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도
그때 붙여진 꼬리표가 ‘국내용’. 스승을 격파하는 비법만 터득한 ‘안방 퉁소’라는 얘기를 들어야 했다. 지금 최철한 9단이 그 짝이다. 이창호 9단에게 연전연승을 거두면서도 정작 세계대회에서는 맥을 못 추고 있어 ‘이창호만 이기는 법을 터득한 국내용’이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 작년 예상을 뒤엎고 이창호 9단을 무너뜨리며 쟁취한 기성 타이틀을 올해에는 같은 ‘송아지 삼총사’ 동갑내기인 박영훈 9단에게 넘겨주기 일보 직전에 처했다. 2연패를 당하며 일찌감치 막판에 몰린 것.
의 형세를 보면, 백쫔 여섯 점이 떨어진 상황에서 만약 우변이 통째로 흑의 집으로 굳어진다면 해보나 마나다. 이러한 절체절명의 순간에 떨어진 백1의 끼움 수가 ‘수렁에서 건진 내 딸’이었다. 백△가 죽어 있으되, 그냥 죽은 것이 아니라 뭔가 고깃값을 하는 뒷맛을 절묘하게 활용한 승부수였다.
백2에 흑3으로 이을 수밖에 없고, 백4 때 흑5가 최강의 버팀이긴 하나 백12에 툭 끊는 수를 보더니 박영훈 9단은 싹싹하게 돌을 거뒀다. 처럼 흑1로 더 두어봤자 백2가 좋은 수. A의 곳 약점 때문에 흑은 3으로 따낼 수밖에 없고, 흑7도 백A부터 연단수로 몰아가는 수단 때문에 불가피하다. 이 틈에 백8을 선수한 뒤 10에 자리 잡으면 거뜬히 사는 모양을 갖추기 때문이다. 144수 끝, 백 불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