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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끙~ 힘드십니까? 배출 해방 선언

골반 기능 이상 직장류 변비 치료 명성 … 40, 50대 여성에게서 흔하게 발병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5-04-15 13: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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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끙~ 힘드십니까? 배출 해방 선언

    직장류 수술을 하고 있는 류재현 박사(오른쪽).

    대변을 볼 때면 늘 10분 이상 힘을 줘야 겨우 볼 수 있고, 보고 나서도 잔변감이 있어 고생이 많았던 김이령(41·가명) 씨. 배변이 힘든 날은 손으로 변을 파내야 할 정도지만 그녀는 이런 현상이 질병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러다 어느 날 항문 주변이 따갑고 가렵다 아픈 증상이 되풀이되자 김 씨는 대장항문 전문병원인 송도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치핵 3도(치질)와 항문가려움증(항문소양증)에, 직장(대장의 끝 부분)의 밑부분 벽이 앞쪽으로 늘어나 변 배출을 방해하는 ‘직장류’가 있다는 진단을 받은 것. 김 씨는 그제야 자신을 죽도록 괴롭혀온 변비의 원인을 알게 됐다.

    일단 항문에 생긴 치핵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김 씨는 척추 마취를 한 뒤 직장의 벽을 제자리로 가져다주는 직장류 교정수술을 받았다. 수술시간은 약 1시간30분. 수술 후 통증이 일주일 정도 있었지만 2주일이 지난 뒤 사라졌고, 약 한 달이 지나고부터는 변을 시원하게 보기 시작했다. 물론 치질로 인한 통증과 가려움도 함께 사라졌다. 배변이 편해지고 난 뒤부터는 생활에 자신감을 되찾았고, 지금은 식당일도 계속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일반인들은 변비의 원인이 대장의 운동기능 저하(서행성 변비)가 전부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골반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서 오는 ‘골반폐쇄성 변비’도 적지 않다. 골반폐쇄성 변비를 일으키는 원인 질환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직장류는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질환이다.

    찔끔찔끔 증상 일명 ‘변실금’

    직장류는 항문과 연결되는 직장의 아래쪽 벽(중격)이 앞쪽 또는 다른 방향으로 늘어나면서(완만한 곡선형태) 돌출돼 배변 시 가해지는 힘을 지탱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질환. 직장 벽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힘이 항문으로 잘 전달되지 않아 변이 직장을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하고 쌓여 있거나 굳어져 직장을 막게 된다. 이런 이유로 직장의 구멍이 좁아지니 변이 가늘어지고, 잔변감이 느껴질 수밖에. 잔변감이 있다 보니 하루에도 몇 번씩 화장실을 들락거리고 변을 본 뒤에도 묵직하거나, 뭔가 들어 있는 듯한 불쾌감이 종일 계속되기도 한다.



    직장류를 방치한 경우에는 오랫동안 배출되지 못한 변이 딱딱하게 굳어 주변에 있던 묽은 변만 찔끔찔끔 나오는 증상으로 발전한다. 묽은 변이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나온다 해서, 이를 요실금에 빗대 ‘변실금’으로 부르기도 한다. 배변이 안 되니 더욱 힘을 주게 되고 이런 나쁜 배변 습관은 항문질환, 즉 치핵·치루·치열 등을 일으킨다. 직장류 환자의 90% 이상이 항문질환을 동반할 정도. 직장류 환자인 김이령 씨도 바로 그 같은 경우다.

    송도병원 배변장애클리닉 류재현 박사(여성전문 진료클리닉 원장)는 “서행성 변비인 경우는 대장의 운동기능을 자극하기 위한 치료(식이조절과 약물치료)로 조절이 되고, 대장무력증이 심한 경우는 드물게 대장 절제술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직장류가 발견되면 문제가 달라진다”며 “직장류는 여성의 골반구조와 관계가 깊기 때문에 40, 50대 여성에게서 많이 발견된다”고 말한다.

    직장류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많이 발견되는 이유는, 여성은 골반구조상 직장 바로 앞쪽에 질이 있고 직장과 질 사이의 좁은 공간에 있는 중격(벽)이 분만 시 쉽게 손상을 받기 때문. 여성에게 발생하는 직장류를 ‘직장-질 중격 이완증’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직장-질 중격 이완증이 심한 환자 중에는 회음부나 질 쪽에 손가락을 넣어 늘어나 있는 직장 벽을 밀어주어야만 변을 배출할 수 있는 환자도 있을 정도.

    류 원장은 “분만 시 손상에 의해 발생하는 직장류가 여성에게는 가장 흔하지만, 배변 시 과도하게 힘을 주는 습관이 있거나 나이에 따른 벽 조직 자체의 약화, 비만, 그리고 자궁적출술처럼 골반근육을 약화할 수 있는 부인과수술의 합병증 등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며 “변의를 느끼는데도 막상 변을 보려면 실패하는 사례가 반복된다면 대장항문 전문의를 찾아 상담과 진찰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한다.

    배변장애로 병원을 찾는 사람 중 일단 직장 수지(手指)검사와 항문경 검사를 통해 직장류가 있는지 확인된 환자는, 배변조영술이나 골반 MRI를 통해 직장류의 크기나 진행 정도를 알아봐야 한다. 직장류 외에 배변장애를 일으킬 만한 다른 질환이 의심될 때는 대장 내시경검사나 CT 대장검사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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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도병원 항문기능검사실에서 항문운동을 하고 있는 배변장애 환자.

    류 박사는 “각종 검사를 통해 직장류가 확인되면 1차적으로 약물치료나 배변 훈련치료를 해보고, 그 후에도 직장벽의 변형이 너무 심해 증세가 호전되지 않으면 수술을 하게 된다”며 “여러 수술 방법이 있지만 송도병원에서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회음부와 질을 통해 약화된 직장-질 중격을 보강하는 동시에 항문거근으로 불리는 직장 주변의 근육층을 보강하고 분만으로 인해 손상된 회음체의 재건과 늘어진 질 입구의 교정까지 함께 하는 수술법”이라고 밝혔다.

    수술은 척추 마취(하반신 마취)를 한 상태에서 1차로 항문질환에 대한 수술이 이루어지고, 환자의 자세를 바꾼 뒤 직장류 교정수술을 하게 되는데 수술시간은 모두 1시간30분에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송도병원 배변장애클리닉은 1992년 이후 이 같은 수술법으로 2004년까지 총 1490명의 환자를 수술한 직장류 수술 전문병원.

    문제는 환자들이 직장류에 대한 증상보다는 항문질환의 증상 때문에 병원을 찾는 경우가 더 많다는 점이다. 실제 이 병원에서 108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배변장애나 묵직함, 불완전 배출감, 가는 변 등 직장류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30명에 지나지 않았고, 그외 대다수는 다른 항문질환 때문에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류 박사는 특히 “직장류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데다 여성 환자들은 대장항문 질환의 특성상 남성 의사를 회피하는 경향이 강해 증상이 심해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송도병원 배변장애클리닉에 여성전문진료클리닉이 함께 있고, 류 박사를 비롯한 여자 외과 전문의가 2명이 포진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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