타 한판?”
‘고엑스’에 자리잡은 패스트푸드점 파파이스에 남자친구가 나타났다. 햄버거와 구운 감자로 간단히 식사를 해결한 커플은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으로 향했다. 카페라테와 아이스모카를 받아 들고 찾아간 곳은 디지털카페 매직스테이션. “수업 시간 전까지 식곤증도 쫓을 겸 컴퓨터게임을 하러 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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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과 김정훈씨(22)는 “강남에 코엑스가 있다면 강북엔 고엑스가 있다”고 말한다. 패스트푸드점과 카페에서는 학생들의 깔깔대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유니스토아가 어떻고, 로즈버드가 어떻고…. 고엑스에서는 나이 지긋한 졸업생들이 들으면 혀를 내두를 수준의 대화가 오간다.
복학생들 낯선 풍경에 ‘문화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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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문화충격을 느꼈습니다. 변화가 조금 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너무 편해요. 제가 학교 다닐 때 이런 공간이 있었더라면 고시 합격을 열 번도 넘게 했을 거예요.”
중앙광장 지하에는 1000여석의 열람실, 5개의 강의실, 인터넷카페, 편의점, 한식·양식 패스트푸드점, 게임방, 서점, 문구점 등이 들어섰고 991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공간이 마련돼 있다. 지하 1층에 위치한 열람실은 채광이 잘돼 지하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식당가의 대부분은 주고객인 신세대 대학생들을 겨냥해 포장판매(take-out) 전문점으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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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은 뒤엔 게임방에 꼭 들러요.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풀면 공부가 잘됩니다. 열람실 바로 옆에 게임방이 있어서 밖으로 나가는 것보다 시간도 절약되고요.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중앙광장에서 산책도 할 수 있고, 서점과 문구점까지 들어와 있어 매우 편리합니다.”
이씨는 하나의 공간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젊은 세대의 취향에 꼭 들어맞는다고 말한다. 집단보다 개인을 중시하고 실외활동보다 실내활동에 익숙한 새내기 대학생들에게는 이런 복합공간이 안성맞춤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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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중앙광장 지하공간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는 입학 연도를 기준으로 엇갈린다. 2000년 이후 입학한 학생들은 칭찬 일색이다. 심리학과 김정민씨(21)는 “학교의 변화에 여학생들이 특히 좋아한다”며 “깔끔한 분위기에서 수다도 떨고 피로도 풀 수 있는 공간이 학교 내에 있어 너무 좋다”고 했다. 미술교육과 강나진씨(23)는 “학교 이미지가 송두리째 바뀌었다”며 “산뜻하고 세련된 것을 좋아하는 신세대 고등학생의 욕구를 충족시켜 우리 학교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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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엑스에 밀려난 대운동장은 권위주의 정권 시절 정의감과 저항정신으로 똘똘 뭉친 학생들이 “독재정권 타도”를 외치던 곳이다. 고엑스에서 학생들이 하는 일은 수업, 공부, 게임, 휴식, 주차, 쇼핑 등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다. 민중가요를 부르며 정권 타도를 외치던 바로 그 공간에서 패스트푸드를 들고 컴퓨터게임을 즐기는 대학생들.
고엑스는 ‘이념’과 ‘집단’을 버리고 ‘재미’와 ‘개인’을 선택한 대학문화와 보보스적인 N세대 대학생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고대의 한 노(老)교수는 “민주화를 갈망하는 교수, 학생들의 피와 땀이 서린 대운동장과 서로 몸을 비비며 응원가를 부르던 그 시절 학생들이 그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