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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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최규선, 연출은 김희완?

설훈 의원 폭로과정 개입설 등 꼬리 무는 의혹… “김씨가 ‘건수’ 물어오면 최씨가 홍걸씨 배경으로 개입”

  •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4-10-01 15: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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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연 최규선, 연출은 김희완?
    ‘최규선 게이트’와 관련해 또 한 명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김희완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도피행적이 화제다. 지난 4월23일경 그는 측근들에게 “당분간 숨어 지낼 수밖에 없다. 뒷일을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긴 후 바람처럼 종적을 감췄다.

    그 후 그의 행적을 구체적으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그는 사건 주변이나 관계자들 주변에 곧잘 그림자를 내비쳤다. 버젓이 택시를 타고 시내를 나다니기도 하고, 강남 술집에서 그를 봤다는 목격담도 흘러나온다. 잠적을 전후해 검찰에 전화를 걸어 “수사에 협조할 테니 불구속처리해 달라”는 ‘딜’을 하기도 했다. 청와대에 전화를 걸어 구명활동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또한 최씨 주변 인물들과 꾸준히 접촉하며 사안사안마다 ‘조언’을 한다는 얘기 등 행적을 둘러싼 의혹은 꼬리를 문다. 이 모두 시간을 벌면서 반전의 승부수를 찾으려는 잠행으로 보인다.

    주연 최규선, 연출은 김희완?
    김씨의 행적과 관련해 관심 끄는 부분의 하나는 민주당 설훈 의원의 폭로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느냐는 점이다. 설의원은 4월19일 “최규선씨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에게 2만5000달러를 건넸다”고 폭로해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설의원은 제보자와 녹취록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와 관련해 최근 김씨에게 의혹의 시선이 몰리는 실정이다. 최씨가 돈을 보낸 뒤 한나라당 관계자와 통화하면서 대화내용을 녹음했고 이 테이프를 당시 함께 있던 김씨가 보관하고 있다는 좀더 구체적인 추리도 나온다.

    이 같은 추론은 평소 그가 최씨와 어울린 행적에서 출발한다. 최씨의 측근으로 술자리를 함께했던 한 인사의 설명이다. “최씨는 김씨 등과 가진 술자리에서 이회창 총재에게 여행경비를 제공했다는 얘기를 자랑스럽게 했다. 최씨는 또 사람과 만날 때 기록물(녹취록 등)을 남긴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해 김씨가 이를 알고 있다.”

    최씨의 한 측근은 “최씨의 이 전 총재 방미 지원과 금품제공 여부 등에 대해 가장 상세히 알고 있는 인물이 김희완씨”라고 말한다. 테이프와 함께 사라진 최씨의 여비서 염씨를 비롯, 최씨의 친인척인 이모씨 등도 잠적중인 김씨와 직·간접 접촉을 하고 있다는 게 최씨 측근들의 전언이다.



    기자(중앙일보) 출신인 김씨는 어떤 사안이든 논리와 물증, 팩트라는 시각으로 접근하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1997년 김씨와 함께 ‘김현철 비디오 테이프’를 폭로했던 비뇨기과 의사 박경식씨(G남성클리닉)의 기억이다. “그 사람(김희완)은 뭐든 확실한 걸 좋아한다. 1996년 10월, 그는 걸려오는 모든 전화에 대해 녹음과 녹화를 해달라고 했다. 그는 증거(녹음 테이프 등)가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고 말했다.”

    최규선 게이트가 점점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 녹취록이 ‘키워드’로 떠오른 점은 의미심장하다. 특히 사건의 고비고비에 새로운 내용을 담은 테이프와 팩트가 순차적으로 터지면서 극적 요소를 극대화하고 있는 정황은, 마치 이 모든 것이 ‘연출’된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최근 녹취록 공개의 배경은 그래서 더 큰 의문을 낳는다. 최규선씨 의지가 가장 강하게 작용했겠지만, 그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처지를 감안하면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을 개연성도 충분하다. 김씨와 가까운 한 인사는 “김씨가 도피기 간 중 단계적으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작동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잠적하기 전인 지난 4월23일 최규선 게이트를 수사중인 서울지검 특수2부(차동민 부장검사)에 일종의 ‘딜’을 요청했다. “수사에 협조할 테니 불구속수사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제의는 검찰에 의해 묵살됐다. 이에 앞서 사건에 연루된 관계자들과 대책회의도 가졌다. 최성규 최규선 송재빈씨 등이 4월11일부터 사흘간 서울 강남의 쭛호텔과 최씨의 압구정동 자택 등지에서 검찰수사에 대비한 의견을 교환한 것.

    주연 최규선, 연출은 김희완?
    그렇지만 김씨는 제대로 된 활로를 개척하지 못했다. 수사망은 좁혀져 왔고 최씨는 구속됐다. 결국 잠적은 그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최씨 비리를 수사중인 검찰은 최씨 활동의 대부분이 김씨와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확인했다. 최씨를 둘러싼 의혹의 중심에 김씨 역시 같은 무게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

    따라서 최규선 게이트의 모든 의혹은 김씨의 잠적으로 일단 제동이 걸린다. 그를 찾지 못할 경우 사건의 실체 규명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그와 관련한 의혹은 최씨 의혹과 비슷하다. 최씨-김홍걸씨의 ‘포스코 거래’ 의혹, 체육복표 사업자선정 로비 의혹, C병원 수사 무마와 관련해 1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대한 방미 경비 전달 의혹, 서울 송파구 잠실 10층짜리 빌딩 차명소유 의혹 등이다.

    최씨의 비서 겸 운전사로 일했던 천호영씨는 최규선 게이트와 관련해 “총연출 김희완, 액터(배우) 최규선”이라는 심중을 토로한다. 그의 설명. “두 사람은 형님 동생 하는 사이다. 김희완씨가 돈 되는 일을 물어오면 최규선씨는 김홍걸씨를 등에 업고 개입, 성공하면 리베이트를 똑같이 나눈다. 그 과정에 최성규씨의 도움이 필요하면 최씨가 전화를 한다.”

    활빈단 등 6개 시민단체는 지난 5월10일 행방이 묘연한 김희완씨에게 444만원의 현상금을 걸었다. 과연 김씨는 444만원의 벽을 어떻게 뛰어넘을까. 김씨의 다음 행보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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