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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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언할 수 없는 기쁨의 아리아들…

  • < 전원경 기자 > winnie@ donga.com

    입력2004-10-04 15: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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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의 아리아들…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을 유명하게 만든 계기는 뭐니뭐니 해도 영화 ‘쇼생크 탈출’이다. 죄수 앤드루 두플레인(팀 로빈스)이 낡은 책 무더기 속에서 발견한 한 장의 음반. 그는 턴테이블과 마이크를 연결한 후 레코드를 튼다. 그 순간, 음악 한 줄기가 마치 투명한 나비처럼 교도소 하늘로 날아오른다. 그리고 뒤따라오는 모건 프리먼의 독백. “그때 쇼생크의 모두는 형언할 수 없는 자유를 느꼈다.”

    감옥의 높다란 벽마저 허물 듯했던 이 음악은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3막에서 백작부인과 수잔나가 부르는 ‘편지의 이중창’이다. ‘쇼생크 탈출’에서 이 곡을 연주한 이들은 소프라노 군둘라 야노비츠, 에디트 마티스와 ‘도이치 오페라 베를린’의 오케스트라다.

    바로 이 도이치 오페라 베를린이 5월21일부터 2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피가로의 결혼’을 공연한다. 외국 오페라단의 내한공연으로는 지난 1993년 바스티유오페라단의 ‘살로메’ 이후 9년 만의 일이다. 비록 ‘쇼생크 탈출’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에 삽입된 연주는 1968년에 녹음된 음반이지만 1912년에 설립된 도이치 오페라 베를린의 오랜 역사를 돌이켜보면, 한 세대 전이나 지금이나 그 연주의 질은 별로 다르지 않을 듯싶다.

    “‘피가로의 결혼’은 보기보다 어려운 오페라입니다. 음악 연주 시간이 3시간이 넘고, 연주되는 아리아도 30곡 가량 됩니다. 만약 오페라를 처음 보시는 분이라면 음악과 내용을 미리 알고 가시는 편이 좋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니까요.” 오페라 칼럼니스트 박종호씨의 말이다.

    그의 말마따나 ‘피가로의 결혼’은 상당히 길고 복잡한 오페라다. 무대는 17세기의 스페인. 알마비바 백작의 재단사 피가로와 백작부인의 하녀 수잔나는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바람둥이인 백작은 엉뚱하게도 영지 내의 신부가 결혼하면 영주가 결혼 첫날밤을 신부와 함께 보내야 한다는 중세시대의 ‘초야권’을 주장하려 한다. 한편 백작부인은 남편의 마음이 떠난 것을 알고 수심에 잠겨 있다. 기지 넘치는 피가로와 수잔나는 백작부인과 연합해 백작의 음모를 수포로 만드는 동시에 백작의 마음을 백작부인에게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 같은 내용을 파악하고 보면 ‘피가로의 결혼’은 대단히 매력적인 작품으로 변모한다. 장면 전환이 빠르고 활기찬 데다 모차르트 특유의 아름다운 앙상블과 중창이 쉴새없이 등장한다. 오페라 칼럼니스트 유형종씨는 “‘피가로의 결혼’은 전체적으로는 희극이지만 백작부인 등의 역할에서는 비극적인 면모가 드러난다. 오락적인 면과 서정적인 면모를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것이 이 작품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유씨는 “특히 전형적인 희극오페라의 면모를 보여주는 피가로-수잔나 커플과 품위와 서정성을 겸비한 백작-백작부인 커플의 음악적 대비를 눈여겨보라”고 조언한다.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의 아리아들…
    30여곡이나 되는 아리아 중에는 우리 귀에 익은 곡들이 많다. 피가로가 백작부인의 시동 케루비노를 전송하며 부르는 1막 끝의 ‘이제는 날지 못하리’, 2막에 등장하는 케루비노의 사랑 고백 ‘사랑의 괴로움 그대는 아는가’ 등 널리 알려진 걸작들을 제외하고도 백작부인의 아리아 ‘사랑을 주소서’(2막)와 ‘그리운 시절은 가고’(3막)는 모차르트가 작곡한 모든 아리아 중 가장 기품 넘치는 작품이다. 중창으로는 물론 ‘편지의 이중창’을 빼놓을 수 없다.

    ‘피가로의 결혼’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이 작품의 내면에 깔려 있는 진보적인 사상이다. 나폴레옹은 “프랑스 대혁명은 ‘피가로의 결혼’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평민이 귀족의 불합리한 관습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은 물론, 평민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우매한 귀족을 조롱하는 것도 18세기 당시로서는 대단히 파격적인 내용이었다. 이 같은 역사적인 배경을 미리 아는 것도 ‘피가로의 결혼’을 100% 즐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요소.

    이번 공연에서는 한국이 낳은 소프라노 신영옥이 여주인공인 수잔나 역을 맡는다. 신영옥이 국내 오페라 무대에 등장하는 것은 지난 93년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에 이어 9년 만이다. 신영옥은 “수잔나는 하녀이기 때문에 의상도 화려하지 않고 무대에서 옷을 나르고 청소를 하는 등 매우 바쁜 역할이다. 너무 예쁘기만 한 여주인공보다는 이처럼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도이치 오페라 베를린의 전설적인 연출자인 고(故) 괴츠 프리드리히의 1978년 프로덕션을 선보일 이번 공연은 신영옥 외에 요한 로이터, 윌리엄 쉬멜, 마리나 메셰레이코바, 오펠리아 살라 등이 주역으로 출연하며 지휘자 아셔 피시와 도이치 오페라 베를린의 오케스트라 48명, 합창단 25명이 함께 내한해 무대를 꾸민다. 총 4회 공연 중 신영옥은 21일과 24일에 출연한다(5월21일과 23, 24, 25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문의: 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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