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페는 가을의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자라섬재즈)과 한국 재즈 페스티벌을 양분해왔다. 차이가 있다면 역시 분위기일 것이다. 재즈계열 아티스트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자라섬재즈에 비해 서재페는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이 무대에 선다. 올해만 해도 레드푸, 플라잉 로터스 같은 일렉트로닉 뮤지션은 물론 루퍼스 웨인라이트, 코린 베일리 래 같은 팝 싱어송라이터도 함께했다. 빈티지 트러블 등 록밴드와 에피톤 프로젝트, 방백 등 재즈 외 음악을 들려주는 음악가들도 무대를 꾸몄다.
그럼에도 서재페를 망설임 없이 재즈페스티벌이라 부르는 이유는 이 페스티벌의 대주주가 엄연히 재즈이기 때문이다. 메인 스테이지 헤드라이너가 재즈 뮤지션이 아닌 적이 없었고, 여전히 재즈가 라인업 다수를 차지한다. 재즈라는 단어가 한국 사회에서 갖고 있는 여러 의미와 본질이 함께 작용하고, 그 외 장르들이 페스티벌로서의 기능을 살찌우면서 서재페는 10년간 성장하고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올해 공연 중 가장 기대된 건 역시 5월 28일 헤드라이너였던 팻 메스니였다. 기타 신시사이저라는 악기로 만들어내는 신비한 음색, 유려하고 서정적인 멜로디로 퓨전재즈를 대표하는 그는 국내 음악계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동아기획, 하나음악 등 1980년대 한국 음악계의 한 지류에서 그의 존재감은 절대적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연히 내한공연도 몇 차례 가졌지만 야외에서는 처음이었다.
해가 완전히 기운 오후 8시반 팻 메스니가 무대에 올라왔다. 뻥 뚫린 무대 뒤로는 푸른 나무들이 조명을 머금고 있었다. 낮의 무더위가 물러간 뒤 약간은 쌀쌀한, 반팔과 긴팔의 사이쯤 되는 밤은 모든 게 좋았다. 잔디밭을 팻 메스니의 기타 멜로디가 물들였다. 저 멀리 흉물 같은 롯데타워만 빼고는 모든 게 좋아졌다. 하늘의 달도 구경하러 내려왔는지 자리를 비웠다. 한국 팬들을 배려해서였을까. 이번 공연에서 그는 유명곡 위주로 연주했다. 누군가는 숨죽여 귀를 기울였고, 누군가는 미세한 그루브를 놓치지 않고 몸을 살랑거렸다. 모두 즐거웠다. 앙코르로 연주한 ‘Are You Going With Me?’는 그 즐거움의 절정이었다.

일요일 밤 10시, 모든 공연이 끝난 후 서울 지하철 5호선 올림픽공원역은 손에 페스티벌 팔찌를 두른 이들로 가득 찼다. 삼삼오오 모여 가장 좋았던 공연을 이야기하는 지하철 역사는 분명 아직도 페스티벌 중이었다. 1년 중 몇 번 만날 수 없는 음악의 밤이었다. 올림픽공원에 재즈가 울릴 때, 여름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