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반도체 매각 협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신국환 구조조정특별위원장의 휴대폰은 요즘 며칠째 주인과 ‘별거중’이다.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면 비서가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신위원장은 휴대폰을 사무실에 두고 나가거나 외부에서 이따금 전화로 연락사항을 체크하기만 한다는 것. 또 그동안의 행보에 대해 연막으로 일관하던 박종섭 하이닉스 반도체 사장은 1월21일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마이크론과의 협상을 위해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마이크론이 수정 제안해 온 32억 달러의 인수 가격을 놓고 구조조정특별위원회(이하 구조조정특위), 좁게는 채권단 내에서 거듭해 온 장고가 종착점에 다다랐다는 이야기다.
채권단과 구조조정특위가 장고를 거듭해온 32억 달러의 마이크론 제시 인수 가격은 협상 초기 논의된 수준에서 상당폭 뛰어오른 것이 사실이다. 얼마 전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이 분석한 바에 따르더라도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지난해 도시바의 미국 공장 한 곳을 인수할 때 현금 2억5000만 달러와 5010만 달러어치의 주식을 지급키로 한 만큼 이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하이닉스의 7개 팹(반도체 생산라인)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약 21억 달러 수준의 금액이 제시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마이크론의 가격 제시를 하이닉스 인수에 적극적인 의사표명을 한 것으로 속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마이크론은 신규 자금이 들지 않는 신주발행 방식으로 하이닉스 자산을 인수하기 때문에 인수 가격을 제시하는 데 따른 부담이 적을 수밖에 없고, 오히려 국내 채권단 입장에서는 향후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에 따라 판단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더 큰 고민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도체 애널리스트인 대우증권 전병서 조사부장은 “마이크론 입장에서는 가격을 조금 올려 헐값 인수에 따른 국내 여론 악화를 무마하기 위한 정도의 협상안을 제시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이를 받아들인 채권단 내에서는 수용 여부를 둘러싸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구조조정특위에서조차 ‘1월21일경에는 양해각서(MOU) 체결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는데도 양해각서 체결은커녕 이날 추가협상을 위해 박종섭 하이닉스 사장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마이크론이 제시한 32억 달러 수준이면 일단 수용 가능하다는 은행이 있는가 하면, 다수의 채권은행은 이를 선뜻 받아들이기에는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채권단의 입장이 갈리는 것은 참여 은행들의 대손충당금 비율에 따라 이해득실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이미 채권단 출자전환에 참여하지 않은 신한·국민 은행 등은 100% 수준의 대손충당금을 쌓아놓고 협상을 빨리 끝내자는 입장인 반면 산업·한빛·조흥·외환 은행 등 40% 정도의 충당금밖에 쌓지 않은 채권은행들은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들 4개 은행의 채권액은 총 채권액의 70% 수준으로 이들 은행이 반대하는 한 매각 협상이 타결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최근 들어 채권단 내에서조차 ‘이러다가 협상이 결렬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채권은행 한 관계자는 “투표로 간다고 될 일이 아닌 만큼 채권은행간의 이견을 조율하고 서로 협의, 양보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채권단 입장에서도 매각 협상 결렬보다는 최대한의 채권을 회수하는 것이 실리를 챙기는 것이기 때문에 협상이 깨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타협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채권단의 또 다른 관계자는 “채권단으로서는 대손충당금 비율뿐만 아니라 담보 설정 여부에 따라서도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고 말했다. 결국 동일한 이해관계를 갖는 몇몇 은행이 채권단 내부에서 일사불란한 행동통일을 하기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구조조정특별위원회 출범 후 이 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하이닉스에 대한 재무분석 작업을 벌였던 매킨지 컨설팅의 실사보고서조차 하이닉스의 자산가치에 대해 낮게 평가한 검토 의견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채권단과 하이닉스 관계자들을 애태우고 있는 형편이다. 하이닉스의 한 관계자는 “매킨지는 자산가치를 너무 낮게 보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 전개에 불만을 갖기는 채권단도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채권단 안팎에서는 하이닉스 사업 전체를 매각하는 방안이 새로운 협상안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처럼 메모리 분야만 매각할 경우 비메모리 분야 신설법인에 대한 생존보장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어차피 가격 재협상을 벌일 바에야 이를 함께 처리하는 ‘패키지 딜’(package deal) 방식도 검토해볼 만하다는 이야기다. 아직까지 마이크론은 비메모리 분야 잔존법인에 대해 20% 수준의 지분 참여만 제안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마이크론으로서도 비메모리 분야에서 한국 시장의 교두보를 확보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메모리+비메모리를 모두 포괄하는 한국 내 생산체제를 갖출 수도 있다는 점에서 ‘패키지 딜’은 가격만 잘 맞으면 귀가 솔깃할 법한 제안인 셈이다. 대우증권 전병서 조사부장은 “하이닉스로서는 소액주주들까지 나서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게 되면 이를 감당할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현실적 판단도 했을 법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하이닉스와 채권단 일부에서는 독자생존론이나 협상지연 전술을 펴는 이들도 있다. 물론 최근 잇따른 반도체 가격 인상과 주가 상승 움직임에 힘입은 것. 특히 하이닉스 주가의 움직임과 관련해서는 실제 반도체 수요 진작에 따른 수급 재료의 영향이라는 시각과 합병 재료에 따른 일시적 여파라는 시각도 대립하고 있다. 전자의 시각은 합병이 무산되더라도 주가의 상승 행진은 계속될 것이라는 인식을 깔고 있다는 점에서 유리한 가격협상을 위해서는 합병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고, 후자의 경우는 시간을 끈다고 해서 크게 유리한 것은 없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하이닉스 입장에서는 독자 생존이 불가능할 바에야 매각 협상을 빨리 마무리짓는 것이 오히려 나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하이닉스의 한 관계자는 “2002년 사업 계획을 모두 세워놓고도 하나도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대로 가면 신규 개발이나 제품 업그레이드는 꿈도 꾸지 못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어차피 독자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협상을 늦춘다고 해서 회사에 크게 도움될 것이 없다는 판단인 셈이다. 채권은행의 한 관계자도 “협상의 주도권은 채권단이 쥐고 있지만 하이닉스 스스로도 조기 타결을 원하는 상황까지 와버렸으니 의외로 문제 해결은 간단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해 조기 타결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이닉스 매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신국환 구조조정특별위원장도 취임 이후 여러 차례 ‘반도체 매각은 속도전’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시간을 끈다고 해서 별로 득 될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마지막 승부’를 위해 적진에 뛰어든 박종섭 사장이 어떤 보따리를 들고 귀국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채권단과 구조조정특위가 장고를 거듭해온 32억 달러의 마이크론 제시 인수 가격은 협상 초기 논의된 수준에서 상당폭 뛰어오른 것이 사실이다. 얼마 전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이 분석한 바에 따르더라도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지난해 도시바의 미국 공장 한 곳을 인수할 때 현금 2억5000만 달러와 5010만 달러어치의 주식을 지급키로 한 만큼 이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하이닉스의 7개 팹(반도체 생산라인)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약 21억 달러 수준의 금액이 제시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마이크론의 가격 제시를 하이닉스 인수에 적극적인 의사표명을 한 것으로 속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마이크론은 신규 자금이 들지 않는 신주발행 방식으로 하이닉스 자산을 인수하기 때문에 인수 가격을 제시하는 데 따른 부담이 적을 수밖에 없고, 오히려 국내 채권단 입장에서는 향후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에 따라 판단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더 큰 고민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도체 애널리스트인 대우증권 전병서 조사부장은 “마이크론 입장에서는 가격을 조금 올려 헐값 인수에 따른 국내 여론 악화를 무마하기 위한 정도의 협상안을 제시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이를 받아들인 채권단 내에서는 수용 여부를 둘러싸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구조조정특위에서조차 ‘1월21일경에는 양해각서(MOU) 체결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는데도 양해각서 체결은커녕 이날 추가협상을 위해 박종섭 하이닉스 사장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마이크론이 제시한 32억 달러 수준이면 일단 수용 가능하다는 은행이 있는가 하면, 다수의 채권은행은 이를 선뜻 받아들이기에는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채권단의 입장이 갈리는 것은 참여 은행들의 대손충당금 비율에 따라 이해득실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이미 채권단 출자전환에 참여하지 않은 신한·국민 은행 등은 100% 수준의 대손충당금을 쌓아놓고 협상을 빨리 끝내자는 입장인 반면 산업·한빛·조흥·외환 은행 등 40% 정도의 충당금밖에 쌓지 않은 채권은행들은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들 4개 은행의 채권액은 총 채권액의 70% 수준으로 이들 은행이 반대하는 한 매각 협상이 타결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최근 들어 채권단 내에서조차 ‘이러다가 협상이 결렬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채권은행 한 관계자는 “투표로 간다고 될 일이 아닌 만큼 채권은행간의 이견을 조율하고 서로 협의, 양보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채권단 입장에서도 매각 협상 결렬보다는 최대한의 채권을 회수하는 것이 실리를 챙기는 것이기 때문에 협상이 깨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타협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채권단의 또 다른 관계자는 “채권단으로서는 대손충당금 비율뿐만 아니라 담보 설정 여부에 따라서도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고 말했다. 결국 동일한 이해관계를 갖는 몇몇 은행이 채권단 내부에서 일사불란한 행동통일을 하기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구조조정특별위원회 출범 후 이 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하이닉스에 대한 재무분석 작업을 벌였던 매킨지 컨설팅의 실사보고서조차 하이닉스의 자산가치에 대해 낮게 평가한 검토 의견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채권단과 하이닉스 관계자들을 애태우고 있는 형편이다. 하이닉스의 한 관계자는 “매킨지는 자산가치를 너무 낮게 보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 전개에 불만을 갖기는 채권단도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채권단 안팎에서는 하이닉스 사업 전체를 매각하는 방안이 새로운 협상안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처럼 메모리 분야만 매각할 경우 비메모리 분야 신설법인에 대한 생존보장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어차피 가격 재협상을 벌일 바에야 이를 함께 처리하는 ‘패키지 딜’(package deal) 방식도 검토해볼 만하다는 이야기다. 아직까지 마이크론은 비메모리 분야 잔존법인에 대해 20% 수준의 지분 참여만 제안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마이크론으로서도 비메모리 분야에서 한국 시장의 교두보를 확보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메모리+비메모리를 모두 포괄하는 한국 내 생산체제를 갖출 수도 있다는 점에서 ‘패키지 딜’은 가격만 잘 맞으면 귀가 솔깃할 법한 제안인 셈이다. 대우증권 전병서 조사부장은 “하이닉스로서는 소액주주들까지 나서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게 되면 이를 감당할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현실적 판단도 했을 법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하이닉스와 채권단 일부에서는 독자생존론이나 협상지연 전술을 펴는 이들도 있다. 물론 최근 잇따른 반도체 가격 인상과 주가 상승 움직임에 힘입은 것. 특히 하이닉스 주가의 움직임과 관련해서는 실제 반도체 수요 진작에 따른 수급 재료의 영향이라는 시각과 합병 재료에 따른 일시적 여파라는 시각도 대립하고 있다. 전자의 시각은 합병이 무산되더라도 주가의 상승 행진은 계속될 것이라는 인식을 깔고 있다는 점에서 유리한 가격협상을 위해서는 합병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고, 후자의 경우는 시간을 끈다고 해서 크게 유리한 것은 없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하이닉스 입장에서는 독자 생존이 불가능할 바에야 매각 협상을 빨리 마무리짓는 것이 오히려 나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하이닉스의 한 관계자는 “2002년 사업 계획을 모두 세워놓고도 하나도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대로 가면 신규 개발이나 제품 업그레이드는 꿈도 꾸지 못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어차피 독자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협상을 늦춘다고 해서 회사에 크게 도움될 것이 없다는 판단인 셈이다. 채권은행의 한 관계자도 “협상의 주도권은 채권단이 쥐고 있지만 하이닉스 스스로도 조기 타결을 원하는 상황까지 와버렸으니 의외로 문제 해결은 간단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해 조기 타결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이닉스 매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신국환 구조조정특별위원장도 취임 이후 여러 차례 ‘반도체 매각은 속도전’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시간을 끈다고 해서 별로 득 될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마지막 승부’를 위해 적진에 뛰어든 박종섭 사장이 어떤 보따리를 들고 귀국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