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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게이트 신호탄 쏘았나

국세청, 盧 친구 정화삼 씨 골프장 세무조사 … 대주주 정홍희 씨 세금탈루 혐의 검찰 고발

참여정부 게이트 신호탄 쏘았나

참여정부 게이트 신호탄 쏘았나
참여정부와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한 움직임일까, 아니면 우연한 사건일까. 국세청이 노 전 대통령의 친구가 대표로 있는 제주도의 한 골프장에 대해 전격적으로 세무조사를 단행했다. 최근 국세청은 노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창인 정화삼(62) 씨가 대표로 있는 제주도 제피로스 골프장에 대해 세무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이 골프장의 대주주 정홍희(54) 씨를 검찰에 고발해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국세청은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에서 정홍희 씨가 골프장을 설립해 운영하면서 수십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 과정에서 세금을 탈루한 의혹을 제기했다.

국세청의 세무조사 소식이 알려진 이후 법조계와 정계는 술렁이고 있다. “참여정부 핵심 실세들에 대한 비자금 수사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하 서울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우병우 부장검사)에 배당돼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단순 조세포탈 사건 아닌 盧 겨냥 사건?

서울지방국세청은 올해 3월부터 조사4국 소속 인력 30여 명을 투입해 이 골프장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문제는 이번 국세청 조사가 단순히 골프장 운영과정을 들여다보는 수준이 아니라는 데 있다. 조사대상에는 골프장 외에도 정홍희 씨 소유의 언론사 스포츠서울21, 건설사 로드랜드, 덕일 등도 포함돼 있다. 골프장의 경우 탈세가 문제라면, 스포츠서울21 등에 대해서는 정홍희 씨가 인수하는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가 있었는지 여부가 조사의 초점이다. 사실상 정홍희 씨 소유 기업에 대한 전방위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셈.

정홍희 씨는 현재 제피로스 골프장을 포함해 골프장 3개, 건설사 4개, 언론사 1개를 소유하고 있다. 이번 조사와 관련해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언론에는 골프장에 대한 압수수색과 골프장 운영과정에서의 비위 사실만이 부각되고 있지만, 실제 조사범위는 정씨 소유의 기업 전체와 관련된 계좌다. 골프장에서 탈세가 이뤄진 사실이 먼저 확인돼 이 부분을 집중 조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번 조사대상에는 정홍희 씨와 관련된 주변 기업들도 포함돼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05년 공개입찰로 매각된 서울 강남의 리버베이힐(구 리버사이드)호텔. 국세청은 최근 세무조사 과정에서 정홍희 씨와 동업관계인 정모 씨 소유의 H건설이 리버베이힐호텔을 487억원에 낙찰받은 뒤 등기를 하지 않은 채 되파는 식으로 약 50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사실을 확인했다. 국세청은 이때 사용된 자금이 정홍희 씨와 관련 있으며 그 과정에서 상당액의 탈세가 이뤄진 사실이 파악돼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참여정부 게이트 신호탄 쏘았나

2003년 양길승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의 청주 술자리에 동참했던 정화삼 씨가 청주지검에서 조사를 받고 나가다 방송 카메라에 잡혔다.

이번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문제가 된 골프장의 대표가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화삼 씨이기 때문이다. 주로 충북 청주를 기반으로 사업을 해온 그는 제피로스 골프장이 건설되던 2005년 3월 이사로 영입됐으며, 같은 해 8월 대표이사에 올랐다.

정화삼 씨는 2003년 7월 ‘양길승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청주 나이트클럽 향응사건’ 당시 술자리에 동석해 이듬해 노 전 대통령 측근 비리 특별검사 때 조사를 받았을 뿐 아니라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함께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청주상공회의소 부회장도 역임한 그는 2004년 열린우리당 충북도당 고문도 지낸 ‘반(半)정치인’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정홍희 씨의 탈세와 비자금 조성 과정에서 정화삼 씨가 어떤 구실을 했는지와 비자금 일부가 세간의 의혹대로 참여정부 실세들에게 유입됐는지 여부다. 최근 검찰은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정홍희 씨를 출국금지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촉발한 국세청의 대응도 평소와 다른 부분이 많아 의문을 자아낸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과정에서 통상적인 모습과 달리,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핵심 인물을 검찰에 고발하는 강수를 뒀다. 뭔가 확실한 비리 단서가 국세청 조사과정에서 포착됐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철저한 보안 … 다분히 의도적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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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피로스 골프장 전경.

국세청은 이번 사건을 조사하면서 조직 내부에서도 철저히 함구하는 등 보안에 각별히 신경 쓴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조사4국 직원들조차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를 몰랐을 정도다. 다음은 국세청 한 관계자의 설명.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검찰 고발이 이뤄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 비리 사실이 명확하거나, 시간에 쫓기거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만큼 중요 사안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 아니겠나. 국세청 내에서도 철저히 보안을 유지하고 있어 조사 당사자들을 제외하곤 조사범위와 내용을 정확히 모른다.”

그러나 정작 수사 주체인 검찰은 다소 시큰둥한 반응이다. “이번 사건에서 거론되는 비자금은 기업범죄치곤 아주 중한 정도의 금액이 아니다. 큰 문제가 아닌데 국세청이 다소 오버하는 것 같다”는 반응이 검찰 내에서 나올 정도다. 최근 김수남 서울지검 3차장도 기자간담회에서 “국세청이 고발한 사건이지만 그리 큰 사건 같진 않다”고 말한 바 있다.

그래서일까. 국세청 주변에선 이번 조사를 두고 “국세청이 다분히 의도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최근 공기업 등을 대상으로 검찰, 감사원이 전방위 조사에 나서자 국세청도 이에 뒤질세라 실적 올리기에 급급하다”는 분석이 그것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전 정부에 초점이 맞춰진 조사다 보니 그렇게 보이는 게 당연할 수 있다. 어떤 의도에 따라 기획된 수사라는 분석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공교롭게도 그렇게 된 부분은 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을 향하고 있는 국세청과 검찰의 움직임. 과연 이전 정부에 대한 사정의 칼이 될 수 있을까. 검찰이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을지 숨죽여 기다려볼 뿐이다.



주간동아 2008.06.10 639호 (p14~15)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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