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7일 일요일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JP)의 행보는 전광석화 같았다. 그는 이날 대전사범 총동창회에서 “연말 정치권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운을 뗀 뒤 대전 유성에서 자민련 핵심 의원들, 대전시장, 충남지사와 골프 치며 ‘단합’을 과시했다. 비슷한 시각 JP의 이수영 비서실장은 서울 상도동 김영삼 전 대통령(YS) 집으로 갔다. JP와 YS의 만남은 이 자리에서 결정됐다. JP는 골프장에서 곧바로 상경, 밤 9시40분부터 1시간 동안 상도동에서 YS와 와인을 함께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8일 JP는 “연말이든 언제든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고 말해 전날의 와인 파티가 성공적이었음을 내비쳤다.
정치권 한쪽에선 “‘야합’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JP-YS측은 연대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자민련 한 의원은 “DJP 공조파기의 충격에서 벗어날 전기가 필요한 JP, 정치재개를 위한 지렛대가 필요한 YS 모두 상대를 다시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정치권의 관심은 ‘YS+JP 연합노선’의 정치적 방향과 신당창당 여부에 쏠리고 있다. 민주-한나라 거대 양당체제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YS-JP 연합노선은 우선 연대 ‘명분’을 대내외적으로 제시할 필요성이 있다. 따라서 대북문제, 경제난, 권력형 비리의혹을 들어 현 김대중 정권을 강하게 공격하는 것은 거의 ‘외길’ 수순이다. 오히려 연합노선의 방향과 관련된 핵심은 한나라당과 어떠한 관계를 정립하는지에 있다. 이미 이 부분에 대해서도 상당한 힌트들이 나와 있다.
DJ 강하게 공격 … 반이회창 노선에 합세한 형국
9월23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경남 창원시 성주사에서 열린 법회에 참석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 김혁규 경남지사는 보이지 않았다. 한나라당에 법률자문을 하는 권영상 변호사는 “올해 초 경남 겁외사 행사 때 김지사가 이총재를 수행한 것과 분명 달라진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경남도지부에선 이 행사에 김지사가 참석하는 줄 알고 있었다고 한다. 이미 경남도청 주변에선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YS-JP 연대가 공식화할 경우 김지사는 그쪽으로 말을 갈아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9월12일 한나라당 민주계 의원들은 의원회관 앞에 ‘도열’해 YS를 맞았다. 이어 YS와 이총재가 단식농성중인 박종웅 의원의 휠체어를 나란히 미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그러나 이 자리에 있던 한나라당 한 의원은 “매스컴에 나온 모습과 달리 실제 분위기는 냉랭했다”고 말했다. 의원회관을 떠날 때 YS는 인사말 한마디 없이 이총재 옆을 스쳐 지났다. 10월4일 YS는 한나라당의 민주계 출신 의원 10여 명을 불러 만찬을 함께 했다.
JP가 YS와 공동으로 한나라당의 대북 쌀 지원 방침을 비판하고 전당대회를 대구에서 열기로 한 것 역시 한나라당을 자극하는 일이다. 전당대회엔 YS의 대변인격인 박종웅 의원이 참석하며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초청됐다. 이 행사의 기획 의도가 또 다른 영남권 정치세력 결집에 있음이 읽힌다. 자민련 이완구 원내총무는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특검제 공조에 최근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JP는 지난 9월 이총재와 YS를 모두 만났다. 그러나 이총재 쪽과는 더 이상의 ‘후속타’가 터지지 않았다. JP 측근은 “창(이총재의 약칭)은 아무것도 내주려 하지 않았다”며 실망감을 보였다. JP의 탐색전이 끝나면서 9월 만남의 무게중심은 YS로 기울었다. 최근 형성되는 YS-JP 연합전선은 YS가 ‘강한 톤’으로 주장하는 ‘비(非)이회창’ 노선에 JP가 선택적으로 합세한 모양새다.
JP의 10월8일 ‘지각변동’ 발언은 신당창당 가능성을 포괄하고 있다. 상도동의 YS 측근은 “YS나 JP라면 당을 만드는 데 한 달도 걸리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90년대 박철언 전 의원, 박준규 전 국회의장 등 일부 영남인사를 교두보 삼아 ‘TK 진출’에 성공한 JP로선 YS에게 그러한 효과를 기대하고 있을 법하다. 야권 내 다른 영남 인사가 견인되는 시너지 효과도 상정할 수 있다. 정치전문 사이트 ‘아이워치코리아’의 김세현 대표는 “현재의 정치지형도를 고려했을 때 내년 대선은 양당 유력후보의 1대 1 대결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했다. 민주당 한화갑 최고위원도 한 인터뷰에서 “내년 대선은 제3, 제4 후보가 나오는 다자간 경쟁이 된다”고 단정했다. 대선 구도가 복잡해지고 박빙의 승부가 전개된다면 ‘YS-JP 연대세력’이라는 ‘조연급’엔 청신호가 된다. 그러나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이인제 의원에 대한 엇갈린 평가에서도 알 수 있듯 YS와 JP는 서로 자신이 미는 후보를 연대 후보로 세우려 할 것이므로 이런 이해관계의 상충은 상존한다.
JP는 정계개편 가능성을 언급한 10월7일과 8일 ‘연말’이라는 단어를 두 번 썼다. 10월 재보궐 선거와 내년 중순 지방선거 사이의 기간은 대선정국으로 정계가 급류를 타는 시기다. YS와 JP는 사실상 ‘종신정치’를 선언한 이상 이 기간에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김세현 대표는 “YS-JP는 우선 독자 대선후보 가능성을 타진할 것이다. 그러나 여의치 않을 경우 이총재, 여권 후보, 또는 제3의 대선후보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캐스팅보트 파워의 복원을 시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민련은 한나라당과의 정책적 협력관계를 파기하지는 않고 있다. 자민련 한 고위 당직자는 “한나라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배제할 단계가 아니다”고 밝혔다.
YS-JP 연대가 △느슨한 연대-다른 정치세력과의 공조-특정 후보 지지 △신당창당-다른 정치세력과의 공조-대선후보 공동선출 △신당창당-독자적 대선후보 선출 중에서 어떤 행보를 취할지 아직은 유동적이다. 자민련의 한 고위 당직자는 “현재의 YS-JP 연대는 큰 ‘베팅’에 대비한 몸값 올리기 성격이 더 강하다. 그러나 선택의 순간은 곧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한쪽에선 “‘야합’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JP-YS측은 연대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자민련 한 의원은 “DJP 공조파기의 충격에서 벗어날 전기가 필요한 JP, 정치재개를 위한 지렛대가 필요한 YS 모두 상대를 다시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정치권의 관심은 ‘YS+JP 연합노선’의 정치적 방향과 신당창당 여부에 쏠리고 있다. 민주-한나라 거대 양당체제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YS-JP 연합노선은 우선 연대 ‘명분’을 대내외적으로 제시할 필요성이 있다. 따라서 대북문제, 경제난, 권력형 비리의혹을 들어 현 김대중 정권을 강하게 공격하는 것은 거의 ‘외길’ 수순이다. 오히려 연합노선의 방향과 관련된 핵심은 한나라당과 어떠한 관계를 정립하는지에 있다. 이미 이 부분에 대해서도 상당한 힌트들이 나와 있다.
DJ 강하게 공격 … 반이회창 노선에 합세한 형국
9월23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경남 창원시 성주사에서 열린 법회에 참석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 김혁규 경남지사는 보이지 않았다. 한나라당에 법률자문을 하는 권영상 변호사는 “올해 초 경남 겁외사 행사 때 김지사가 이총재를 수행한 것과 분명 달라진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경남도지부에선 이 행사에 김지사가 참석하는 줄 알고 있었다고 한다. 이미 경남도청 주변에선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YS-JP 연대가 공식화할 경우 김지사는 그쪽으로 말을 갈아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9월12일 한나라당 민주계 의원들은 의원회관 앞에 ‘도열’해 YS를 맞았다. 이어 YS와 이총재가 단식농성중인 박종웅 의원의 휠체어를 나란히 미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그러나 이 자리에 있던 한나라당 한 의원은 “매스컴에 나온 모습과 달리 실제 분위기는 냉랭했다”고 말했다. 의원회관을 떠날 때 YS는 인사말 한마디 없이 이총재 옆을 스쳐 지났다. 10월4일 YS는 한나라당의 민주계 출신 의원 10여 명을 불러 만찬을 함께 했다.
JP가 YS와 공동으로 한나라당의 대북 쌀 지원 방침을 비판하고 전당대회를 대구에서 열기로 한 것 역시 한나라당을 자극하는 일이다. 전당대회엔 YS의 대변인격인 박종웅 의원이 참석하며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초청됐다. 이 행사의 기획 의도가 또 다른 영남권 정치세력 결집에 있음이 읽힌다. 자민련 이완구 원내총무는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특검제 공조에 최근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JP는 지난 9월 이총재와 YS를 모두 만났다. 그러나 이총재 쪽과는 더 이상의 ‘후속타’가 터지지 않았다. JP 측근은 “창(이총재의 약칭)은 아무것도 내주려 하지 않았다”며 실망감을 보였다. JP의 탐색전이 끝나면서 9월 만남의 무게중심은 YS로 기울었다. 최근 형성되는 YS-JP 연합전선은 YS가 ‘강한 톤’으로 주장하는 ‘비(非)이회창’ 노선에 JP가 선택적으로 합세한 모양새다.
JP의 10월8일 ‘지각변동’ 발언은 신당창당 가능성을 포괄하고 있다. 상도동의 YS 측근은 “YS나 JP라면 당을 만드는 데 한 달도 걸리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90년대 박철언 전 의원, 박준규 전 국회의장 등 일부 영남인사를 교두보 삼아 ‘TK 진출’에 성공한 JP로선 YS에게 그러한 효과를 기대하고 있을 법하다. 야권 내 다른 영남 인사가 견인되는 시너지 효과도 상정할 수 있다. 정치전문 사이트 ‘아이워치코리아’의 김세현 대표는 “현재의 정치지형도를 고려했을 때 내년 대선은 양당 유력후보의 1대 1 대결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했다. 민주당 한화갑 최고위원도 한 인터뷰에서 “내년 대선은 제3, 제4 후보가 나오는 다자간 경쟁이 된다”고 단정했다. 대선 구도가 복잡해지고 박빙의 승부가 전개된다면 ‘YS-JP 연대세력’이라는 ‘조연급’엔 청신호가 된다. 그러나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이인제 의원에 대한 엇갈린 평가에서도 알 수 있듯 YS와 JP는 서로 자신이 미는 후보를 연대 후보로 세우려 할 것이므로 이런 이해관계의 상충은 상존한다.
JP는 정계개편 가능성을 언급한 10월7일과 8일 ‘연말’이라는 단어를 두 번 썼다. 10월 재보궐 선거와 내년 중순 지방선거 사이의 기간은 대선정국으로 정계가 급류를 타는 시기다. YS와 JP는 사실상 ‘종신정치’를 선언한 이상 이 기간에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김세현 대표는 “YS-JP는 우선 독자 대선후보 가능성을 타진할 것이다. 그러나 여의치 않을 경우 이총재, 여권 후보, 또는 제3의 대선후보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캐스팅보트 파워의 복원을 시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민련은 한나라당과의 정책적 협력관계를 파기하지는 않고 있다. 자민련 한 고위 당직자는 “한나라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배제할 단계가 아니다”고 밝혔다.
YS-JP 연대가 △느슨한 연대-다른 정치세력과의 공조-특정 후보 지지 △신당창당-다른 정치세력과의 공조-대선후보 공동선출 △신당창당-독자적 대선후보 선출 중에서 어떤 행보를 취할지 아직은 유동적이다. 자민련의 한 고위 당직자는 “현재의 YS-JP 연대는 큰 ‘베팅’에 대비한 몸값 올리기 성격이 더 강하다. 그러나 선택의 순간은 곧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