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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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의·분배 역설 ‘3두마차’ 포진

노무현 경제브레인 이정우·김대환 ·이종오 교수 … 진보색 뚜렷 재계에선 잔뜩 긴장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입력2003-01-02 12: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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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정의·분배 역설 ‘3두마차’ 포진

    2002년 12월26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왼쪽)와 임채정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인수위 운영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노동시장 유연성은 불가피하고 수용할 수밖에 없으며 이미 수용돼 있다. 오히려 비정규직이 56%가 될 정도여서 비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대규모 사업장의 경우처럼 경직된 부분도 있다. 이 때문에 우리의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다고 잘못 알려져 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2002년 12월20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외국 투자가들은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질문에 답한 내용이다. 경제전문가들은 노당선자의 이 답변에서 노무현 정부 경제정책의 방향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재벌 개혁이나 구조조정 못지않게 사회적 통합이나 사회적 연대를 중시하는 노당선자의 경제철학이 잘 나타나 있다는 것.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출범과 함께 얼굴을 드러낸 노당선자의 경제 브레인들 역시 노당선자의 이런 경제철학에 공감하는 ‘진보적인’ 경제학자들이다. 노당선자의 경제 브레인 3인방으로 통하는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 이정우 경북대 교수와 경제2분과 간사 김대환 인하대 교수, 국민참여센터 본부장 이종오 계명대 교수 등은 모두 그동안 사회복지와 분배 문제에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대통령 임기 내내 ‘싱크탱크’ 역할 맡을 듯

    이들 가운데 특히 경제1, 2분과를 맡은 이정우 교수와 김대환 교수는 인수위에서 현 정부 정책을 분석 평가하고 정책 대안까지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노당선자 주변에서는 인수위 해체 이후에도 대통령 임기 내내 ‘싱크탱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민주당 경선 초기부터 노당선자 캠프에 참여, 누구보다도 노당선자의 경제철학과 정책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만큼 노당선자의 신임도 각별하다고 한다.



    경제정의·분배 역설 ‘3두마차’ 포진

    김대환 간사, 이정우 간사, 이종오 본부장 (왼쪽 부터)

    재경 금융 분야 등을 관장할 경제1분과 간사 이정우 교수는 계층간 균형 발전과 빈부격차 해소에 관심이 많다. ‘성장과 분배는 양립할 수 없는 개념이 아니라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일자리 창출 △자산 재분배 △차별 완화 △임금 불평등 해소를 위한 노동조합 강화 △사회안전망 확충 등을 제시하고 있다.

    건설 정보통신 과학기술 농림 분야 등을 담당할 경제2분과 간사 김대환 교수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탓인지 유럽식 노사관계와 기업정책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사정위원회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 그는 “노사정위원회를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참여센터 본부장 이종오 교수는 1990 ~94년까지 민주교수협의회 공동대표를 거쳐 98년 시민단체인 대구참여연대의 초대 공동대표를 맡는 등 시민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 학계에서 노당선자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대통령 직속 반부패특별위원회 위원이자 대통령 정책기획위원회 사회문화 분과위원이기도 하다.

    재계에서는 노당선자나 이정우, 김대환 교수의 성향으로 봐서 김대중 정부 때보다 더 강도 높은 재벌 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노당선자는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재벌의 경영 투명성을 위해 집단소송제 도입을 강력히 주장했다. 집단소송제는 현 정부가 도입을 시도했으나 재계 반발로 성공하지 못했다.

    이정우 김대환 교수가 특히 관심을 갖고 있는 계층은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구조조정으로 해고되고 빈곤계층으로 전락한 사람들이다. 이정우 교수는 한 논문에서 “외환위기 이후 대표적 희생자는 ‘지방에 사는 저학력, 중고령 근로자들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대환 교수 역시 “구조조정에 따라 사회경제의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구조조정과 대등한 지위를 갖는 사회정책이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경제정의·분배 역설 ‘3두마차’ 포진

    2002년 5월29일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을 방문해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는 노무현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오른쪽에서 두 번째).

    특기할 만한 점은 김대환 교수가 무한경쟁시대에도 여전히 산업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는 점. 김교수는 한 논문에서 “세계화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도 산업정책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제, “개발독재시대의 산업정책은 폐기돼야 하지만 한국 경제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서도 산업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이런 주장을 보면 외환위기 이후 효율 지상주의를 추구하는 듯한 김대중 정부 정책에 비판적임을 알 수 있다. 노무현 정권의 경제정책이 김대중 정부와 큰 틀에서는 일맥상통하면서도 ‘미묘한’ 차이가 있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는 셈. 노당선자측 관계자는 “김대중 정부의 경제 개혁 과정에서 비정규직 근로자가 급증했다”고 전제, “노당선자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급증하면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될 뿐 아니라 경제적 효율성까지도 해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노당선자의 이런 경제철학에 대해 노동계 등은 일단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민주노총 주진우 정책국장은 “노동시장 유연성에 관한 노당선자의 기자회견 내용은 정부의 책임 있는 인사가 우리의 노동시장 유연성에 대해 정확한 진단과 평가를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은 시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노당선자 경제 브레인 3인방은 나이는 한두 살 차이가 있지만 모두 서울대 상대 68학번 동기생으로 서로 말을 놓고 지낼 정도로 절친한 사이. 이들의 학창시절은 3선 개헌과 교련 반대 시위 등으로 어수선했다. 그러나 소장 경제학자였던 조순 변형윤 교수 등의 영향을 받아 경제정의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게 동기생들의 전언.

    3인방의 또 다른 공통점은 모두 지방대학에 몸담고 있다는 점. 김대환 이정우 교수는 대구 출신이고, 서울 출신의 이종오 교수가 계명대에 재직하고 있는 등 이들 3인방의 출신지나 활동 근거지가 대구 경북(TK) 지역이라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 노당선자의 경제정책 수립 과정에 참여했던 관계자는 이에 대해 “노당선자측에서 소위 서울의 일류대 교수들에게 도와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거절당한 반면 이들은 흔쾌히 돕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서울대 상대 68학번 동기 허물없어

    그러나 이들이 모두 TK 출신이라는 점과 관련해서는 갖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당선자의 ‘TK 공략’의 일환이 아니겠느냐는 다소 성급한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노당선자의 한 측근은 이에 대해 “의도적인 지역 안배는 없었다”면서 “이들 입장에서는 과거 TK정권은 성향에 맞지 않았을 것이고, 김영삼 김대중 정부는 지역 기반이 달랐기 때문에 현실에 참여할 기회가 없었으나 노당선자측의 참여 요청이 있자 흔쾌히 수락한 것 아니겠느냐”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사실은 노당선자에게는 ‘경제 가정교사’라는 역할이나 개념이 필요없다는 점이다. 노당선자측 관계자는 “노당선자는 자신의 생각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거나 구체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 바로 그 주제를 가지고 관계 전문가들과 토론을 통해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스타일”이라면서 “이런 과정을 거쳐 이미 정리가 끝난 상황인데 다시 노당선자를 ‘가르치려’ 하는 것은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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