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에서 한국인 여대생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와 관련, 주영 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는 대사관을 비판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대사를 교체하라’ ‘총영사는 물러나라’ 등 이번 사건에 대한 대사관의 초기 대응이 미진하며 교민보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는 질책이 대부분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중국에서 있었던 한국인 신모씨의 사형사건을 계기로 외교통상부가 재외국민 보호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후 터진 첫번째 사망사고다. 그러나 외교통상부의 약속은 공염불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40여일 만에 겨우 신원 확인
주영 한국대사관은 영국 중부의 노스요크셔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진효정씨(21)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 영국 경찰보다 더 늦었다. 또한 변사체가 발견된 현장에 가보지도 않고 현지 경찰의 연락만 기다리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프랑스에서 어학 연수중이던 진씨가 실종된 것은 지난해 10월 말. 주영 대사관은 11월21일 주프랑스 대사관으로부터 진씨의 입출국 사실을 확인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바로 그 다음날 사건 발생지인 영국의 노스요크셔 경찰이 주영 대사관에 변사체가 담겼던 한국제 가방에 대해 문의했다. 현지 경찰은 변사체의 신원이 한국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주영 한국대사관측은 보름이 지난 12월6일에야 영국 경찰에 가방에 대한 답변을 전달했다. 그러나 이미 영국 경찰은 하루 전날인 12월5일, 주한 영국대사관에 문의한 내용을 토대로 이 가방이 한국에서 제조된 점, 그리고 변사체의 추정 나이와 키 등 상세한 인상착의까지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사망자의 신원이 한국인일 가능성이 높아졌는데도 주영 대사관측은 사건 현장을 방문하지도 않았다. 주영 대사관측은 오히려 진씨의 부모가 외교통상부를 통해 주영 대사관에 인상착의를 통보한 후에야 이를 노스요크셔 경찰에 알려 확인을 요청하는 순서를 밟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1월 초에야 변사체의 신원이 진씨로 확인됐다. 영국 경찰로부터 가방에 대한 문의를 받은 지 40여일, 자세한 인상착의까지 발표된 후 한 달이 지나서였다. 진씨의 신원확인이 좀더 일찍 이뤄졌더라면 사건 수사도 그만큼 빨리 진전됐을 것이다.
중국에서 한국인 신모씨가 사형된 후인 지난해 11월7일, 주영 대사관은 대사 다음 서열인 김모 공사를 새로운 총영사로 맞이했다. 그러나 김모 공사는 진씨 사건 수사가 급박하게 돌아가던 12월 말 외교통상부 정기인사에서 승진해 지난 1월9일 서울로 돌아갔다. 주영 대사관이나 외교통상부가 재외국민 보호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아무리 정기인사라 해도 사건을 마무리하고 돌아갈 수 있도록 총영사에게 시간을 주는 것이 상식적인 일 처리 아니었을까? 사람을 늘려 사건처리를 도와줘도 모자라는 판에 사건처리 사령탑을 서울로 불러들인 처사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교민사회의 반응이다.
교민사고 담당자를 수습 도중 교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0년 12월 영국으로 영어 연수를 온 김모군(당시 19세)이 의문의 교통사고로 숨졌다. 당시 진모 영사가 담당 영국 경찰을 만나는 등 사건을 처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진모 영사도 사건이 종결되기 전인 2001년 2월 정기인사에서 교체됐다.
사건 초기의 미진한 대응 외에도 재외국민을 위한 법률구조 체제가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12월 초, 영국의 한 교포신문에는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한 연수생이 교포 변호사를 애타게 찾고 있다는 호소문이 실렸다. 피해자는 영국 경찰이 가해자인 영국 트럭운전자의 말을 토대로 사고조서를 꾸며 제대로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주영 한국대사관이 영국의 현지 법률회사와 계약을 맺고 있다면 초기 조서작성 단계에 변호사를 파견해 좀더 신속하게 교민을 도울 수 있었을 것이다.
케임브리지대학 전임강사 김기창 박사(41·법학)는 이 같은 문제의 해결책으로 영국 법률회사와 주영 한국대사관 간의 고문계약을 제시했다. 영국 각지에 지사가 있는 일정 규모의 법률회사와 대사관이 계약을 체결해, 현지에서 사고당한 교민이 대사관에 법률구조를 문의하면 대사관이 해당 법률회사를 소개해 주는 방식이다. 형편이 어려운 교민이나 영어 연수생의 경우는 대사관이 해당 법률회사에 일처리를 위탁하고 추후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김박사는 제안했다.
외교통상부는 중국에서의 한국인 사형사건 이후 재외국민 보호를 위한 여러 조치를 마련했다. 그러나 외교통상부의 조치 중 법률구조 부분은 외국에서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정부의 법률구조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한다고만 되어 있다. 이같이 미약한 조치라도 제대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예산확보 등 갖가지 문제가 산적해 있다.
2000년 12월 영어 연수생 김모군이 사망했을 때 일부 영국 교민이 대사관에 법률구조 방안을 건의했다. 당시 주영 한국대사관은 이 문제를 검토만 했을 뿐 아무런 해결 방안도 제시하지 않았다.
교민간의 보이지 않는 차별대우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대사관 차원의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은 유학생, 영어 연수생, 그리고 생업이 어려운 교민 등 법률회사의 도움을 받을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대사관 직원들은 주재 상사원, 교민회장단 등과는 정기모임을 가지면서도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서는 현장을 방문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외교통상부의 주요 기능은 국익 증진과 교민보호다. 그러나 진씨 사건에서 보듯 우리 대사관의 교민보호 조치는 아직 멀었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중국에서 있었던 한국인 신모씨의 사형사건을 계기로 외교통상부가 재외국민 보호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후 터진 첫번째 사망사고다. 그러나 외교통상부의 약속은 공염불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40여일 만에 겨우 신원 확인
주영 한국대사관은 영국 중부의 노스요크셔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진효정씨(21)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 영국 경찰보다 더 늦었다. 또한 변사체가 발견된 현장에 가보지도 않고 현지 경찰의 연락만 기다리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프랑스에서 어학 연수중이던 진씨가 실종된 것은 지난해 10월 말. 주영 대사관은 11월21일 주프랑스 대사관으로부터 진씨의 입출국 사실을 확인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바로 그 다음날 사건 발생지인 영국의 노스요크셔 경찰이 주영 대사관에 변사체가 담겼던 한국제 가방에 대해 문의했다. 현지 경찰은 변사체의 신원이 한국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주영 한국대사관측은 보름이 지난 12월6일에야 영국 경찰에 가방에 대한 답변을 전달했다. 그러나 이미 영국 경찰은 하루 전날인 12월5일, 주한 영국대사관에 문의한 내용을 토대로 이 가방이 한국에서 제조된 점, 그리고 변사체의 추정 나이와 키 등 상세한 인상착의까지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사망자의 신원이 한국인일 가능성이 높아졌는데도 주영 대사관측은 사건 현장을 방문하지도 않았다. 주영 대사관측은 오히려 진씨의 부모가 외교통상부를 통해 주영 대사관에 인상착의를 통보한 후에야 이를 노스요크셔 경찰에 알려 확인을 요청하는 순서를 밟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1월 초에야 변사체의 신원이 진씨로 확인됐다. 영국 경찰로부터 가방에 대한 문의를 받은 지 40여일, 자세한 인상착의까지 발표된 후 한 달이 지나서였다. 진씨의 신원확인이 좀더 일찍 이뤄졌더라면 사건 수사도 그만큼 빨리 진전됐을 것이다.
중국에서 한국인 신모씨가 사형된 후인 지난해 11월7일, 주영 대사관은 대사 다음 서열인 김모 공사를 새로운 총영사로 맞이했다. 그러나 김모 공사는 진씨 사건 수사가 급박하게 돌아가던 12월 말 외교통상부 정기인사에서 승진해 지난 1월9일 서울로 돌아갔다. 주영 대사관이나 외교통상부가 재외국민 보호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아무리 정기인사라 해도 사건을 마무리하고 돌아갈 수 있도록 총영사에게 시간을 주는 것이 상식적인 일 처리 아니었을까? 사람을 늘려 사건처리를 도와줘도 모자라는 판에 사건처리 사령탑을 서울로 불러들인 처사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교민사회의 반응이다.
교민사고 담당자를 수습 도중 교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0년 12월 영국으로 영어 연수를 온 김모군(당시 19세)이 의문의 교통사고로 숨졌다. 당시 진모 영사가 담당 영국 경찰을 만나는 등 사건을 처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진모 영사도 사건이 종결되기 전인 2001년 2월 정기인사에서 교체됐다.
사건 초기의 미진한 대응 외에도 재외국민을 위한 법률구조 체제가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12월 초, 영국의 한 교포신문에는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한 연수생이 교포 변호사를 애타게 찾고 있다는 호소문이 실렸다. 피해자는 영국 경찰이 가해자인 영국 트럭운전자의 말을 토대로 사고조서를 꾸며 제대로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주영 한국대사관이 영국의 현지 법률회사와 계약을 맺고 있다면 초기 조서작성 단계에 변호사를 파견해 좀더 신속하게 교민을 도울 수 있었을 것이다.
케임브리지대학 전임강사 김기창 박사(41·법학)는 이 같은 문제의 해결책으로 영국 법률회사와 주영 한국대사관 간의 고문계약을 제시했다. 영국 각지에 지사가 있는 일정 규모의 법률회사와 대사관이 계약을 체결해, 현지에서 사고당한 교민이 대사관에 법률구조를 문의하면 대사관이 해당 법률회사를 소개해 주는 방식이다. 형편이 어려운 교민이나 영어 연수생의 경우는 대사관이 해당 법률회사에 일처리를 위탁하고 추후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김박사는 제안했다.
외교통상부는 중국에서의 한국인 사형사건 이후 재외국민 보호를 위한 여러 조치를 마련했다. 그러나 외교통상부의 조치 중 법률구조 부분은 외국에서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정부의 법률구조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한다고만 되어 있다. 이같이 미약한 조치라도 제대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예산확보 등 갖가지 문제가 산적해 있다.
2000년 12월 영어 연수생 김모군이 사망했을 때 일부 영국 교민이 대사관에 법률구조 방안을 건의했다. 당시 주영 한국대사관은 이 문제를 검토만 했을 뿐 아무런 해결 방안도 제시하지 않았다.
교민간의 보이지 않는 차별대우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대사관 차원의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은 유학생, 영어 연수생, 그리고 생업이 어려운 교민 등 법률회사의 도움을 받을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대사관 직원들은 주재 상사원, 교민회장단 등과는 정기모임을 가지면서도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서는 현장을 방문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외교통상부의 주요 기능은 국익 증진과 교민보호다. 그러나 진씨 사건에서 보듯 우리 대사관의 교민보호 조치는 아직 멀었다는 게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