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사 문외한서 2년 만에 전문가
”천적곤충을 기를 수 있는 최적기는 2∼6월인데, 이 기간 하루 평균 약 3만 마리를 생산했습니다. ” 문경시농업 기술센터는 유씨가 기증한 긴털이리응애를 20개 사과 과수윈에 시범 방사해 해충인 점박이응애 퇴치에 큰 효과를 거뒀다. ”사과나무 생장에 피해를 주는 점박이응애를 박멸하려면 수확때까지 보통 5∼6회 농약을 살포해야 합니다. 그런데 긴털이리응애를 살포한 과수원은 농약을 전혀 안 쳤거나 많아야 2회 정도 쳤는데 피해를 막을 수 있었죠.” 사과밭 3000평을 기준으로 5∼6회 농약을 살포하는 데 드는 비용은 100만∼120만 원. 반면 천적곤충을 방사할 경우 평당 14마리가 필요한데,마리당 단가가 15원이므로 62만 원 정도면 족하다. 따라서 천적곤충을 활용한 농사법은 살충제로 인한 생태계 파괴를 막을 뿐 아니라 농사비 절감에도 매우 효과가 큰 셈이다. 수년 간의 노력끝에 유씨 수중에 남은 수익금은 400만 원. 그나마 투자비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액수로 ‘적자 상태의 성과‘지만, 유씨는 대단한 성공이라 자부하며 ”이제부터 시작이다”고 의욕을 불태운다.
집안 대대로 농사일에 종사한 것과 무관하게 유씨는 고교 졸업 직후부터 20년 동안 교육청 행정직 공무원으로 근무했다. 그런 그가 지난 99년 사표를 내고 천적곤충 생산에 뛰어든 것은 우연이었다. ”어느 날 단풍나무를 뒤덮다시피 한 진딧물을 발견했죠. 그런데 1주일쯤 지나자 진딧물이 거짓말처럼 사라졌습니다. 농약을 친 것도 아닌데 그 많은 해충이 어디로 다 사라진 것일까, 몹시 신기하고 궁금했지요” 그 날로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 헤맨 유씨는 비로소 까닭을 알게 되었다. 진딧물은 봄부터 생기는데. 여름이 되면 천적인 무당벌레가 나타나 진딧물을 잡아 먹기 때문에 자연 소멸한 것. 이를 계기로 그는 ‘천적곤충‘ 의 위력과 효용성을 절감했다.
기초지식조차 전혀 없던 유씨는 퇴직 후 무작정 농업진흥청 인근에 있는 아파트를 빌려 한 달 간 혼자 기거하며 공부에 매달렸다. ”농업기술센터와 농업과학도서관을 뻔질나게 드나들며 말 그대로 죽자사자 파고들었죠. ”관련 연구기관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대량생산에 필요한 실질적 도움을 청했지만,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고졸학력의 문외한인 그를 ‘정신나간사람‘ 쯤으로 취급했다. ”천적곤충을 연구하는 모 연구기관 실장님이 그래요. 진문가도 몇 년씩 연구하다 실패해 사표 쓰고 나간 마당에 전공자도 아닌 당신이 어떻게 천적을 생산할 수 있겠느냐고요.” 그러나 유씨는 ”실패한 경험들을 모으면 성공률이 훨씬 높다”는 배짱으로 고집을 꺾지 않았다.
”천적곤충을 생산히려면 우선 해충이 서식할 기주식물이 있어야죠. 강낭콩을 기주식물로 심아 최적 조건을 갖춘 상토에 파종했지요. 일정 기간 식물이 자랐을 때 먼저 해충을 방사하고, 해충이 어느 정도 번식하면 천적을 방사하는 방식으로 천적곤충을 증식했습니다. 중요한 건 해충과 천적곤충 비율을 정획히 조절해 방사하는 기술입니다. ”

천적곤충 생산에 빠져들면서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 처럼 유씨는 돌진했다. 첫 성공을 계기로 그는 지난 7월 경북도 벤처농업인 5호로 지정되어 문경대학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했다.
2003년까지 농작물의 5대 해충으로 꼽히는 응애와 진딧물, 총채벌레, 굴파리, 온실가루이의 천적곤충을 대량생산해 판매할 계획인 유씨는 투자자를 모집중이다. ”현재 국내의 한 해 살충제 시장이 1조 원에 육박합니다. 친환경적 농법이 갈수록 중요해지면서 천적곤충 시장의 잠재력도 최소 1조 원은 되리라 생각합니다. ”
불모지인 천적곤충 시장에 도전장을 내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까지 유씨는 천적 선발자(천적곤충을 밝혀낸 사람을 지칭)인 안동대 농생물학과 이영인 교수를 비롯해 농업과학기술원 대구사과연구소 등 관련 기관 전문가들에게서 꾸준히 도움을 받았다. ”아직 생물적 방제에 대한 농민들의 인식이 부족하고, 판로 개척에도 어려움이 많 지만 지금껏 도와준 분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반드시 다양한 천적곤충 생산에 성공할 겁니다. ”
공무원에서 벤처농업인으로 변신한 유씨의 꿈은 생물적 방제에 성공해 우리 강토의 생태계를 지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