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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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나는 과대포장된 식물 정치인”

  •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4-11-09 15: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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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왔어?” 1월17일 서울시청 앞 프레지던트 호텔 9층 박지원 전 청와대정책기획수석 사무실. 기자를 본 박 전 수석의 일성(一聲)에 찬바람이 인다. 수석직을 사퇴한 지 2개월여. 다소 줄기는 했지만 정국과 관련한 그의 역할설은 여전하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그를 찾았지만 청하지 않은 ‘손님’이 썩 내키지 않는 투다.

    “어떻게 지내십니까?” 어색함을 풀려고 질문을 던졌다.

    “요즘 이 책 읽어.” 언뜻 비친 것은 조정래의 ‘한강’(漢江)이었다.

    “안색이 좋으십니다.” 다시 말을 붙였다. “쉬니까….” 역시 단답으로 응수한다.

    “검찰총장에 이명재 변호사가 임명됐습니다.” “….”



    “여권이 혼란스러운 것 같습니다. 위기대처 능력에도 문제가 있는 것 같고….” “나 정치 떠났어.”

    그도 무안했을까. 얼굴을 빤히 보는 기자에게 말을 잇는다. “그쪽(청와대와 정치 얘기인 듯)은 아예 신경 안 써.”

    TV 채널을 돌리던 손이 갑자기 멈췄다. “그만 가.” 몸을 반쯤 일으켰다. “너무 박대하시는 것 아닙니까. 커피라도 한잔 주시죠.” 다시 자리에 앉은 그가 여직원에게 커피를 청했다. 공세적 질문으로 작전을 바꿨다.

    “금단증상은 없습니까?” 권력 중심에 있던 사람이 자리에서 물러나면 한순간 평상심을 잃는다. 낙선 인사들이 특히 그렇다.

    “뭐… 한두 번도 아니고. 자신을 잘 다스려야지.”

    “정치권에서 역할설이 계속 나옵니다.”

    “나는 식물 정치인이야. 지금 내가 당내 특정인을 만나면 상대방이 ‘김심’(金心) 논란을 제기하지 않겠어?” “당내 행사(경선)가 끝나면 움직인다는 얘깁니까?”

    “그때는 야당이 문제 삼을 거야. 대통령 중립설 어쩌고 하면서.”

    “이 방 주인인 이영작 박사와 대선 플랜을 짠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 사람하고? (정치권) 사람들이 나를 과포(과대포장)하고 봐서 그래.” “윤태식 리스트에 여권 인사들이 다수 포함됐다고 합니다.”

    “나도 야당을 해봤지만 팩트(fact)를 가지고 말해야지.”

    그가 시계를 본다. 그만 일어나 달라는 무언의 메시지.

    정말 정치를 떠난 것인지, 정치를 떠났음을 가장한 것인지 시간이 지나면 밝혀질 일. 박 전 수석은 긴박한 정치 흐름과 관계없이 망중한(忙中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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