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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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낼 땐 언제고 일본 총리 오라구요?

  • < 황일도 기자 > shamora@donga.com

    입력2004-12-29 15: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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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낼 땐 언제고 일본 총리 오라구요?
    “(일본 정부가 왜곡 역사교과서 재수정을 거부한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충격을 금할 수 없다. 정부는 일본에 대해 시정을 끝까지 요구할 것이다.”(7월10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의 김대중 대통령 발언)

    10월4일 청와대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10월15일 하루 일정으로 방한, 김대중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8월 방한 의사를 타진해 온 고이즈미 총리에 대해 정부가 “교과서 왜곡과 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에 대한 일본측의 성의 있는 조치가 없는 한 9월 유엔총회,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11월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등에서의 한일정상회담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지 1개월 반 만의 일이다.

    그 사이 일본측의 공식적인 입장 변화나 언급이 없었음에도 갑자기 이루어진 답방발표에 대해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당혹스러워하는 상태. 이런 상황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방한·방중은 지난 9월 테러사건과 관련해 동북아 국가들의 협력강화를 강력히 희망한 미국측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는 일본 산케이신문의 6일자 보도가 국내에 알려진 뒤 정부의 입장은 더욱 곤혹스러워졌다. 한 당국자는 “솔직히 답방시기 선택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곤혹스런 입장은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김태지 전 주일대사는 “국민 정서상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우리 정부의 대응이 기술적이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하고 “여운을 남겨두는 외교적 표현을 통해 관계 복원의 실마리를 마련해 두어야 옳았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일본 여3당 간사장의 면담 요청을 받아들인 중국의 장쩌민 총리와 면담을 거절한 청와대를 비교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번 한일정상회담 발표는 한번 정한 방침을 끝까지 관철하는 ‘배짱’이나 중국처럼 퇴로를 열어두는 ‘계산’ 어느 것도 갖추지 못한 우리 외교의 허약한 단면을 보여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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