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이식용 돼지’ 생산을 놓고 선두 다툼을 벌여온 미국과 영국의 바이오 벤처기업이 지난 주 골인점을 통과했다고 거의 동시에 발표했다. 미국 미주리대학과 다국적 제약기업 노바티스가 설립한 ‘이머지 바이오 세러퓨틱스’ 연구진은 인체에 이식할 경우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제거한 복제돼지 4마리를 지난해 9∼10월 탄생시켜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고 권위 있는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1월4일자에 밝혔다.
또한 복제양 돌리를 만든 영국 스코틀랜드의 생명공학회사 PPL 세러퓨틱스도 1월2일 이 유전자를 제거한 복제돼지 5마리를 크리스마스 때 탄생시켰다고 발표했다. 연구책임자인 앨런 콜먼 박사는 우선 당뇨병 환자들에게 돼지 췌장의 인슐린 생산 세포를 이식하는 임상실험을 4년 안에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연구팀에는 강원대 수의학과 정희태 교수가 미주리대학 객원교수로, 농업진흥청 축산기술연구소 임기순 박사가 국제 공동연구로, 그리고 박광욱 박사가 미주리대학 연구원으로 참여했다. 정희태 교수는 “돼지 세포의 핵에서 인체 내에서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GGTA1)를 찾아내 그 기능을 정지시킨 뒤 이 세포를 핵을 미리 제거한 난자와 융합해 복제돼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돼지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면 인간 면역체계가 만들어내는 항체가 돼지 장기 세포의 표면에 있는 당 성분과 결합하면서 강한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하지만 이번에 태어난 복제돼지들은 이 당 성분을 만드는 유전자가 없기 때문에 장기를 떼어내 인체에 이식해도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
돼지는 사람과 장기의 크기가 비슷하다. 또 새끼를 많이 낳는 데다 사육기간이 짧아 가장 유력한 장기 이식용 동물로 꼽혀왔다. 하지만 이번에 두 회사가 복제한 9마리의 돼지는 모두 암컷. 만일 수컷을 복제하는 데 성공한다면 굳이 어려운 복제방법을 쓰지 않고도 복제암컷과 복제수컷을 교배해 ‘장기 이식용 돼지’를 무한정 만들어낼 수 있다.
동물 장기 이식은 1905년 이후 여러 차례 시도돼 왔다.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82명이 침팬지, 원숭이, 돼지, 염소 등 동물의 장기와 조직을 이식받았지만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면 인체의 면역체계가 항체를 만들어내 이물질을 파괴한다. 이런 거부반응 때문에 이식한 부위가 괴사해 결국 사람도 죽게 된다.
전문가들은 동물 장기 이식의 안전성이 입증돼 이식을 하려면 적어도 4∼5년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 가장 좋은 장기 이식 방법은 사람간의 이식이다. 특히 1970년대 인체 면역기능을 억제하는 사이클로스포린이란 의약품이 등장하면서 사람간의 장기 이식 성공률이 매우 높아졌다. 신장을 이식받은 사람 가운데 25년 이상 살고 있는 사람도 있다.
우리나라도 장기 이식 수술 후 5년 생존율이 신장의 경우 90%나 된다. 또 심장 이식 환자는 76%, 간은 66%, 췌장은 65%, 폐 이식은 33%가 5년 동안 생존했다. 이식이 보편화되면서 장기 수요는 크게 늘고 있지만 공급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국립의료원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는 8000여명이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지만, 지난해 살아 있는 사람 또는 뇌사자에게서 신장, 간장, 심장, 췌장, 각막 등을 이식받은 환자는 1781명에 불과했다. 장기 부족으로 매년 대기자 명단이 1000명 이상씩 늘고, 장기 밀매가 성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나 외국이나 동물 장기 이식에 기대를 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서로 다른 동물들간에 장기를 이식하는 이종간 장기 이식(Xenotrans plantation)에는 이종간 감염(Xenosis)이란 무서운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자신이 좋아하는 숙주 동물에만 전염한다. 이를 ‘숙주 특이성’이라고 한다. 하지만 어떤 바이러스는 예외적으로 여러 동물을 숙주로 삼는다. 이들 가운데는 동물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지만 사람에게는 해를 끼치는 것도 있다. 짧은꼬리원숭이의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원숭이에게는 해가 없지만 사람에게는 치명적이다.
돼지는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는 수십종의 전염병을 갖고 있다. 1918년 유럽에서 30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돼지 독감’은 바이러스 구조의 유사성으로 볼 때 돼지에게서 사람에게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에이즈 바이러스도 1950년대 말 원숭이와 사람의 접촉에서 유래해 오랜 동안 잠복했다 1981년 처음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유럽에서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은 사람들이 인간 광우병에 걸린 것도 비슷한 사례다.
이번에 미국 연구팀은 돼지 레트로바이러스가 인체에 감염되지 않는다는 것을 시험관 배양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돼지 레트로바이러스(PERVs)는 사람과 쥐를 감염시킨다는 사실이 최근의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돼지 레트로바이러스는 숙주인 돼지에게는 해가 없지만,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또한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하버드의대 교수들이 이종간 장기 이식을 둘러싼 논란이 해소될 때까지 임상실험을 중단하는 모라토리엄을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의사와 단체들이 동물 장기 이식에 반대하기 위해 1998년 결성한 단체인 ‘책임 있는 이식 캠페인’(CRT)은 동물 장기 이식보다 인체 장기 이식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방법이 더 확실하고 안전한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인류는 바이러스와 싸우면서 면역체계를 진화시켜 왔다. 하지만 동물의 바이러스와 싸워본 경험은 별로 없다. 따라서 인체의 면역체계는 동물의 바이러스에 무방비 상태일 수밖에 없고, 일단 감염될 경우 급속히 확산될 위험이 크다. 동물 장기 이식에 환자와 의사만의 합의가 아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복제양 돌리를 만든 영국 스코틀랜드의 생명공학회사 PPL 세러퓨틱스도 1월2일 이 유전자를 제거한 복제돼지 5마리를 크리스마스 때 탄생시켰다고 발표했다. 연구책임자인 앨런 콜먼 박사는 우선 당뇨병 환자들에게 돼지 췌장의 인슐린 생산 세포를 이식하는 임상실험을 4년 안에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연구팀에는 강원대 수의학과 정희태 교수가 미주리대학 객원교수로, 농업진흥청 축산기술연구소 임기순 박사가 국제 공동연구로, 그리고 박광욱 박사가 미주리대학 연구원으로 참여했다. 정희태 교수는 “돼지 세포의 핵에서 인체 내에서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GGTA1)를 찾아내 그 기능을 정지시킨 뒤 이 세포를 핵을 미리 제거한 난자와 융합해 복제돼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돼지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면 인간 면역체계가 만들어내는 항체가 돼지 장기 세포의 표면에 있는 당 성분과 결합하면서 강한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하지만 이번에 태어난 복제돼지들은 이 당 성분을 만드는 유전자가 없기 때문에 장기를 떼어내 인체에 이식해도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
돼지는 사람과 장기의 크기가 비슷하다. 또 새끼를 많이 낳는 데다 사육기간이 짧아 가장 유력한 장기 이식용 동물로 꼽혀왔다. 하지만 이번에 두 회사가 복제한 9마리의 돼지는 모두 암컷. 만일 수컷을 복제하는 데 성공한다면 굳이 어려운 복제방법을 쓰지 않고도 복제암컷과 복제수컷을 교배해 ‘장기 이식용 돼지’를 무한정 만들어낼 수 있다.
동물 장기 이식은 1905년 이후 여러 차례 시도돼 왔다.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82명이 침팬지, 원숭이, 돼지, 염소 등 동물의 장기와 조직을 이식받았지만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면 인체의 면역체계가 항체를 만들어내 이물질을 파괴한다. 이런 거부반응 때문에 이식한 부위가 괴사해 결국 사람도 죽게 된다.
전문가들은 동물 장기 이식의 안전성이 입증돼 이식을 하려면 적어도 4∼5년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 가장 좋은 장기 이식 방법은 사람간의 이식이다. 특히 1970년대 인체 면역기능을 억제하는 사이클로스포린이란 의약품이 등장하면서 사람간의 장기 이식 성공률이 매우 높아졌다. 신장을 이식받은 사람 가운데 25년 이상 살고 있는 사람도 있다.
우리나라도 장기 이식 수술 후 5년 생존율이 신장의 경우 90%나 된다. 또 심장 이식 환자는 76%, 간은 66%, 췌장은 65%, 폐 이식은 33%가 5년 동안 생존했다. 이식이 보편화되면서 장기 수요는 크게 늘고 있지만 공급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국립의료원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는 8000여명이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지만, 지난해 살아 있는 사람 또는 뇌사자에게서 신장, 간장, 심장, 췌장, 각막 등을 이식받은 환자는 1781명에 불과했다. 장기 부족으로 매년 대기자 명단이 1000명 이상씩 늘고, 장기 밀매가 성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나 외국이나 동물 장기 이식에 기대를 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서로 다른 동물들간에 장기를 이식하는 이종간 장기 이식(Xenotrans plantation)에는 이종간 감염(Xenosis)이란 무서운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자신이 좋아하는 숙주 동물에만 전염한다. 이를 ‘숙주 특이성’이라고 한다. 하지만 어떤 바이러스는 예외적으로 여러 동물을 숙주로 삼는다. 이들 가운데는 동물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지만 사람에게는 해를 끼치는 것도 있다. 짧은꼬리원숭이의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원숭이에게는 해가 없지만 사람에게는 치명적이다.
돼지는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는 수십종의 전염병을 갖고 있다. 1918년 유럽에서 30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돼지 독감’은 바이러스 구조의 유사성으로 볼 때 돼지에게서 사람에게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에이즈 바이러스도 1950년대 말 원숭이와 사람의 접촉에서 유래해 오랜 동안 잠복했다 1981년 처음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유럽에서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은 사람들이 인간 광우병에 걸린 것도 비슷한 사례다.
이번에 미국 연구팀은 돼지 레트로바이러스가 인체에 감염되지 않는다는 것을 시험관 배양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돼지 레트로바이러스(PERVs)는 사람과 쥐를 감염시킨다는 사실이 최근의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돼지 레트로바이러스는 숙주인 돼지에게는 해가 없지만,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또한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하버드의대 교수들이 이종간 장기 이식을 둘러싼 논란이 해소될 때까지 임상실험을 중단하는 모라토리엄을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의사와 단체들이 동물 장기 이식에 반대하기 위해 1998년 결성한 단체인 ‘책임 있는 이식 캠페인’(CRT)은 동물 장기 이식보다 인체 장기 이식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방법이 더 확실하고 안전한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인류는 바이러스와 싸우면서 면역체계를 진화시켜 왔다. 하지만 동물의 바이러스와 싸워본 경험은 별로 없다. 따라서 인체의 면역체계는 동물의 바이러스에 무방비 상태일 수밖에 없고, 일단 감염될 경우 급속히 확산될 위험이 크다. 동물 장기 이식에 환자와 의사만의 합의가 아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