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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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출소’ 피해봤자 ‘경찰서’

실패 학습은 ‘성공’ 예방주사 … 실패 않기 위해 미리 실패하는 것도 방법

  • < 송위진 / 과학정책기술원 연구워원 > songwc@stepi.re.kr

    입력2004-12-29 16: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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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출소’ 피해봤자 ‘경찰서’
    실패는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좋다. 그물처럼 얽힌 통신시스템이 마비하거나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기술개발사업이 실패하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많은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혀 상호작용하는 복잡시스템의 경우, 완벽한 통제와 규율이 어렵기 때문에 크고 작은 실패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실패의 그늘을 벗어날 수 없다면 실패와 함께하면서 그것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몸에 작은 병이 있으면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 큰병을 예방할 수 있는 것처럼, 실패도 적절히 관리하면 또 다른 실패나 파국적 실패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실패를 관리하는 첫번째 방법은 실패사건을 인지하고 원인을 파악하여 실패에서 배우는 것이다. ‘실패학습’을 통해 차후에 비슷한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실패학습은 말처럼 쉽지 않다. 실패를 실패로 인정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외환위기로 수많은 기업이 문을 닫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는 파국에 가까운 실패는 어쩔 수 없이 실패로 인정하지만, 규모가 작고 그 분야에 속한 사람만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실패는 실패로서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또한 어떤 일을 실패로 인정하더라도 그 원인을 담당자의 실수나 부정, 불가피한 환경 조건으로 돌리면서 실패의 근본 원인을 파헤치는 것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 실패학습은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실패에 책임 있는 기득권 체제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시스템 운영의 문제점은 여전히 남는다. 이렇게 되면 실패는 반복하며 더욱 확대된 형태로 나타난다.

    실패를 관리하는 두 번째 방법은 실패하지 않기 위해 미리 실패하는 것이다. 첫번째 방법이 이미 발생한 실패에서 배우는 ‘사후적 실패학습’이라면 이것은 ‘사전적 실패학습’이라 할 수 있다. 어떤 제도나 기술 시스템이 사회에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여 자체의 관성으로 움직이기 전 소규모로 여러 유형의 시스템 설계를 시도해 보고 실패를 학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숨겨진 문제 내부 고발도 활성화해야

    새로운 체계의 기술을 개발하거나 제도를 만들 때, 다양한 사고방식과 이론을 가진 집단이 여러 아이디어와 대안을 실험해 보고 실패의 경험을 축적하여 상대적으로 나은 대안을 선택하는 ‘변이창출→선택’의 진화적 과정은 차후 큰 실패를 피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서로 다른 접근방식을 취하는 복수의 연구개발팀을 운영하거나 기술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을 참여시켜 사전적으로 그 기술을 평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활동은 일견 낭비로 보이지만, 소수의 사람이 모여 최적의 대안이라 착각하여 정책결정을 하고 막대한 투자를 했다가 미처 고려하지 못한 효과 때문에 사업을 중단하는 것보다는 훨씬 경제적이다.

    실패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려면 실패학습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실패의 내용을 정확하고 빠르게 공개하고 실패 원인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하부구조를 갖춰야 한다. 사전적 실패학습의 경우 다양한 실험을 수행하여 그로부터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학습할 수 있는 장을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후적 실패학습의 경우 시스템 실패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여 피상적 대안 제시를 피할 수 있게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시스템의 내밀한 문제점을 알려주는 실패 관련자와 내부 고발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 및 보호제도가 이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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