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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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파일이 특수부가 아닌 공안부로 간 까닭은…

  • 강주화 기자/ 국민일보 법조팀 rula@kmib.co.kr

    입력2005-08-04 15: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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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는 7월22일 안기부 X파일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언론사 사주가 대기업 회장의 정치자금 심부름꾼 노릇을 하고, 대기업은 여당의 경선 후보 광고 지원부터 야당 대표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금품을 살포한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15억은 현금으로 옮길 만한데, 30억은 무겁다. DJ가 어떻게 될지 몰라서 괄시 못한다”는 등의 내용은 적나라하다 못해 충격적이다.

    서울중앙지검은 7월26일 참여연대가 고발한 이 사건을 차장회의를 거쳐 공안부에 배당했다. 공안부는 공안·선거·노동 관계 사건의 조사 및 처리 등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는 곳으로, 공안부 배당은 검찰이 대기업과 정치인이 관련된 내용에 대한 수사보다 국정원의 불법 도청과 정보 유출에 수사 초점을 맞췄다는 얘기다.

    이 사건을 고발한 참여연대는 즉각 공안부 배당에 대해 수사 의지가 부족하다고 성명을 냈다. 물론 특수부가 수사 만능은 아니지만 불법 도청의 경위보다 도청된 내용이 사실인지 알고 싶어하는 국민들에게 실망스러운 결과를 안겨줄 공산이 크다. 2002년 국정원 직원 이건모 씨의 감찰 자료 유출 역시 결국 무죄판결로 귀결된 적이 있다.

    배당 직전 기자들이 특수부를 총괄하는 박한철 3차장에게 수사의 진행 방향을 묻자 박 차장은 “애를 낳지도 않았는데 아들인지 딸인지 묻고 어떻게 키울 건지 말하라니 답답하다”며 울상을 지어 보였다.

    일반인들은 검찰이 중립적인 위치에서 사건의 실체를 규명해 기소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수사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 자체가 미치는 사회적 파장도 중요한 변수로 고려한다.



    현재 서울지검 특수1부가 수사 중인 대학연구비 비리 수사를 보자. 사건을 총괄하는 박 차장은 여러 차례 엄격한 선별 기소를 강조했다. 대학교수의 연구비 횡령은 워낙 만연돼 있기 때문에 법대로 모두 처리했다가는 대학이 뿌리째 흔들린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대 연구비리 수사가 대학 자체의 신뢰도 추락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수사 범위에 선을 그었다. 대안 마련과 자체 정화를 유도하는 수준의 ‘정책적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란 얘기다.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 측의 진정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두산그룹은 수백억 원대 분식회계를 저지르고 해외로 재산을 도피시켰다. 특수부 수사를 받고도 남을 중대 사안이다. 그런데 검찰은 이 사건을 고소ㆍ고발 사건을 담당하는 조사부에 배당했다. 검찰이 피진정인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할 경우 검찰의 의도와 관계없이 진정인 쪽을 편드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검찰의 사려 깊은(?) 태도는 X파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X파일에서 드러난 범죄 혐의는 크게 국정원의 불법 도청과 테이프 녹취록에 드러난 금품 수수 여부다. 공안부 배당은 전자에 무게를 둔 것으로 후자에 대한 수사 의지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물론 그 대목에 대한 수사가 가져올 정치적 혼란을 우려해서다. 한 중견 검사는 “시효가 대부분 지났고 대선 관련 수사가 이미 끝난 상황에서, 특수부가 이제 와서 1997년 대선 관련 수사를 하는 것은 혼란만 야기할 뿐”이라며 “국가기관의 불법 도청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는 차원에서 공안부가 맡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렇게 수사의 규모와 방법, 대상에서 끊임없이 정치적 고려와 사회적 파장을 염두에 둔다. 그래서 늘 ‘봐주기’ 또는 ‘표적 수사’라는 논란에 휘말리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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