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모아 문을 연 음식점 ‘하로동선’의 개업식날 자축하고 있는 ‘통추’인사들 .
대선에서 노당선자 주변에 포진 … 승리에 큰 공헌
1990년 3당 합당에 반대했던 인사들은 민주당을 창당했고 이들 중 상당수가 '통추'의 모태가 됐다.
그 통추 세력이 노무현 시대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선대위의 이호웅 조직본부장, 이미경 대변인, 이강철 특보, 원혜영 부천시장, 김정길 전 청와대정무수석비서관 등 통추 출신 인사들은 이번 선거에서 노당선자 주변을 에워쌌다. 김원웅 의원은 노무현 당선을 위해 한나라당 탈당을 감행했다. 노당선자는 선거 후 “그들(통추)이 고생했다”며 감사를 표했다. 노당선자 역시 김대통령의 국민회의 창당을 거부한 통추의 일원이었다. 노당선자는 통추 세력에 대해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로 평가한다. 그들은 현실정치와의 타협을 거부하며 ‘고고한’ 정치 행보를 보였다. “현실과 타협하기 싫다”며 ‘하로동선’(夏爐冬扇·여름의 난로, 겨울의 부채처럼 당장은 쓸모가 없지만 때가 되면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는 의미)이란 고깃집을 운영하기도 했다. 통추 인사 40여명이 2000만원씩을 내 문을 연 이 고깃집에서 노당선자는 통추 세력과 번갈아 서빙을 하며 손님들과의 토론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 식당에서 노당선자는 두 가지 정치 자산을 챙긴다.
노당선자는 이 고깃집에서의 토론에서 이번 대선 승리의 원동력이 된 지역통합과 3김 청산이란 시대정신을 집요할 정도로 추구했다고 한다. 하로동선에서 노당선자와 담론을 즐긴 정치부 기자들은 노당선자의 지역통합론을 지겨울 정도로 들었다고 회고한다. 고깃집 운영에 나선 통추 인맥들과 노당선자는 형제애를 능가하는 끈끈한 우의를 다졌다. 이 두 가지 자산은 결국 이번 대선에서 당선을 이끌었다.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장관,원혜영 부천시장,유인태 전 의원,이철 전 의원,김원웅 의원,신계륜 의원(위 부터)
한나라당 개혁파 의원들과의 연대론도 ‘솔솔’
개혁세력의 결집 차원에서 통추 복원설이 흘러나온다. 97년 뿔뿔이 흩어졌던 인사들이 손잡고 정치개혁의 전위대로 나서자는 것이 복원설의 실체다. 97년 대선을 앞두고 선택의 기로에 선 통추 세력들은 여야의 서로 다른 길로 갈라섰다. 이부영 김원웅 의원과 박계동 이철 전 의원 등은 한나라당에 합류했고 김원기 고문과 김정길 노무현 원혜영 유인태 전 의원 등은 국민회의에 새 둥지를 틀었다. 양김을 떠난 지 정확히 1년 만에 날개를 접고 양김의 품안으로 날아든 그들에게 쏟아진 비난은 추상처럼 차가웠다. 노당선자는 “조금 부끄럽고 민망스럽다. 솔직히 현실정치에서 살아남아서 잘 해보고 싶다”며 속내를 고백한 바 있다.
그들은 이후 한 배를 탄 적은 없지만 통추 인사들은 수시로 만났다. 유인태 전 의원과 원혜영 부천시장 등이 모임을 이끌었다. 노당선자도 이 모임에 빠지지 않고 찾아가 소주잔을 기울였다. 잇단 선거 패배 등 노당선자의 좌절 뒤에는 항상 이들의 위로와 격려가 있었음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노당선자 주변에서는 개혁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여야는 물론 재야그룹 내 개혁세력들과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낡은 정치 타파 차원에서 뺄셈정치에 나섰지만 한편에서는 젊은 피 수혈에 나서야 개혁의 뒷심이 생긴다는 것. 그 연장선상에서 한나라당 개혁파 의원들과의 연대론도 나온다. 현재 한나라당 내에는 이부영 김부겸 김홍신 권오을 의원 등 통추 출신 인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 인사는 민주당 통추 인사들과 지금도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대선 직후 한 인사는 민주당 통추 인사로부터 “술을 사겠다”는 연락을 받고 “감정의 혼란을 느꼈다”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중·대선거구제와 개헌 등 정치변혁을 향한 노당선자의 거침없는 행보 이면에는 동지의식을 공유한 통추 세력의 지원이 자리잡고 있다. 호흡을 가다듬은 통추 세력은 다음 역할을 찾아 또 다른 길을 찾아 나설 예정이다. 그들의 다음 역할은 과연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