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비 3억원을 기자 촌지, 사례비로 지급하거나 개인적으로 횡령한 지방교육청 교육감, 주의 처분’ ‘특정 전산업체가 생산한 금융 보안장비를 금융사들에 구입하도록 권유한 재정경제부 공무원, 주의 통보’ ‘허위로 부풀린 레미콘 가격을 그대로 인정해 지급한 군청과 조달청 공무원들, 주의 촉구’….
부패 공무원에 대한 처벌은 한마디로 ‘솜방망이’다. 부패·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적발된다 해도 형사상 처벌을 피하는 경우가 많으며, 신분상의 행정조치를 받는다 해도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는 주의·경고·계고 등 비징계 처분이 다수를 이룬다. 부패방지위원회(현 국가청렴위원회·이하 부방위) 심의·의결례집에 실린 부패 사건 234건 중 비위 사실이 인정된 149건 중에서 형사처분을 받은 사건은 63건으로 과반수에도 미치지 못했다. 신분상 행정조치를 받은 69건의 사건 중 처벌 강도가 극히 미약한 주의·경고·계고 처분을 받은 경우가 40건으로 60%에 가까웠다.
해당 공무원 기관으로 이첩 땐 더욱 가벼운 처벌
수사기관이 아닌 해당 공무원이 속한 기관으로 이첩된 사건일수록 처벌은 더욱 가볍다. 상위기관으로 이첩된 총 55건의 사건들 중 조사 중인 사건 4건을 제외한 51건 중에서 부패 사실이 인정된 경우는 모두 39건. 그런데 이중 형사처분으로 이어진 사건은 단 3건에 그쳤다. 대부분 신분상 행정조치(31건)를 받았으며, 그중에서도 ‘받으나 마나’ 한 가벼운 처분(경고·주의 등)이 15건에 달했다.
특히 경찰청은 소속 직원들에 대한 4건의 부패 사건을 이첩받았으나 모두 뇌물, 횡령 등의 혐의가 사실로 인정됐는데도 내부 징계로만 부패 사건을 마무리한 것.
2003년 5월 경찰청은 마약 관련 수배자를 검거해 조사하면서 300만원의 뇌물을 받아 챙긴 형사의 비위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고작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만 내렸다. 관내 쇼핑센터로부터 시가 100만원짜리의 정수기를 받고 파출소 직원들에게 주차 단속 자제를 지시하고, 중학교 교사에게서 ‘우리 학교 학생들이 문제를 일으키면 선처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현금을 받아 챙긴 파출소장은 ‘계고’ 처분만 받았을 따름이다.
대검찰청이 맡아 수사해 혐의가 확인됐는데도 형사처분을 피하는 ‘운 좋은’ 경찰관들도 있었다. 지난해 부하직원들의 출장비·격려금을 가로채고, 각종 장비·물품 구매 서류를 조작해 예산을 착복하며, 직원과 의경 부모들한테서 금품을 받아 챙긴 경찰관에 대해서도 대검은 업무상 횡령을 인정했지만 보직 변경 조치만으로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잘못된 업무처리였지만, 공무원의 책임은 없다’는 의아스러운 처리 결과도 자주 발견됐다.
2002년에는 모 시청 공무원들이 하수종말처리장 시설 공사를 벌이면서 특정 건설업체와 유착해 특혜를 줬다는 내용의 부패 행위가 부방위에 신고됐다. 행정자치부는 1억 6700만원의 공사비가 부풀려 지급된 사실을 확인해 이를 회수했지만, 공무원들은 업체와 유착한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징계하지 않았다. 지방국세청 소속 공무원들이 특정 업체의 거액 세금포탈 혐의에 대한 제보를 받은 뒤 이를 업체 관계자에게 누설했다는 신고도 있었다. 국세청은 탈세 업체에 무려 44억원을 추징했지만, 관련 공무원들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았다. 또 인천국제공항 건설 감독을 맡은 공무원들이 건설업체가 불량한 방수·내화 자재를 사용하고 각종 기초공사를 설계와 달리 부실하게 공사한 사실을 묵인한 사건과 부실공사 사실이 밝혀져 시정 조치가 내려졌지만, 관련 공무원들은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이러한 솜방망이 처벌 실태는 교육부가 2002년 실시한 대학감사 결과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신분상 행정조치를 받은 902명 중 징계는 43명(4.8%), 보직 해임이나 인사 조치는 34명(3.7%)에 불과했다. 90%가 넘는 부패 공무원들은 경고나 주의 조치만을 받았을 뿐이다. 이런 ‘눈 가리고 아옹’식 처벌은 시·도교육청도 마찬가지. 2001~2002년 7월 16개 시·도교육청이 총 928개 기관을 대상으로 한 감사 결과 8849건의 부패 사실이 적발됐지만 견책 이상의 징계는 61건으로 1%에도 지나지 않았다.
이첩기관의 불성실한, 오히려 부패 사건을 비호하는 듯한 조사 행태는 ‘부패 공무원 청소’의 최대 걸림돌 중 하나다.
국방부는 현재 소속 공무원을 비호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부방위가 2003년 11월 군사법원 판사가 심리 중인 사건의 변호사 4명에게 사건 선처 청탁과 함께 여러 차례 룸살롱 향응 등 수천만원 상당의 뇌물을 제공받았다는 부패 사건을 넘겨줬지만, 20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감사를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이 사건을 맡은 군검찰은 “일이 많아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위공직자의 부패 혐의는 건드릴 수 없는 ‘성역’과도 같았다. 부방위는 출범 첫해인 2002년 ‘장관급 고위공직자 인사청탁 뇌물수수 사건’과 ‘검찰 고위직 비리 사건’의 진실 규명에 뛰어들었으나 무참히 패했다. 대검이 두 건 모두 ‘혐의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기소하지 않은 것. 이에 부방위는 법원에 재정신청을 냈지만 이마저 기각당했다.
특히 검찰 고위직 비리 사건은 언론에 ‘부방위와 검찰의 신경전’으로 여러 차례 보도되기도 했다. 이 사건은 모 검사와 전직 검찰총장이 사업가에게 뇌물을 받아 챙겼다는 내용. 검찰은 전직 검찰총장이 뇌물로 카펫을 받은 것은 인정하면서도 그 값이 고가라고 인정할 충분한 증거가 없어 공소시효가 지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에 대해 부방위는 ‘카펫이 1500만원 이상의 가격에 거래됐다는 직원의 진술이 있었다’며 검찰 수사의 공정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처럼 부패 행위에 대한 처벌이 관대한 배경에는 사소한 비위 사실 정도야 눈감아줄 수 있다는 안일한 의식, 제 식구 감싸기 식의 온정주의, 지나친 정상참작 등이 꼽힌다. 박흥식 교수(중앙대 행정학과)는 “미국 국회의원윤리위원회에는 국회의원이 개인적인 용도로 국회 복사기를 사용했다는 내용까지도 신고되어 처벌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촌지를 받은 사실이 국무총리실 암행감찰단에 적발됐어도 ‘자리에 없는 사이에 돈 봉투를 두고 갔다’고 해명하면 처벌을 피하는 형편”이라며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다른 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도덕적, 윤리적 기준이 상승되는 사회가 되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부패 공무원에 대한 처벌은 한마디로 ‘솜방망이’다. 부패·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적발된다 해도 형사상 처벌을 피하는 경우가 많으며, 신분상의 행정조치를 받는다 해도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는 주의·경고·계고 등 비징계 처분이 다수를 이룬다. 부패방지위원회(현 국가청렴위원회·이하 부방위) 심의·의결례집에 실린 부패 사건 234건 중 비위 사실이 인정된 149건 중에서 형사처분을 받은 사건은 63건으로 과반수에도 미치지 못했다. 신분상 행정조치를 받은 69건의 사건 중 처벌 강도가 극히 미약한 주의·경고·계고 처분을 받은 경우가 40건으로 60%에 가까웠다.
해당 공무원 기관으로 이첩 땐 더욱 가벼운 처벌
수사기관이 아닌 해당 공무원이 속한 기관으로 이첩된 사건일수록 처벌은 더욱 가볍다. 상위기관으로 이첩된 총 55건의 사건들 중 조사 중인 사건 4건을 제외한 51건 중에서 부패 사실이 인정된 경우는 모두 39건. 그런데 이중 형사처분으로 이어진 사건은 단 3건에 그쳤다. 대부분 신분상 행정조치(31건)를 받았으며, 그중에서도 ‘받으나 마나’ 한 가벼운 처분(경고·주의 등)이 15건에 달했다.
특히 경찰청은 소속 직원들에 대한 4건의 부패 사건을 이첩받았으나 모두 뇌물, 횡령 등의 혐의가 사실로 인정됐는데도 내부 징계로만 부패 사건을 마무리한 것.
2003년 5월 경찰청은 마약 관련 수배자를 검거해 조사하면서 300만원의 뇌물을 받아 챙긴 형사의 비위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고작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만 내렸다. 관내 쇼핑센터로부터 시가 100만원짜리의 정수기를 받고 파출소 직원들에게 주차 단속 자제를 지시하고, 중학교 교사에게서 ‘우리 학교 학생들이 문제를 일으키면 선처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현금을 받아 챙긴 파출소장은 ‘계고’ 처분만 받았을 따름이다.
대검찰청이 맡아 수사해 혐의가 확인됐는데도 형사처분을 피하는 ‘운 좋은’ 경찰관들도 있었다. 지난해 부하직원들의 출장비·격려금을 가로채고, 각종 장비·물품 구매 서류를 조작해 예산을 착복하며, 직원과 의경 부모들한테서 금품을 받아 챙긴 경찰관에 대해서도 대검은 업무상 횡령을 인정했지만 보직 변경 조치만으로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잘못된 업무처리였지만, 공무원의 책임은 없다’는 의아스러운 처리 결과도 자주 발견됐다.
대검찰청과 경찰청 전경. 부패 사건의 진실 여부를 둘러싸고 지난 3년간 수사기관과 부방위 사이에 의견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솜방망이 처벌 실태는 교육부가 2002년 실시한 대학감사 결과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신분상 행정조치를 받은 902명 중 징계는 43명(4.8%), 보직 해임이나 인사 조치는 34명(3.7%)에 불과했다. 90%가 넘는 부패 공무원들은 경고나 주의 조치만을 받았을 뿐이다. 이런 ‘눈 가리고 아옹’식 처벌은 시·도교육청도 마찬가지. 2001~2002년 7월 16개 시·도교육청이 총 928개 기관을 대상으로 한 감사 결과 8849건의 부패 사실이 적발됐지만 견책 이상의 징계는 61건으로 1%에도 지나지 않았다.
이첩기관의 불성실한, 오히려 부패 사건을 비호하는 듯한 조사 행태는 ‘부패 공무원 청소’의 최대 걸림돌 중 하나다.
국방부는 현재 소속 공무원을 비호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부방위가 2003년 11월 군사법원 판사가 심리 중인 사건의 변호사 4명에게 사건 선처 청탁과 함께 여러 차례 룸살롱 향응 등 수천만원 상당의 뇌물을 제공받았다는 부패 사건을 넘겨줬지만, 20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감사를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이 사건을 맡은 군검찰은 “일이 많아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위공직자의 부패 혐의는 건드릴 수 없는 ‘성역’과도 같았다. 부방위는 출범 첫해인 2002년 ‘장관급 고위공직자 인사청탁 뇌물수수 사건’과 ‘검찰 고위직 비리 사건’의 진실 규명에 뛰어들었으나 무참히 패했다. 대검이 두 건 모두 ‘혐의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기소하지 않은 것. 이에 부방위는 법원에 재정신청을 냈지만 이마저 기각당했다.
특히 검찰 고위직 비리 사건은 언론에 ‘부방위와 검찰의 신경전’으로 여러 차례 보도되기도 했다. 이 사건은 모 검사와 전직 검찰총장이 사업가에게 뇌물을 받아 챙겼다는 내용. 검찰은 전직 검찰총장이 뇌물로 카펫을 받은 것은 인정하면서도 그 값이 고가라고 인정할 충분한 증거가 없어 공소시효가 지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에 대해 부방위는 ‘카펫이 1500만원 이상의 가격에 거래됐다는 직원의 진술이 있었다’며 검찰 수사의 공정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처럼 부패 행위에 대한 처벌이 관대한 배경에는 사소한 비위 사실 정도야 눈감아줄 수 있다는 안일한 의식, 제 식구 감싸기 식의 온정주의, 지나친 정상참작 등이 꼽힌다. 박흥식 교수(중앙대 행정학과)는 “미국 국회의원윤리위원회에는 국회의원이 개인적인 용도로 국회 복사기를 사용했다는 내용까지도 신고되어 처벌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촌지를 받은 사실이 국무총리실 암행감찰단에 적발됐어도 ‘자리에 없는 사이에 돈 봉투를 두고 갔다’고 해명하면 처벌을 피하는 형편”이라며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다른 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도덕적, 윤리적 기준이 상승되는 사회가 되는 것”이라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