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지구 자전축의 북쪽 꼭지점인 북극점과 그 주변의 북위 66도30분 이북 지역. 여름철에는 낮이 24시간, 겨울철에는 밤이 24시간 계속되는 얼음의 바다다. 한국 산악인 박영석 씨가 이루어낸 산악 그랜드슬램의 마지막 관문이 됐던 곳이기도 하다. 산악 그랜드슬램이란 한 산악인이 세계 3극점, 히말라야 14좌, 7대륙 최고봉을 모두 등반하는 것.
그런데 박영석 씨와 달리, 북극점 등반에 목적을 두지 않고 북극 도보 일주에 나섰던 사람이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마이크 혼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2002년 8월4일부터 2004년 10월21일까지 26개월여 동안 2만여km를 걸어서 일주했다. 북극권 일주란 북극점을 정복하는 것과는 사뭇 의미가 다르다. 북극점 정복은 주로 그린란드에서 출발해 북극점에 도착하는 직선 주행이지만, 북극권 일주는 북위 70도선을 따라 북극을 일주하는 대장정을 뜻한다. 북위 70도 부근은 북극점과 달리 비교적 계절적 차이가 뚜렷해 빙하가 녹기도 하고 깨지기도 하는 변덕스런 지대다.
2년이 넘는 기간이 말해주듯 북극 일주는 보통사람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힘든 일이다. 살을 에는 듯한 강추위, 눈보라를 동반한 강풍, 육체적·정신적 피로 등 장애물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러나 결국 그는 모든 역경을 이겨냈고 자신의 일주 과정을 책으로 썼다. ‘불가능의 정복’이라는 제목처럼 그는 정말 인간으로서 하기 힘든 일을 해낸 것이다.
예측하기 어려운 숱한 위험과 만나는 가운데 특히 추위는 탐험 기간 내내 그를 가장 괴롭힌 적이었다.
“며칠 동안 수은주가 계속 영하 60도를 넘나들었다. 추위로 인해 튼 코와 입술의 피부가 또 떨어져나갔다. 이런 기온에서는 자다가 동사할 위험성이 있으므로 잠도 토끼잠을 자야 했다. 한 번에 오래 자는 것은 매우 위험했다.”
이밖에도 저자는 찬 바다에 빠지고 포악한 북극곰을 만나는 등 생사의 고비를 숱하게 넘겼다. 음식을 데우다 텐트에 불이 붙어 유일한 숙소를 잃어버린 뒤, 망망 대설원을 깊은 절망 속에 헤매기도 했다. 그러나 저자는 이같이 혹독한 시련을 이겨낼 때마다 새로운 기쁨을 맛보았고 새로운 희망에 들떴다. “매일 하나하나 고통을 이겨나가는 데서 기쁨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한 기쁨이 없었다면 이 지옥에서 단 하루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를 괴롭힌 것은 외로움이었다. 혼자 힘으로 사지(死地)나 다름없는 북극에서 2년여를 보냈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먼 거리에서 그를 위한 지원팀이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의 외로움을 달래줄 수는 없었다. 그나마 위성 휴대전화가 그의 유일한 친구였다.
불가능의 정복’은 단지 모험 이야기로만 채워지지 않았다. 북극 주민의 생활상과 북극 동물의 생태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뤘다. 밤만 계속되다가 태양이 세상을 밝힐 무렵 펼쳐지는 이뉴잇족의 태양축제와 매년 겨울, 밤이 계속되면서 나타나는 일종의 집단 노이로제 현상인 ‘오두막 열병’ 등에 관한 부분은 특히 흥미롭다.
저자는 2년여의 대장정을 마치고 결승점을 통과하는 순간 “돌아왔구나”라는 말로 승리의 기쁨을 표시했다. 그만큼 북극 일주가 힘들었음을 의미한다. 저자는 북극 일주를 마친 뒤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좀더 겸허해지고, 좀더 지혜로워지고, 좀더 이웃을 생각하는 자신을 보았다고 했다. 아마 불가능을 정복한 사람만의 여유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마이크 혼 지음/ 윤철오 옮김/ 새벽정신 펴냄/ 418쪽/ 1만3000원
그런데 박영석 씨와 달리, 북극점 등반에 목적을 두지 않고 북극 도보 일주에 나섰던 사람이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마이크 혼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2002년 8월4일부터 2004년 10월21일까지 26개월여 동안 2만여km를 걸어서 일주했다. 북극권 일주란 북극점을 정복하는 것과는 사뭇 의미가 다르다. 북극점 정복은 주로 그린란드에서 출발해 북극점에 도착하는 직선 주행이지만, 북극권 일주는 북위 70도선을 따라 북극을 일주하는 대장정을 뜻한다. 북위 70도 부근은 북극점과 달리 비교적 계절적 차이가 뚜렷해 빙하가 녹기도 하고 깨지기도 하는 변덕스런 지대다.
2년이 넘는 기간이 말해주듯 북극 일주는 보통사람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힘든 일이다. 살을 에는 듯한 강추위, 눈보라를 동반한 강풍, 육체적·정신적 피로 등 장애물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러나 결국 그는 모든 역경을 이겨냈고 자신의 일주 과정을 책으로 썼다. ‘불가능의 정복’이라는 제목처럼 그는 정말 인간으로서 하기 힘든 일을 해낸 것이다.
예측하기 어려운 숱한 위험과 만나는 가운데 특히 추위는 탐험 기간 내내 그를 가장 괴롭힌 적이었다.
“며칠 동안 수은주가 계속 영하 60도를 넘나들었다. 추위로 인해 튼 코와 입술의 피부가 또 떨어져나갔다. 이런 기온에서는 자다가 동사할 위험성이 있으므로 잠도 토끼잠을 자야 했다. 한 번에 오래 자는 것은 매우 위험했다.”
이밖에도 저자는 찬 바다에 빠지고 포악한 북극곰을 만나는 등 생사의 고비를 숱하게 넘겼다. 음식을 데우다 텐트에 불이 붙어 유일한 숙소를 잃어버린 뒤, 망망 대설원을 깊은 절망 속에 헤매기도 했다. 그러나 저자는 이같이 혹독한 시련을 이겨낼 때마다 새로운 기쁨을 맛보았고 새로운 희망에 들떴다. “매일 하나하나 고통을 이겨나가는 데서 기쁨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한 기쁨이 없었다면 이 지옥에서 단 하루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를 괴롭힌 것은 외로움이었다. 혼자 힘으로 사지(死地)나 다름없는 북극에서 2년여를 보냈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먼 거리에서 그를 위한 지원팀이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의 외로움을 달래줄 수는 없었다. 그나마 위성 휴대전화가 그의 유일한 친구였다.
불가능의 정복’은 단지 모험 이야기로만 채워지지 않았다. 북극 주민의 생활상과 북극 동물의 생태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뤘다. 밤만 계속되다가 태양이 세상을 밝힐 무렵 펼쳐지는 이뉴잇족의 태양축제와 매년 겨울, 밤이 계속되면서 나타나는 일종의 집단 노이로제 현상인 ‘오두막 열병’ 등에 관한 부분은 특히 흥미롭다.
저자는 2년여의 대장정을 마치고 결승점을 통과하는 순간 “돌아왔구나”라는 말로 승리의 기쁨을 표시했다. 그만큼 북극 일주가 힘들었음을 의미한다. 저자는 북극 일주를 마친 뒤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좀더 겸허해지고, 좀더 지혜로워지고, 좀더 이웃을 생각하는 자신을 보았다고 했다. 아마 불가능을 정복한 사람만의 여유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마이크 혼 지음/ 윤철오 옮김/ 새벽정신 펴냄/ 418쪽/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