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무더위가 낮을 지배하던 5월 마지막 주말,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는 하루 종일 재즈가 햇빛과 살을 비볐다. 페스티벌 시즌의 서막을 여는 2016 서울재즈페스티벌이 27일부터 사흘간 열린 것이다. 팬들 사이에서 흔히 ‘서재페’라 부르는 이 페스티벌은 올해로 벌써 10회째, 봄과 여름이 교차하는 시점에 열렸다. 하지만 올해는 유독 더워서 메인 스테이지가 설치된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은 이른 아침부터 그늘을 차지하려는 돗자리 부대의 경쟁이 치열했다.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페스티벌 풍경이다.
서재페는 가을의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자라섬재즈)과 한국 재즈 페스티벌을 양분해왔다. 차이가 있다면 역시 분위기일 것이다. 재즈계열 아티스트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자라섬재즈에 비해 서재페는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이 무대에 선다. 올해만 해도 레드푸, 플라잉 로터스 같은 일렉트로닉 뮤지션은 물론 루퍼스 웨인라이트, 코린 베일리 래 같은 팝 싱어송라이터도 함께했다. 빈티지 트러블 등 록밴드와 에피톤 프로젝트, 방백 등 재즈 외 음악을 들려주는 음악가들도 무대를 꾸몄다.
그럼에도 서재페를 망설임 없이 재즈페스티벌이라 부르는 이유는 이 페스티벌의 대주주가 엄연히 재즈이기 때문이다. 메인 스테이지 헤드라이너가 재즈 뮤지션이 아닌 적이 없었고, 여전히 재즈가 라인업 다수를 차지한다. 재즈라는 단어가 한국 사회에서 갖고 있는 여러 의미와 본질이 함께 작용하고, 그 외 장르들이 페스티벌로서의 기능을 살찌우면서 서재페는 10년간 성장하고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올해 공연 중 가장 기대된 건 역시 5월 28일 헤드라이너였던 팻 메스니였다. 기타 신시사이저라는 악기로 만들어내는 신비한 음색, 유려하고 서정적인 멜로디로 퓨전재즈를 대표하는 그는 국내 음악계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동아기획, 하나음악 등 1980년대 한국 음악계의 한 지류에서 그의 존재감은 절대적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연히 내한공연도 몇 차례 가졌지만 야외에서는 처음이었다.
해가 완전히 기운 오후 8시반 팻 메스니가 무대에 올라왔다. 뻥 뚫린 무대 뒤로는 푸른 나무들이 조명을 머금고 있었다. 낮의 무더위가 물러간 뒤 약간은 쌀쌀한, 반팔과 긴팔의 사이쯤 되는 밤은 모든 게 좋았다. 잔디밭을 팻 메스니의 기타 멜로디가 물들였다. 저 멀리 흉물 같은 롯데타워만 빼고는 모든 게 좋아졌다. 하늘의 달도 구경하러 내려왔는지 자리를 비웠다. 한국 팬들을 배려해서였을까. 이번 공연에서 그는 유명곡 위주로 연주했다. 누군가는 숨죽여 귀를 기울였고, 누군가는 미세한 그루브를 놓치지 않고 몸을 살랑거렸다. 모두 즐거웠다. 앙코르로 연주한 ‘Are You Going With Me?’는 그 즐거움의 절정이었다.
일요일 밤 10시, 모든 공연이 끝난 후 서울 지하철 5호선 올림픽공원역은 손에 페스티벌 팔찌를 두른 이들로 가득 찼다. 삼삼오오 모여 가장 좋았던 공연을 이야기하는 지하철 역사는 분명 아직도 페스티벌 중이었다. 1년 중 몇 번 만날 수 없는 음악의 밤이었다. 올림픽공원에 재즈가 울릴 때, 여름이 온다.
서재페는 가을의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자라섬재즈)과 한국 재즈 페스티벌을 양분해왔다. 차이가 있다면 역시 분위기일 것이다. 재즈계열 아티스트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자라섬재즈에 비해 서재페는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이 무대에 선다. 올해만 해도 레드푸, 플라잉 로터스 같은 일렉트로닉 뮤지션은 물론 루퍼스 웨인라이트, 코린 베일리 래 같은 팝 싱어송라이터도 함께했다. 빈티지 트러블 등 록밴드와 에피톤 프로젝트, 방백 등 재즈 외 음악을 들려주는 음악가들도 무대를 꾸몄다.
그럼에도 서재페를 망설임 없이 재즈페스티벌이라 부르는 이유는 이 페스티벌의 대주주가 엄연히 재즈이기 때문이다. 메인 스테이지 헤드라이너가 재즈 뮤지션이 아닌 적이 없었고, 여전히 재즈가 라인업 다수를 차지한다. 재즈라는 단어가 한국 사회에서 갖고 있는 여러 의미와 본질이 함께 작용하고, 그 외 장르들이 페스티벌로서의 기능을 살찌우면서 서재페는 10년간 성장하고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올해 공연 중 가장 기대된 건 역시 5월 28일 헤드라이너였던 팻 메스니였다. 기타 신시사이저라는 악기로 만들어내는 신비한 음색, 유려하고 서정적인 멜로디로 퓨전재즈를 대표하는 그는 국내 음악계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동아기획, 하나음악 등 1980년대 한국 음악계의 한 지류에서 그의 존재감은 절대적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연히 내한공연도 몇 차례 가졌지만 야외에서는 처음이었다.
해가 완전히 기운 오후 8시반 팻 메스니가 무대에 올라왔다. 뻥 뚫린 무대 뒤로는 푸른 나무들이 조명을 머금고 있었다. 낮의 무더위가 물러간 뒤 약간은 쌀쌀한, 반팔과 긴팔의 사이쯤 되는 밤은 모든 게 좋았다. 잔디밭을 팻 메스니의 기타 멜로디가 물들였다. 저 멀리 흉물 같은 롯데타워만 빼고는 모든 게 좋아졌다. 하늘의 달도 구경하러 내려왔는지 자리를 비웠다. 한국 팬들을 배려해서였을까. 이번 공연에서 그는 유명곡 위주로 연주했다. 누군가는 숨죽여 귀를 기울였고, 누군가는 미세한 그루브를 놓치지 않고 몸을 살랑거렸다. 모두 즐거웠다. 앙코르로 연주한 ‘Are You Going With Me?’는 그 즐거움의 절정이었다.
팻 메스니의 공연이 이번 서재페의 백미였다면, 발견은 단연 빈티지 트러블이었다. 2011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데뷔한 그들은 척 베리, 초기의 롤링스톤스를 연상케 하기에 충분했다. 보컬 타이 테일러는 제임스 브라운이 환생해 돌아왔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절륜한 가창력과 무대 매너를 선보였다. 앨범 3장을 발표했지만 국내에서의 지명도는 매우 낮던 그들은, 그러나 단 한 번의 무대로 관객을 팬으로 만드는 비법을 본능적으로 아는 밴드처럼 보였다. 음원에 비할 수 없는 라이브 사운드와 퍼포먼스는 로킹한 음악과는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이 페스티벌의 팬들조차 누구 하나 끝까지 자리를 떠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머지않아 한국에서 또 볼 수 있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일요일 밤 10시, 모든 공연이 끝난 후 서울 지하철 5호선 올림픽공원역은 손에 페스티벌 팔찌를 두른 이들로 가득 찼다. 삼삼오오 모여 가장 좋았던 공연을 이야기하는 지하철 역사는 분명 아직도 페스티벌 중이었다. 1년 중 몇 번 만날 수 없는 음악의 밤이었다. 올림픽공원에 재즈가 울릴 때, 여름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