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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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청문회 ‘역시나’ 부실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7-07-25 09: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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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올 것은 다 나왔다. 최태민, 병역 의혹, 성북동 자택 매입 의혹, 부동산 투기, 숨겨둔 아이, 위장전입, BBK 등 그동안 어둠 속에서 의혹을 부채질하던 ‘네거티브’가 모두 햇볕 아래 머리를 내밀었다.

    7월19일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 한나라당이 개최한 대선 경선후보 검증청문회장은 파닥거리는 의혹들로 인해 국민의 눈과 귀가 집중됐다. 국민은 당이 각종 의혹에 제대로 메스를 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당원들도 ‘정권 창출의 출발점’이라고 의미를 보탰다. 그러나 6시간의 드라마가 끝난 후 국민의 뇌리에 남은 것은 ‘의혹은 없다’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해명성 답변뿐이다. 그들 말대로라면 의혹도 거짓도 부정도 애초 없었다. 지난 두 달간 언론과 국민은 허상을 좇아 헤맨 셈이다. 과연 그럴까?

    아닌 것 같다. 청문회가 부실했다. 기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지켜본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판단한다. 부실은 이미 예견됐다. 후보 캠프의 비협조와 수사권이 없는 검증위 조사는 처음부터 한계가 엿보였다. 검증에 참여한 한 위원은 “후보에게 상처를 내려고 하느냐며 당원들이 압박한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안강민 검증위원장은 청문회 전날 “완벽한 검증자료를 보여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힌트’까지 줬다.

    청문회는 그의 예언대로 진행됐다. 자료 미제출과 불성실 답변, 핵심 의혹 피해가기, 두루뭉술한 답변 등. 그들의 당당한(?) 해명에 청문위원들은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었다.

    양 후보 진영은 청문위원들과의 ‘기싸움’에서 이긴 것을 자축하는 분위기다. 자신들을 감싸던 네거티브와는 이제 결별한 것으로 자신한다. 사실 당으로선 더 이상 의혹 검증이 어렵다. 그런 점에서 두 후보 진영의 안도감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더 큰 검증의 칼날이 기다리고 있음을 그들은 깜박 잊은 것 같다.



    두 후보를 둘러싼 의혹은 이제 검찰이나 언론, 국민, 여권에 넘어갔다. 이들의 검증은 ‘초록은 동색’식 검증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훨씬 가혹할 것이다. 의혹이 엿보이는데 그냥 지나칠 언론은, 국민은 없다.

    이 전 시장 측과 박 전 대표 측은 줄곧 고공행진을 보인 지지도를 믿는 눈치다. 두 사람의 지지율을 합치면 70%에 근접하니 자신감을 가질 만도 하다. 그러나 그 지지율은 그들의 자산이 아니다. 비정상적인 정국 운영에 염증을 느낀 국민의 감정지수이자, 먹고살기 힘든 서민의 더 나은 내일에 대한 기대지수다. 한나라당은, 두 후보는 이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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