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에서 남해까지 남도 온통 덮은 ‘신록의 향연’](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4/10/05/200410050500013_1.jpg)
하지만 천리(天理)에 맞춰 월령(月令)이 되풀이되는 농부들에게는 이 두 달이 가장 바쁜 철이다. 일손이 모자라 제때 새참을 챙겨 먹기도 어려운 듯하다. 무주군 적상면 길왕리의 산달밭에서 만난 농부 내외도 대체로 오후 서너 시쯤 챙기는 새참을 저녁 여섯 시가 훨씬 지난 뒤에야 먹고 있었다. 그런데도 ‘팔자 좋은 한량’같은 객(客)에게 “이리 와서 함께 먹자”며 인정 나누기를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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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땅을 벗어난 19번 국도는 장계면과 장수읍을 거쳐 수분재를 넘는다. 말 그대로 ‘물길이 나뉘는 고개’, 즉 분수령(分水嶺)이다. 고갯마루를 중심으로 북쪽 기슭의 물길은 금강에 합류되고 남쪽 것은 섬진강으로 흘러간다. 고갯마루 옆의 수분마을 뒷산에는 길이 401km의 금강 물길이 시작되는 ‘뜬봉샘’이 있다. 그런데 수분재의 북사면(北斜面)은 평지나 다름없이 완만해 해발 539m의 고개라는 게 별로 실감나지 않는다. 번암면 쪽의 남사면을 내려서야만 고갯길다운 행색이 엿보인다. 장수군 일대가 평균 해발고도 430m의 고원지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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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번 국도는 남원시 외곽에서 근래 새로 개설된 우회도로를 타고 곧장 밤재터널을 지나 구례 땅으로 넘어간다. 남원 관광단지 내의 국립민속국악원에 들러 동편제 판소리 한 대목을 감상하거나, ‘원조’ 남원 추어탕을 맛보거나, 광한루에 들러 옛 풍류를 음미하거나, 남원 특산품인 목기와 식칼 하나 구입하려거든 우회도로로 올라서지 말고 곧장 남원 시내로 들어간다. 그리고 지리산 골짜기의 맑은 물에 잠시 발을 적시며 쉬어가기에는 이 우회도로의 주천IC에서 지척 거리인 구룡계곡이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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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고 기름진 구만들을 질러온 19번 국도는 토지면 파도리의 동방천 삼거리를 지나서부터 섬진강 물길과 나란히 달린다. 동방천 삼거리에서 하동포구의 섬진교까지는 약 70리 길. 우리나라에서 가장 운치 있는 강변 드라이브 코스다. 더욱이 인근의 지리산 자락에는 피아골, 화개동천, 범왕골 등과 같은 풍광 좋은 계곡과 연곡사, 쌍계사, 칠불암 등 내력 깊은 고찰이 즐비하다. 영호남의 산물과 사람이 이합집산을 거듭하던 화개장터, 대하소설 ‘토지’의 주무대인 악양면 평사리, 하동군을 ‘백사청송(白沙靑松)의 고장’으로 만든 하동 송림도 19번 국도변에 위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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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도는 예로부터 ‘일점선도’(一點仙島)라 불릴 만큼 풍광이 수려한 섬인데, 해안선을 따라 두 개의 국도와 하나의 지방도로가 ‘8’자형을 이룬다. 이 도로들은 막히거나 겹치지 않는 순환도로이기 때문에 섬 전역을 둘러보기가 수월할 뿐 아니라 드라이브 코스로도 안성맞춤이다. 그러니 19번 국도만 고집스레 따라갈 필요는 없다. 특히 해안 드라이브 코스로는 1024번 지방도가 훨씬 더 유용하다. 여수만과 앵강만이 한눈에 조망되는 이 길에서는 남해의 때묻지 않은 자연과 남해 사람들의 남다른 근면성을 상징하는 계단식 논밭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