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합니다(I am happy).”
7월18일 2007 아시안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르고 난 뒤 핌 베어벡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그의 얼굴은 땀으로 범벅 돼 있었다. 바레인전 패배 직후 그는 감독직 사퇴를 고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아시안컵에 출전한 국가대표팀은 대회 초반 매우 불안했다. 한 수 아래 팀들과도 고전하기 일쑤였다. 실력차가 현저했던 인도네시아전에서도 선제골 후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국가대표팀이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조차 머쓱한 플레이를 펼쳤음에도 한국 축구의 미래는 밝아 보인다. ‘형보다 나은 아우’들이 무서울 게 없다는 기세로 쑥쑥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 11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20세 이하 아시아 청소년축구 선수권대회는 박주영(22·FC 서울)이라는 스타를 낳았다. 그때부터 박주영은 한국 축구 미래의 상징으로 추앙받았다. 그 밖에 많은 선수들, 특히 유망주는 박주영의 빛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16강 실패했지만 내용은 칭찬받을 만
한동안 강하게 불던 ‘박주영 신드롬’은 올해 그의 부진으로 급격히 가라앉았다. 이와 함께 한국 축구의 미래도, 적어도 당분간은 어두워진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역설적이게도 박주영의 강한 빛이 사그라지자 국내 축구판에 자신만의 컬러를 가진 재능 넘치는 예비 스타들의 존재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두 명 있나 했는데 아니었다. 많이 있었다.
‘한국 축구의 미래는 어디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제 전문가들은 손을 들어 한 곳을 가리킨다. 캐나다에서 열린 20세 이하 월드컵대회에 참가했다가 최근 돌아온 20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이다.
캐나다행에 함께했던 이영무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도, 대표팀을 맡아 이끈 조동현 감독도 “이들이 캐나다에서 한국 축구가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고 한목소리를 냈고 많은 전문가들이 이에 동의했다.
이 팀이 결과적으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고 선수들이 보여준 ‘내용’까지 평가절하할 수는 없다. 그들은 빠르고 조직적이며 공격적이었다. 지난 수십 년간 패스의 부정확성과 개인기 부재는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혔는데 이들은 단숨에 이를 뛰어넘었다.
K리그 자체가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탓에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청소년대표팀 선수의 상당수가 K리그 소속팀에서 주축으로 활약하고 있다.
심영성·신영록도 킬러 본색 유감없이 발휘
월드컵 예선 3경기에서 모두 선발 공격수로 뛴 심영성(20·제주 유나이티드), 2골을 기록한 신영록(20·수원 삼성), 마지막 폴란드전에서 골을 넣은 이상호(20·울산 현대) 등 대표팀의 많은 선수들이 정말 잘했다.
그중에서도 국내 수준을 뛰어넘어 세계적 스타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유망주로 기대를 모으는 선수는 FC 서울의 미드필더 이청용(19)이다.
도봉중학교를 졸업한 뒤 일찌감치 프로에 입단한 그는 올 시즌 서울-대구 개막전에서 데뷔 첫 골을 넣으며 존재를 알렸고 컵 대회에서 6 어시스트로 도움왕에 오르며 서울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측면 미드필더인 그의 트레이드마크는 빠른 돌파와 자로 잰 듯 정확한 스루패스와 크로스. 그의 기량은 이번 캐나다 청소년월드컵에서 미국, 브라질 등 강팀을 상대로도 통했다.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가장 좋아하는 그는 호날두에 대해 “언제든 경기를 반전시키는 능력이 있다. 공격과 수비 모두 열심히 뛰고 동료들에게 찬스를 연결하는 것도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이는 곧 자신이 지향하는 축구 스타일이 그렇다는 뜻이다.
청소년대표팀에서 중앙수비수로 중책을 맡았던 최철순(20·전북 현대)은 ‘제2의 홍명보’로 기대를 모은다. 평소 모습에서도 자신감이 뚝뚝 묻어나는 그는 실제 경기에서도 침착하고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믿음을 준다. 원래 소속팀에서의 포지션은 왼쪽 윙백. 올림픽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린 그는 귀국 인터뷰에서 “한국 축구는 수비 전술 면에서 좀더 나아져야 한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는 뼈 있는 말을 했다.
8월8일 K리그가 다시 시작된다. 이들 젊은 선수 때문에 K리그가 더 기다려진다. 장강의 앞물도 뒷물에 밀려나는 법이다.
7월18일 2007 아시안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르고 난 뒤 핌 베어벡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그의 얼굴은 땀으로 범벅 돼 있었다. 바레인전 패배 직후 그는 감독직 사퇴를 고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아시안컵에 출전한 국가대표팀은 대회 초반 매우 불안했다. 한 수 아래 팀들과도 고전하기 일쑤였다. 실력차가 현저했던 인도네시아전에서도 선제골 후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국가대표팀이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조차 머쓱한 플레이를 펼쳤음에도 한국 축구의 미래는 밝아 보인다. ‘형보다 나은 아우’들이 무서울 게 없다는 기세로 쑥쑥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 11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20세 이하 아시아 청소년축구 선수권대회는 박주영(22·FC 서울)이라는 스타를 낳았다. 그때부터 박주영은 한국 축구 미래의 상징으로 추앙받았다. 그 밖에 많은 선수들, 특히 유망주는 박주영의 빛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16강 실패했지만 내용은 칭찬받을 만
한동안 강하게 불던 ‘박주영 신드롬’은 올해 그의 부진으로 급격히 가라앉았다. 이와 함께 한국 축구의 미래도, 적어도 당분간은 어두워진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역설적이게도 박주영의 강한 빛이 사그라지자 국내 축구판에 자신만의 컬러를 가진 재능 넘치는 예비 스타들의 존재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두 명 있나 했는데 아니었다. 많이 있었다.
‘한국 축구의 미래는 어디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제 전문가들은 손을 들어 한 곳을 가리킨다. 캐나다에서 열린 20세 이하 월드컵대회에 참가했다가 최근 돌아온 20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이다.
캐나다행에 함께했던 이영무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도, 대표팀을 맡아 이끈 조동현 감독도 “이들이 캐나다에서 한국 축구가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고 한목소리를 냈고 많은 전문가들이 이에 동의했다.
이 팀이 결과적으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고 선수들이 보여준 ‘내용’까지 평가절하할 수는 없다. 그들은 빠르고 조직적이며 공격적이었다. 지난 수십 년간 패스의 부정확성과 개인기 부재는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혔는데 이들은 단숨에 이를 뛰어넘었다.
K리그 자체가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탓에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청소년대표팀 선수의 상당수가 K리그 소속팀에서 주축으로 활약하고 있다.
심영성·신영록도 킬러 본색 유감없이 발휘
월드컵 예선 3경기에서 모두 선발 공격수로 뛴 심영성(20·제주 유나이티드), 2골을 기록한 신영록(20·수원 삼성), 마지막 폴란드전에서 골을 넣은 이상호(20·울산 현대) 등 대표팀의 많은 선수들이 정말 잘했다.
그중에서도 국내 수준을 뛰어넘어 세계적 스타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유망주로 기대를 모으는 선수는 FC 서울의 미드필더 이청용(19)이다.
도봉중학교를 졸업한 뒤 일찌감치 프로에 입단한 그는 올 시즌 서울-대구 개막전에서 데뷔 첫 골을 넣으며 존재를 알렸고 컵 대회에서 6 어시스트로 도움왕에 오르며 서울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측면 미드필더인 그의 트레이드마크는 빠른 돌파와 자로 잰 듯 정확한 스루패스와 크로스. 그의 기량은 이번 캐나다 청소년월드컵에서 미국, 브라질 등 강팀을 상대로도 통했다.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가장 좋아하는 그는 호날두에 대해 “언제든 경기를 반전시키는 능력이 있다. 공격과 수비 모두 열심히 뛰고 동료들에게 찬스를 연결하는 것도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이는 곧 자신이 지향하는 축구 스타일이 그렇다는 뜻이다.
청소년대표팀에서 중앙수비수로 중책을 맡았던 최철순(20·전북 현대)은 ‘제2의 홍명보’로 기대를 모은다. 평소 모습에서도 자신감이 뚝뚝 묻어나는 그는 실제 경기에서도 침착하고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믿음을 준다. 원래 소속팀에서의 포지션은 왼쪽 윙백. 올림픽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린 그는 귀국 인터뷰에서 “한국 축구는 수비 전술 면에서 좀더 나아져야 한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는 뼈 있는 말을 했다.
8월8일 K리그가 다시 시작된다. 이들 젊은 선수 때문에 K리그가 더 기다려진다. 장강의 앞물도 뒷물에 밀려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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