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7

..

‘인간복제’ 연구는 잰걸음, 법안은 제자리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02-12-31 12:56: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미국의 한 종교단체 산하 회사가 2002년 12월27일 사상 최초로 인간 체세포 복제를 통해 여자 아기가 탄생했다고 발표한 뒤 이의 진위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이를 규제할 마땅한 법안조차 없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법률안 제정 문제는 1997년 대두된 이후 5년 동안이나 표류해왔다. 현재 인간복제와 배아(체세포 융합 뒤 14일 이전까지) 복제를 금지하는 내용의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정부와 국회에서 따로 입법을 추진중이지만 언제 이 법이 발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02년 11월13일 한나라당 김홍신 의원 등 88명이 의원 입법으로 법안을 제출해 국회에 계류중이고, 정부안은 과학기술부(이하 과기부)와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간에 이견이 커 국무조정실에서 조정중이다.

    김의원과 복지부에서 추진해온 생명윤리법은 생명과학의 발전보다는 생명윤리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대통령 자문기구인 생명윤리자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허용한 경우에는 체세포 복제 연구를 할 수 있고, 법 시행 당시 핵이식 연구를 하고 있을 경우 장관의 승인을 얻어 일정 기간 연구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 규정을 뒀다.

    그러나 과기부와 외교통상부, 생명공학계 등은 복지부 안이 생명공학의 발전을 가로막는다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대 황우석 수의학과 교수는 “배아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는 치매 등 난치병을 치료하는 데 꼭 필요하다”며 “지금 단계에서는 인간 개체 복제만 금지하고 배아복제와 이종간 핵이식 등 나머지 분야는 좀더 시간을 두고 논의를 거치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황교수는 또 “자문위원회는 비전문적 기구여서 위원회의 심의 여부는 더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이 문제와 관련, 견해가 두 부류로 나뉘고 있다. 과기부 안과 비슷한 독일·프랑스 법안은 일단 인간복제를 금지하되 좀더 정밀한 논의 과정을 거치자는 쪽으로 70여개국이 이에 동조하고 있다. 인간 개체 및 배아 복제를 모두 금지하는 복지부 안은 미국과 중남미 가톨릭 국가 등 24개국의 안과 비슷한데, 국내 대부분의 시민단체도 이 안을 지지하고 있다.

    인간복제가 실현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성명을 통해 “태만한 정치권과 정부, 그리고 이를 발목잡은 일부 과학기술 지상주의자들에게 책임을 묻는다”며 정부와 국회에 생명윤리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Notebook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