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와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피의 화요일’이라 불리는 9·11 테러참사 이후 보복공격을 다짐해 온 미국이 마침내 공습을 단행했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 지휘부와 공항, 그리고 오사마 빈 라덴 근거지에 대한 공습은 10월7일 밤(한국시간으로 8일 새벽 1시40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미국의 심장부가 대규모 테러공격을 받은 지 거의 한 달 만의 일이다. 이로써 빈 라덴을 미국에 넘기지 않을 경우 공격받을 것이란 부시 미 대통령의 경고가 현실화됐다.
이날 미국과 영국은 3차에 걸쳐 파상적으로 공습했다.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이 밝힌 바에 따르면, B-1, B-2, B-52 등 장거리 폭격기 15대와 전폭기 15대, 그리고 군함 및 잠수함에서 발사된 50기의 토마호크 미사일이 아프간 쪽으로 날아갔다. 아프간 수도 카불과 빈 라덴의 근거지로 알려진 칸다하르 등은 공습으로 전기가 끊겼다. 어둠 속에서 미사일 공격과 이를 막으려는 탈레반 군의 대공포 발사로 아프간 밤 하늘은 걸프전 당시의 상황을 떠오르게 했다.
그러나 빈 라덴과 물라 모하마드 오마르를 비롯한 탈레반 정권 지도부는 무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빈 라덴은 공습 직후 전 세계에 방영된 녹화 테이프에서 이번 공습을 ‘알라신에 대한 미국의 공격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탱크가 팔레스타인을 유린하는 등 이슬람 국가들에서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하면서, 전 세계 무슬림이 힘을 합쳐 미국의 공격을 저지할 것을 촉구했다. 부시 행정부로서는 ‘테러와의 전쟁’이지만, 빈 라덴으로서는 이른바 지하드(성전)다.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공습의 초기 목표가 대공 방어망을 무력화하고 탈레반 군용기들을 파괴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세계 초강대국 미국에 영국이 힘을 보탠, 전란에 찌든 서남아시아 빈국과의 전쟁은 이렇게 시작됐다.
미 국방부는 앞으로 며칠 동안 더 공습을 단행할 참이다. 현재 아프가니스탄 주변에는 3만 명의 미군 병력이 집결돼 있다. 오만 지역에는 2만 명의 영국군이 포진한 상태다. 그러나 대규모 지상군 투입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소규모 특수부대 투입이 전부일 것이다. 현재 미군 특수부대 1000명이 최근 우즈베키스탄에 투입돼 작전지시를 기다리고 있다. 공습 또한 제한적으로 실시될 것이다. 특정 공격 목표물, 이를테면 탈레반 군의 방공망과 주요시설물, 그리고 빈 라덴이 숨어 있을 만한 곳에 한해서다.
9·11 테러참사가 일어난 뒤 부시 미 대통령은 금방이라도 아프간을 공격할 태세였다. 그러나 사건 발생 한 달이 가깝도록 공격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지 못하는 사정이 있었다. 조지 테닛 미 CIA 국장은 부시 대통령과 그의 핵심 참모들에게 다음과 같은 정보분석을 내놓았다. 미국의 대규모 공습이 탈레반 정권을 아랍권 대미항쟁의 기수로 만들고, 주변 아랍권을 자극해 결과적으로 미국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경고성 분석이었다. 부시 정권이 특수부대를 투입해 빈 라덴 색출에 나서는 한편, 반군인 북부동맹을 지원하고 탈레반 내부의 이탈을 꾀해, 탈레반 정권을 붕괴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이런 분석에 바탕을 두어서다.
대안으로 나온 것이 특수부대 투입이다. 지난 9월 말 부시 정부는 특수부대가 지난 수일 간 정찰임무 수행을 위해 아프간에 침투했다고 확인했다. 현재 미국은 오사마 빈 라덴 찾기에 전력 투구하는 모습이다. 그의 은신처를 찾기만 하면 공습이든 지상군 투입이든 단기간 작전으로 테러전쟁의 1단계를 끝낼 수 있다. 아랍권에서 장기전을 폄으로써 져야 할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문제는 정보다. 미국의 군사행동이 늦어진 것은 정보 부족이 가장 큰 이유다.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지난 2일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하는 기내에서 “(작전의) 결정적 요소는 크루즈미사일이나 폭격기가 아니라 정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배경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지금까지 인공위성, 무인정찰기, U-2와 RC-135 정찰기 등 최첨단 장비들로 빈 라덴의 행방을 쫓고 있다. 아프간 지역의 무전연락, 휴대전화 통화 등은 이 첨단장비로 감청이 가능하다. 그러나 빈 라덴이 동굴 속에 꼼짝 않고 있다면 제아무리 뛰어난 첨단장비라도 소용없는 일이다.
이래저래 미 국방부가 믿을 구석은 특수부대 투입이다. 공습 이전에 특수부대원들이 이미 아프간에 침투한 것도 이런 사정에서다. 이들은 첨단무기와 통신장비 등을 갖추고 빈 라덴의 소재 파악을 위해 은밀한 작전을 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 방공망의 위치를 알아내는 임무도 아울러 띠었겠지만, 빈 라덴이 어디까지나 1차 목표다.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은 5단계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미군의 1차적인 군사행동은 소규모로 비밀리에 이미 단행됐다. 특수부대원들은 3~5명씩 짝지어 침투조를 구성, 아프간 지형에 밝은 북부동맹 반군의 안내를 받아 아프간 깊숙이 진입했다. 야간 적외선 탐지기에 MP5로 무장한 요원들은 각자 맡은 작전지역에서 거점을 확보해 매복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손바닥 크기의 휴대용 레이저 목표 지정장치를 이용, 아프간 상공에 떠 있는 미군기의 중개로 지휘관들에게 작전상황을 보고하고 지시를 받는다. 탈레반 군의 감청을 막고 자신들의 현 위치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다. 1차적 임무는 빈 라덴을 생포하거나 사살하는 것이지만, 현재로서는 적극적인 활동을 삼가는 수준이다. 공습이 시작될 때까지 빈 라덴을 일정 지역에 묶어두는 것만으로 임무는 충분하다. 빈 라덴은 현재 그의 근거지인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 부근 산악지역에 은신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2. 공습으로 탈레반 정권 무력화
특수부대 투입으로 빈 라덴의 발목을 잡은 다음, 미군은 빈 라덴의 은거지로 의심되는 지역과 탈레반 정권의 기반시설에 대해 이미 몇 차례 공습을 시작했다. 미군 전폭기가 아프간 상공을 날아와 목표물에 대해 폭탄과 미사일 공습을 하고 아라비아해의 군함에서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한다. 공격목표는 빈 라덴의 테러훈련소, 탈레반 지도부가 사용하는 공공건물과 군사령부, 레이더 기지, 대공포 기지, 방송국, 발전소와 연료창고 등이다. 그러나 대규모 공습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년에 걸친 내전으로 수도 카불을 포함해 아프간 내에는 이렇다 할 공격 목표물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자칫 민간인 사망자가 많이 나올 경우 아랍권의 반미감정을 부추길 가능성도 대규모 공습을 막는 요인이다.
3. 탈레반군 전면 공격 북부동맹군 지원
반군인 북부동맹에게 무기와 군수품을 본격적으로 대줘 탈레반을 압박하고 내부 이탈을 부추긴다는 양면 압박 전략이다. 2000명 규모의 특수부대원을 수송용 헬기로 투입해 아프간 지역에 일정한 거점을 마련, 양쪽에서 탈레반 군을 압박하고 빈 라덴과 탈레반 정권 핵심세력 체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작전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정확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 더구나 아프간 산악지형을 감안할 때 91년 걸프전과 달리 아프간 작전은 탱크보다 보병에 의존해야 한다. 미군이 지상군을 투입할 경우 희생자가 속출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미군은 공습으로 탈레반 정권을 압박, 북부동맹의 진격속도를 빠르게 해주는 것으로 그칠 것으로 보인다. 레인저 부대와 그린 베레, 델타 포스 등 특수부대원들이 선발대의 정보를 따라 빈 라덴과 그의 직할조직인 알 카이다 요원들을 체포 또는 사살하는 임무를 맡을 것이다.
4. 아프간에 친미정권 세우기
탈레반 정권에 대한 부시 정권의 시각은 매우 부정적이다. “오사마 빈 라덴을 내놓을 경우 탈레반 정권이 서구사회의 원조를 받을 수도 있다”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발언은 정치인의 수사일 뿐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탈레반 정권을 아프가니스탄에서 축출하는 것이 미국의 목표”라고 솔직히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이번 테러와의 전쟁을 아프간 해방전쟁으로 규정한다. 북부동맹을 비롯한 반탈레반 연합조직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감독을 받는 과도정부(친미정부)를 수립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이탈리아에서 망명생활을 하는 86세의 자히르 전 아프가니스탄 국왕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울 채비다. 북부동맹은 아프간 내 다수 민족인 파슈킨족에게서 지지를 못 받고 있다.
5. 장기적으로 테러조직 뿌리뽑는다
부시 행정부가 시나리오 4까지 추진하려면 시간이 없다. 많아야 한 달이다. 겨울 동장군이 밀려오면 작전은 일단 끝이다. 아프간 공격의 최대 장애물은 험준한 지형과 더불어 혹독한 겨울 날씨다. 폭설과 혹한·폭우가 뒤섞인 아프간 특유의 악천후다. 아프간의 겨울은 보통 11월 말부터지만 올해는 좀더 이른 10월 말부터 시작될 것이란 소식이다. 군사위성과 미사일·헬기도 아프간 악천후에선 맥을 못 쓴다.
일단 아프간에 친미정권이 들어서면, 부시 정권으로서는 두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동안 미국을 위협해 온 빈 라덴 등 테러조직들의 배후 근거지를 없애는 동시에 서남아시아 이슬람권에 친서방 국가를 세워 중동지역의 미국 석유 이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일이다. 문제는 집권세력에서 반군으로 위치가 바뀐 탈레반 군이 산악 게릴라전을 펴면서 친미정권을 압박할 경우다. 미국에 장기적으로 큰 부담이 될 것이다. 테러전쟁의 분명한 승리라는 것이 불투명하고,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게 부시 정권의 고민이다. 그래도 미국이 중동지역에서 우세한 화력으로 그들을 제압해 나갈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한편으론 테러리즘과의 전쟁이란 선전전을 펴면서….
이날 미국과 영국은 3차에 걸쳐 파상적으로 공습했다.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이 밝힌 바에 따르면, B-1, B-2, B-52 등 장거리 폭격기 15대와 전폭기 15대, 그리고 군함 및 잠수함에서 발사된 50기의 토마호크 미사일이 아프간 쪽으로 날아갔다. 아프간 수도 카불과 빈 라덴의 근거지로 알려진 칸다하르 등은 공습으로 전기가 끊겼다. 어둠 속에서 미사일 공격과 이를 막으려는 탈레반 군의 대공포 발사로 아프간 밤 하늘은 걸프전 당시의 상황을 떠오르게 했다.
그러나 빈 라덴과 물라 모하마드 오마르를 비롯한 탈레반 정권 지도부는 무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빈 라덴은 공습 직후 전 세계에 방영된 녹화 테이프에서 이번 공습을 ‘알라신에 대한 미국의 공격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탱크가 팔레스타인을 유린하는 등 이슬람 국가들에서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하면서, 전 세계 무슬림이 힘을 합쳐 미국의 공격을 저지할 것을 촉구했다. 부시 행정부로서는 ‘테러와의 전쟁’이지만, 빈 라덴으로서는 이른바 지하드(성전)다.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공습의 초기 목표가 대공 방어망을 무력화하고 탈레반 군용기들을 파괴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세계 초강대국 미국에 영국이 힘을 보탠, 전란에 찌든 서남아시아 빈국과의 전쟁은 이렇게 시작됐다.
미 국방부는 앞으로 며칠 동안 더 공습을 단행할 참이다. 현재 아프가니스탄 주변에는 3만 명의 미군 병력이 집결돼 있다. 오만 지역에는 2만 명의 영국군이 포진한 상태다. 그러나 대규모 지상군 투입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소규모 특수부대 투입이 전부일 것이다. 현재 미군 특수부대 1000명이 최근 우즈베키스탄에 투입돼 작전지시를 기다리고 있다. 공습 또한 제한적으로 실시될 것이다. 특정 공격 목표물, 이를테면 탈레반 군의 방공망과 주요시설물, 그리고 빈 라덴이 숨어 있을 만한 곳에 한해서다.
9·11 테러참사가 일어난 뒤 부시 미 대통령은 금방이라도 아프간을 공격할 태세였다. 그러나 사건 발생 한 달이 가깝도록 공격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지 못하는 사정이 있었다. 조지 테닛 미 CIA 국장은 부시 대통령과 그의 핵심 참모들에게 다음과 같은 정보분석을 내놓았다. 미국의 대규모 공습이 탈레반 정권을 아랍권 대미항쟁의 기수로 만들고, 주변 아랍권을 자극해 결과적으로 미국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경고성 분석이었다. 부시 정권이 특수부대를 투입해 빈 라덴 색출에 나서는 한편, 반군인 북부동맹을 지원하고 탈레반 내부의 이탈을 꾀해, 탈레반 정권을 붕괴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이런 분석에 바탕을 두어서다.
대안으로 나온 것이 특수부대 투입이다. 지난 9월 말 부시 정부는 특수부대가 지난 수일 간 정찰임무 수행을 위해 아프간에 침투했다고 확인했다. 현재 미국은 오사마 빈 라덴 찾기에 전력 투구하는 모습이다. 그의 은신처를 찾기만 하면 공습이든 지상군 투입이든 단기간 작전으로 테러전쟁의 1단계를 끝낼 수 있다. 아랍권에서 장기전을 폄으로써 져야 할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문제는 정보다. 미국의 군사행동이 늦어진 것은 정보 부족이 가장 큰 이유다.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지난 2일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하는 기내에서 “(작전의) 결정적 요소는 크루즈미사일이나 폭격기가 아니라 정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배경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지금까지 인공위성, 무인정찰기, U-2와 RC-135 정찰기 등 최첨단 장비들로 빈 라덴의 행방을 쫓고 있다. 아프간 지역의 무전연락, 휴대전화 통화 등은 이 첨단장비로 감청이 가능하다. 그러나 빈 라덴이 동굴 속에 꼼짝 않고 있다면 제아무리 뛰어난 첨단장비라도 소용없는 일이다.
이래저래 미 국방부가 믿을 구석은 특수부대 투입이다. 공습 이전에 특수부대원들이 이미 아프간에 침투한 것도 이런 사정에서다. 이들은 첨단무기와 통신장비 등을 갖추고 빈 라덴의 소재 파악을 위해 은밀한 작전을 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 방공망의 위치를 알아내는 임무도 아울러 띠었겠지만, 빈 라덴이 어디까지나 1차 목표다.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은 5단계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미군의 1차적인 군사행동은 소규모로 비밀리에 이미 단행됐다. 특수부대원들은 3~5명씩 짝지어 침투조를 구성, 아프간 지형에 밝은 북부동맹 반군의 안내를 받아 아프간 깊숙이 진입했다. 야간 적외선 탐지기에 MP5로 무장한 요원들은 각자 맡은 작전지역에서 거점을 확보해 매복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손바닥 크기의 휴대용 레이저 목표 지정장치를 이용, 아프간 상공에 떠 있는 미군기의 중개로 지휘관들에게 작전상황을 보고하고 지시를 받는다. 탈레반 군의 감청을 막고 자신들의 현 위치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다. 1차적 임무는 빈 라덴을 생포하거나 사살하는 것이지만, 현재로서는 적극적인 활동을 삼가는 수준이다. 공습이 시작될 때까지 빈 라덴을 일정 지역에 묶어두는 것만으로 임무는 충분하다. 빈 라덴은 현재 그의 근거지인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 부근 산악지역에 은신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2. 공습으로 탈레반 정권 무력화
특수부대 투입으로 빈 라덴의 발목을 잡은 다음, 미군은 빈 라덴의 은거지로 의심되는 지역과 탈레반 정권의 기반시설에 대해 이미 몇 차례 공습을 시작했다. 미군 전폭기가 아프간 상공을 날아와 목표물에 대해 폭탄과 미사일 공습을 하고 아라비아해의 군함에서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한다. 공격목표는 빈 라덴의 테러훈련소, 탈레반 지도부가 사용하는 공공건물과 군사령부, 레이더 기지, 대공포 기지, 방송국, 발전소와 연료창고 등이다. 그러나 대규모 공습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년에 걸친 내전으로 수도 카불을 포함해 아프간 내에는 이렇다 할 공격 목표물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자칫 민간인 사망자가 많이 나올 경우 아랍권의 반미감정을 부추길 가능성도 대규모 공습을 막는 요인이다.
3. 탈레반군 전면 공격 북부동맹군 지원
반군인 북부동맹에게 무기와 군수품을 본격적으로 대줘 탈레반을 압박하고 내부 이탈을 부추긴다는 양면 압박 전략이다. 2000명 규모의 특수부대원을 수송용 헬기로 투입해 아프간 지역에 일정한 거점을 마련, 양쪽에서 탈레반 군을 압박하고 빈 라덴과 탈레반 정권 핵심세력 체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작전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정확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 더구나 아프간 산악지형을 감안할 때 91년 걸프전과 달리 아프간 작전은 탱크보다 보병에 의존해야 한다. 미군이 지상군을 투입할 경우 희생자가 속출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미군은 공습으로 탈레반 정권을 압박, 북부동맹의 진격속도를 빠르게 해주는 것으로 그칠 것으로 보인다. 레인저 부대와 그린 베레, 델타 포스 등 특수부대원들이 선발대의 정보를 따라 빈 라덴과 그의 직할조직인 알 카이다 요원들을 체포 또는 사살하는 임무를 맡을 것이다.
4. 아프간에 친미정권 세우기
탈레반 정권에 대한 부시 정권의 시각은 매우 부정적이다. “오사마 빈 라덴을 내놓을 경우 탈레반 정권이 서구사회의 원조를 받을 수도 있다”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발언은 정치인의 수사일 뿐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탈레반 정권을 아프가니스탄에서 축출하는 것이 미국의 목표”라고 솔직히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이번 테러와의 전쟁을 아프간 해방전쟁으로 규정한다. 북부동맹을 비롯한 반탈레반 연합조직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감독을 받는 과도정부(친미정부)를 수립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이탈리아에서 망명생활을 하는 86세의 자히르 전 아프가니스탄 국왕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울 채비다. 북부동맹은 아프간 내 다수 민족인 파슈킨족에게서 지지를 못 받고 있다.
5. 장기적으로 테러조직 뿌리뽑는다
부시 행정부가 시나리오 4까지 추진하려면 시간이 없다. 많아야 한 달이다. 겨울 동장군이 밀려오면 작전은 일단 끝이다. 아프간 공격의 최대 장애물은 험준한 지형과 더불어 혹독한 겨울 날씨다. 폭설과 혹한·폭우가 뒤섞인 아프간 특유의 악천후다. 아프간의 겨울은 보통 11월 말부터지만 올해는 좀더 이른 10월 말부터 시작될 것이란 소식이다. 군사위성과 미사일·헬기도 아프간 악천후에선 맥을 못 쓴다.
일단 아프간에 친미정권이 들어서면, 부시 정권으로서는 두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동안 미국을 위협해 온 빈 라덴 등 테러조직들의 배후 근거지를 없애는 동시에 서남아시아 이슬람권에 친서방 국가를 세워 중동지역의 미국 석유 이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일이다. 문제는 집권세력에서 반군으로 위치가 바뀐 탈레반 군이 산악 게릴라전을 펴면서 친미정권을 압박할 경우다. 미국에 장기적으로 큰 부담이 될 것이다. 테러전쟁의 분명한 승리라는 것이 불투명하고,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게 부시 정권의 고민이다. 그래도 미국이 중동지역에서 우세한 화력으로 그들을 제압해 나갈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한편으론 테러리즘과의 전쟁이란 선전전을 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