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상상의 세계’ 영화로 충실한 재현](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4/11/10/200411100500029_1.jpg)
지루하다는 쪽은 3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에 미완결 구조(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은 마지막 장면에서 허탈하다), 눈을 즐겁게 하는 스펙터클한 장면들도 결국 ‘절대반지 앞에서 흔들리는 선과 악의 경계’라는 주제를 동어반복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반면 열광하는 쪽은 아무래도 원작소설 팬들이다. 그들은 어차피 다 아는 내용이기 때문에 영화의 줄거리가 단순하고 등장인물의 성격묘사가 부실한 점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대신 소설을 읽으며 홀로 구축해 온 상상의 세계가 어떻게 영상으로 재현됐는지 확인하고 싶어 극장으로 달려간다. 영화 ‘반지의 제왕’은 적어도 그런 독자들(혹은 관객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영화를 본 뒤 다시 소설 ‘반지의 제왕’을 집어들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상 놓쳐버린 혹은 처음부터 포기한 미묘한 갈등구조와 지루하리만큼 섬세한 장면 묘사를 음미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소설 속 ‘상상의 세계’ 영화로 충실한 재현](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4/11/10/200411100500029_2.jpg)
무엇보다 책을 읽는 동안 줄곧 소설을 영상으로 옮겨보는 즐거운 상상에 빠지곤 했다. 하지만 상상의 캐스팅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마지막 귀매족(고리골)으로 몸속에 이무기가 봉인돼 있는 여인 제강은 누가 맡을까? 도사로서 반신의 반열에 올랐으며 실제 나이는 1200세지만 겉모습은 20대 청년인 도홍경은? 그리스 신화에 비교하면 아폴론의 이미지에 강한 마성(魔性)을 지닌 동악대제는? 이런 즐거운 상상 끝에 내린 결론은 도저히 영화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설픈 영상이 소설의 환상을 깨뜨릴까 겁나기 때문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은 그나마 가장 충실하게 소설을 재현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