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한나라당 지도부로선 가시적 상대인 여권보다는 당 내외 여기저기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공격 포인트가 뚜렷이 드러나지 않는 YS-JP의 행보가 더 부담스럽게 느껴질 법하다. 최근의 YS-JP 독자세력화 움직임은 한나라당의 시각으로 봤을 땐 ‘야권 분열’에 다름 아니다. 한나라당과 양김의 지지기반은 이념적이든 지역적이든 상당 부분 겹쳐 있다. YS는 이총재에 대해 적대감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으며, JP도 최근 들어 YS의 정치적 입장에 동조하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 이미 힘이 많이 빠졌지만 그래도 양김은 특정인이 대통령 되는 것을 훼방 놓을 정도의 위력은 갖고 있다는 데 많은 정치인들이 동의한다. 한나라당의 고민은 여기에서부터 출발한다.

한나라당 한 의원은 “대구 전당대회, 공화당 개명논의를 둘러싸고 자민련 내부에서 터져나오는 불만이 예사롭지 않다”고 말했다. YS-JP 연대가 과연 신당창당까지 연착륙할지, 자중지란으로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 지켜보자는 것이다. 이총재가 JP를 만난 뒤 던진 ‘wait and see’(기다리면서 보자)라는 표현은 현재의 한나라당 입장을 대변하는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한나라당이 YS-JP 연대에 대응해 적극적 기획을 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JP와 YS 중 먼저 JP 쪽에서 틈새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최근 이총재와 한국신당 김용환 대표가 만난 것이 바로 그것이다. 김대표와 친분이 있는 자민련 한 의원은 “김대표는 신중한 사람인데 이총재와의 만남을 언론에 의도적으로 공개한 것이 예사롭지 않다”고 말했다. 과거 충청권의 2인자격인 김대표와 한나라당간 연대가 성사된다면 이는 DJP공조 와해 이후 정체성 위기를 겪는 자민련에 타격을 주는 일이다.
한나라당 한 고위당직자는 “YS-JP 신당창당이 임박해질 경우 당 내부 단속을 통해 이를 무산시키거나 파괴력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이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지난해 총선 직전 민국당이 창당되어 영남정서가 험악해졌을 당시 ‘들썩거리던’ YS를 주저앉힌 경험이 있다. 그때 이총재는 전격 상도동 YS 자택을 방문하는 한편, 이탈 가능성 있는 당내 인사들에게 회유와 함께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해 파문을 조기 진화했다. 이총재가 최근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것도 이러한 내부 단속의 의미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나라당 일부에선 “여권이 한나라당 일부 의원의 불법 혐의를 잡아, YS-JP 연합세력으로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정계개편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사정설은 미리 김을 빼 이런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시키겠다는 의도라는 시각이 있다.
YS-JP에 의한 영남 보수신당이 실제로 창당돼 위협적 존재로 부각될 경우에도 대응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3김청산 캠페인을 벌이는 한편 ‘신당을 밀면 결국 DJ만 도와주는 꼴’이라는 이인제 학습론을 전파시켜 영남지역의 신당 바람을 차단한다는 것.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는 “신당이 이러한 역풍에 직면할 경우 YS-JP는 오히려 회복 불능의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병렬 강재섭 부총재 등 한나라당 내 중진 의원들은 이총재가 JP를 배제시키는 방향으로 정국을 끌고 가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JP를 껴안고 가면 YS-JP 연대는 존재할 공간 자체가 없어진다는 논리다.
이 대목에서 YS-JP 연대는 근본적으로 이총재의 리더십 문제와 연결된다. YS-JP 연대는 이총재의 ‘3김청산론’과 ‘국민 우선의 포용정치’가 정면 충돌하는 ‘이념적 취약 지점’이 되는 것이다.
청산이냐 아니면 포용이냐. YS-JP 연대 움직임은 YS와 JP에 관한 한 ‘불가원 불가근’의 전략을 구사하는 이회창 총재에게 ‘임기응변식 테크닉’이 아닌 ‘분명한 결단’을 강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