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합작영화 봇물 터졌다](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4/11/10/200411100500023_1.jpg)
영화 제목은 ‘서울’이지만 엄격히 따지면 이 영화는 한국인이 출연하는 일본 영화다. 일본의 도호(東寶)영화사가 약 8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했고, ‘러브레터’의 프로듀서 출신인 나사가와 마사히코가 메가폰을 잡았다. 그런데 최민수와 함께 주연을 맡은 나가세 토모야를 제외하면 모두 한국인 배우가 출연했고, 100% 국내에서 촬영했다. 또 ‘쉬리’의 정두홍 무술감독을 비롯해 특수효과, 미술 등을 담당했던 국내 스태프들과 일본의 액션대작 ‘화이트 아웃’의 스태프들이 공동으로 제작에 참여했다는 점도 특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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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한국의 베테랑 형사(최민수)와 일본의 신참 형사(나가세 토모야)가 우연히 은행 강탈 사건을 맡게 되면서 범인을 색출하는 과정을 그린 형사 액션물. 아시아 8개국 정상회담 개최를 앞둔 서울에서 현금 강탈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범인 호송차 한국에 온 일본 경시청 소속의 신참 형사 하야세가 수사에 합류한다. 다양한 사건 속에서 범인을 추적해 가는 동안, 언어 장벽과 관습 차이로 사사건건 부딪치던 김윤철(최민수)과 하야세 사이에는 국경을 넘어선 동료애가 싹트고 함께 범인들을 일망타진하는 시원한 결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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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갈등을 빚던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수용해 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처럼, 한국과 일본 사이의 영화교류 역시 최근 들어 범위가 확산되고 있다. 상대 국가 배우를 적극적으로 기용하고 현지 촬영을 늘리는가 하면, 상대 국가의 역사적·정치적 문제를 영화의 제재로 삼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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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합작영화는 이처럼 급물살을 타는 추세다. 올해 월드컵 공동개최로 양국간의 정서적 거리가 좁혀지고, 갈수록 커지는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라도 공동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일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 ‘영화시장의 확대’라는 측면에서도 분명 고무적인 현상이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는 남아 있다.
먼저 언어문제. 감독과 배우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을 때 이는 곧 영화의 질적 저하를 부른다. 또한 연기자가 다른 나라 언어를 구사하는 경우 대사가 부자연스러워 관객이 영화를 제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한국에서 절대적인 지명도가 있는 일본 배우가 아직 없고, 일본에서 절대적 지명도가 있는 한국 배우도 없는 지금 상황에서는 흥행을 보장받기도 어렵다. 영화 ‘서울’ 역시 이런 문제를 고스란히 안고 있었다. 허울뿐인 ‘합작’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