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창을 두드리는 거센 눈보라가 보통이 아니다. 홋카이도는 격정적인 것일까. 지난 1월9일 인천공항에서 10시에 출발한 비행기가 목적지 홋카이도 뉴치토세 공항에 도착한 것은 12시30분. 짐을 챙긴 방문객들에게 설국(雪國) 홋카이도는 두 가지 잔영과 함께 다가온다. 조성모의 뮤직비디오 ‘가시나무’와 영화 ‘러브레터’. 이 거친 홋카이도 어디에 비애(悲愛)가 숨어 있는 것일까.
목적지 사호로(신도쿠역)까지는 밀려드는 잔상을 뒤로하고 150km(1시간30분)를 더 달려야 한다. 지루할 듯한 여정이지만 사실은 그 반대. 미나미 치토세역에서 탄 특급열차 밖으로 눈보라가 휘몰아친다. 갑자기 굵어진 눈발은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지향점 없이 마구 날린다. 그 뒤로 펼쳐진 설원은 때로는 푸근함으로, 때로는 이해 못할 중압감으로 방문객을 압도한다. 그제서야 의문이 풀린다. 홋카이도는 격정이 아니라 정(靜)의 색깔이었음을.
한숨 자고 일어나도 창 밖 풍경은 그대로다. 눈과 나무, 그리고 드문드문 삼각형의 집들. 가도가도 그 모습 그대로다. 신도쿠역에서 또다시 눈길을 따라 버스로 15분. 병풍처럼 둘러싸인 숲을 헤치고 나면 ‘클럽메드’의 리조트가 고개를 빠끔히 내민다. 번잡한 현실세계와의 단절은 그렇게 긴 여정을 필요로 했다.
산(1059m)은 온통 스키 천국이다. 멀리서는 높지 않아 보이지만 결코 만만치 않다. 한 해 최고 6m가 넘는 눈이 내리는 곳. 높지 않되 만만치 않은 사호로산은 그 눈을 모두 가슴에 안고 방문객을 맞는다.
대자연의 넉넉함이 어우러진 스키장은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초급(6개), 중급(4개) 상급자용(6개) 등 16개의 슬로프가 웅장하다. 3km를 내려와야 끝이 보이기도 하고 공포감을 자아내는 깎아지른 절벽 슬로프도 눈길을 끈다. 스키를 처음 타거나 초보라고 주눅 들 필요는 없다. 일본, 프랑스, 호주 등 각국에서 온 강사들(30명)이 스키의 ‘ABC’를 가르쳐준다. 운동신경이 둔하더라도 이틀만 강사들을 따라다니면 ‘초급’ 코스는 뗄 수 있다. 이곳 초급은 한국의 중급 수준. 2~3시간 눈밭을 헤매다 보면 스키장과 호흡을 같이할 수 있다.
슬로프 폭은 넓고 붐비지 않는다. 리프트를 타기 위해 몇 십분 동안 줄을 서는 불편은 먼 나라 얘기. 시간만 잘 선택하면 슬로프 하나를 혼자서 차지하는 ‘제왕스키’의 행운도 맛볼 수 있다. 그 흔한 게이트(Gate)도 없다. 앞과 옆 어디로 달려도 슬로프와 연결된다.
스키에 심신이 지치면 무성한 침엽수림에 핀 설화(雪花)를 잠시 감상해도 무방하다. 산 정상부터 줄지어서 선 자작나무, 삼나무 사이로 시도 때도 없이 내린 눈은 그럴싸한 눈꽃을 만개해 놓고 방문객들을 유혹한다. 그래도 몸이 풀리지 않을 땐 또 다른 세상을 찾으면 그만이다. 눈 내리는 야외의 뜨거운 온천욕(카나다식 온천) 정도면 웬만한 피로는 해결될 터. 스키 마니아라면 야간 스키도 시도해 봄직하다. 흰 눈이 떨군 불씨가 형형색색의 가로등으로 피어나 길잡이로 따라나선다.
어둠이 내리는 밤시간이면 GO(Gentle Organizer·클럽메드 직원)들은 엔터테이너로 새로운 변신을 한다. 공연장에서 춤추는 친구는 스키 대여소 담당자고 노래 부르는 친구는 룸 서비스 담당자다. 프로에 가까운 마술을 하는 사람도 눈여겨보면 스키장에서 만났던 강사임을 알 수 있다.
유럽에서부터 동남아, 미국 등 언어와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이 ‘친구’가 되는 것도 바로 이 시각. GO들이 알게 모르게 이들을 대화의 장(場)으로 인도한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큰 걱정은 없다. 바(bar)와 페치카 앞에 선 이방인들의 생맥주 한잔이면 사호로의 겨울을 녹이는 데 부족함이 없다.
돌아오는 길, 뭔가 찜찜하면 삿포로시 관광을 빼먹은 탓일 게다. 삿포로의 눈과 얼음 축제(2월5일부터)가 추억거리로 그만이다. 삿포로 맥주가 주당들의 미각을 자극하고도 남는다. 라면과 게요리도 삿포로의 명물. 요코초 라면 거리에 가면 삿포로 라면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1876년 설립된 홋카이도 대학, 삿포로 맥주 박물관, 후도키 시장도 들러볼 만한 명소. 반환점을 돌고 가는 겨울에 아쉬움을 느낀다면 더 늦기 전에 길을 떠날 일이다(문의: 클럽메드 02-3452-0123).
목적지 사호로(신도쿠역)까지는 밀려드는 잔상을 뒤로하고 150km(1시간30분)를 더 달려야 한다. 지루할 듯한 여정이지만 사실은 그 반대. 미나미 치토세역에서 탄 특급열차 밖으로 눈보라가 휘몰아친다. 갑자기 굵어진 눈발은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지향점 없이 마구 날린다. 그 뒤로 펼쳐진 설원은 때로는 푸근함으로, 때로는 이해 못할 중압감으로 방문객을 압도한다. 그제서야 의문이 풀린다. 홋카이도는 격정이 아니라 정(靜)의 색깔이었음을.
한숨 자고 일어나도 창 밖 풍경은 그대로다. 눈과 나무, 그리고 드문드문 삼각형의 집들. 가도가도 그 모습 그대로다. 신도쿠역에서 또다시 눈길을 따라 버스로 15분. 병풍처럼 둘러싸인 숲을 헤치고 나면 ‘클럽메드’의 리조트가 고개를 빠끔히 내민다. 번잡한 현실세계와의 단절은 그렇게 긴 여정을 필요로 했다.
산(1059m)은 온통 스키 천국이다. 멀리서는 높지 않아 보이지만 결코 만만치 않다. 한 해 최고 6m가 넘는 눈이 내리는 곳. 높지 않되 만만치 않은 사호로산은 그 눈을 모두 가슴에 안고 방문객을 맞는다.
대자연의 넉넉함이 어우러진 스키장은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초급(6개), 중급(4개) 상급자용(6개) 등 16개의 슬로프가 웅장하다. 3km를 내려와야 끝이 보이기도 하고 공포감을 자아내는 깎아지른 절벽 슬로프도 눈길을 끈다. 스키를 처음 타거나 초보라고 주눅 들 필요는 없다. 일본, 프랑스, 호주 등 각국에서 온 강사들(30명)이 스키의 ‘ABC’를 가르쳐준다. 운동신경이 둔하더라도 이틀만 강사들을 따라다니면 ‘초급’ 코스는 뗄 수 있다. 이곳 초급은 한국의 중급 수준. 2~3시간 눈밭을 헤매다 보면 스키장과 호흡을 같이할 수 있다.
슬로프 폭은 넓고 붐비지 않는다. 리프트를 타기 위해 몇 십분 동안 줄을 서는 불편은 먼 나라 얘기. 시간만 잘 선택하면 슬로프 하나를 혼자서 차지하는 ‘제왕스키’의 행운도 맛볼 수 있다. 그 흔한 게이트(Gate)도 없다. 앞과 옆 어디로 달려도 슬로프와 연결된다.
스키에 심신이 지치면 무성한 침엽수림에 핀 설화(雪花)를 잠시 감상해도 무방하다. 산 정상부터 줄지어서 선 자작나무, 삼나무 사이로 시도 때도 없이 내린 눈은 그럴싸한 눈꽃을 만개해 놓고 방문객들을 유혹한다. 그래도 몸이 풀리지 않을 땐 또 다른 세상을 찾으면 그만이다. 눈 내리는 야외의 뜨거운 온천욕(카나다식 온천) 정도면 웬만한 피로는 해결될 터. 스키 마니아라면 야간 스키도 시도해 봄직하다. 흰 눈이 떨군 불씨가 형형색색의 가로등으로 피어나 길잡이로 따라나선다.
어둠이 내리는 밤시간이면 GO(Gentle Organizer·클럽메드 직원)들은 엔터테이너로 새로운 변신을 한다. 공연장에서 춤추는 친구는 스키 대여소 담당자고 노래 부르는 친구는 룸 서비스 담당자다. 프로에 가까운 마술을 하는 사람도 눈여겨보면 스키장에서 만났던 강사임을 알 수 있다.
유럽에서부터 동남아, 미국 등 언어와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이 ‘친구’가 되는 것도 바로 이 시각. GO들이 알게 모르게 이들을 대화의 장(場)으로 인도한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큰 걱정은 없다. 바(bar)와 페치카 앞에 선 이방인들의 생맥주 한잔이면 사호로의 겨울을 녹이는 데 부족함이 없다.
돌아오는 길, 뭔가 찜찜하면 삿포로시 관광을 빼먹은 탓일 게다. 삿포로의 눈과 얼음 축제(2월5일부터)가 추억거리로 그만이다. 삿포로 맥주가 주당들의 미각을 자극하고도 남는다. 라면과 게요리도 삿포로의 명물. 요코초 라면 거리에 가면 삿포로 라면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1876년 설립된 홋카이도 대학, 삿포로 맥주 박물관, 후도키 시장도 들러볼 만한 명소. 반환점을 돌고 가는 겨울에 아쉬움을 느낀다면 더 늦기 전에 길을 떠날 일이다(문의: 클럽메드 02-3452-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