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인플루엔자는 시한폭탄처럼 째깍째깍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섬뜩하기까지 한 이 경고는, 최근 대한감염학회가 주최한 ‘인플루엔자의 현황과 대책’ 심포지엄에서 고려대 의대 김우주 교수가 언급한 내용이다. 비록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조류독감 등 변형 인플루엔자가 주변 국가들로 퍼져가고 있는 시점에서 다시 돌아볼 수밖에 없는 말이다.
‘팬데믹(pandemic·범유행, 세계적 규모의 유행병) 인플루엔자’란 글자 그대로 전 세계에 독감 바이러스가 유행하면 올 수 있는 ‘전 세계적 전염성 독감’을 의미한다. 해마다 발생하는 일반적인 유행성 독감에 전 인구의 10% 정도가 감염되는 것이 보통이라면, 팬데믹이 올 경우 30~50%, 즉 두세 명 중 한 명은 감염으로 사망하거나 병원 신세를 져 그야말로 환자들이 속출하는 상황이 초래된다.
김 교수는 20세기의 팬데믹 사례인 ‘스페인 독감’(1918년), ‘아시아 독감’(57년), ‘홍콩 독감’(68년)을 상기시킨다. 그는 “과거 사례를 비추어볼 때 11년 내지 39년마다 전염성 독감이 발생했고, 평균으로 계산하면 27년이다”라며 “68년 이후 37년이 지났고, 최대치인 39년으로 계산해보면 (팬데믹의 도래가) 2년 남짓 남은 상황”이라며 경고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조류독감 감염 땐 1억명 사망할 수도
현재 가장 유력한 팬데믹 바이러스 후보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H5N1 바이러스. 조류독감을 일으키는 고병원성 바이러스 중 하나로, 사람에게 전이되어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베트남에서 33명, 태국 12명, 캄보디아 1명 등 모두 46명의 사망자를 내기도 했다. 급속한 변이 속도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H5N1 바이러스가 만약 사람 사이에서 유행하게 된다면, 최악의 상황이 예상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강도 높은 경고도 주목된다. 지난해 11월 WHO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보건장관회의에서 독감 확산에 따른 재앙 발생을 공식 경고했고, 올 1월 말에 조류독감이 사람에게 감염될 경우 5000만~1억명까지도 사망할 수 있다는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얼마 전 동남아시아 전역을 강타해 전 세계에 충격과 슬픔을 안겨주었던 ‘지진해일’로 15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사망자 수를 단순 비교하더라도 그 위험도를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 어떻게든 대재앙을 막아보려는 세계 각국의 노력 또한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달 초 WHO가 유럽의 56개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독감 발생시의 국가적 대책을 마련한 나라는 50여개국으로 나타났다. 유럽 국가의 89%가 대비책을 마련했다면 언뜻 높은 수치다 싶기도 한데, 이번 결과에 대한 WHO 관계자의 ‘단지 50여개 나라에 불과’하다는 평가는, 국가적 대책이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의 고리를 만드는 데 충분하다.
대재앙 예방 차원에서 가장 중요하게 대두되는 것이 바로 ‘백신’이다. 최근 미국 정부는 본격적인 예방백신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우리나라의 준비 상황은 어떠한가? 국내의 경우 2003년 12월 충북 음성군 삼성면에 있는 닭 사육 농장에서 조류독감에 걸린 닭이 처음 발견되면서 파장이 컸으나, 그 후 우리 의식 속에서 희미해져 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사람들의 인식도 인식이지만, 우리나라는 기본적인 독감백신조차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국내에서 쓰이고 있는 독감백신은 100% 수입품. 비록 잠깐이지만 우리나라도 녹십자사가 94년에서 97년까지 4년 동안 독감백신을 자체 개발, 공급한 적이 있으나 높은 투자비용과 당시 연이어 백신 부작용 사고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98년 끝내 생산을 중단했다.
반면 일본은 모든 백신을 100% 자급하고 있다. 단 하나의 백신도 수입하지 않아 국제사회에서 문제제기를 할 정도. 독감백신을 모두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로선 부러울 수밖에 없다.
김 교수는 “1년에 1700만 도스의 예방접종을 하고 있는 현실에서, 외국의 주요 백신 제조사들이 미국이나 유럽에 있기 때문에 팬데믹이 오면 자국 우선 접종을 위해 수출을 막을 수도 있다”며 “자체적으로 백신 생산시설을 갖추든지, 다른 나라와 공동 개발해서 유사시에 일부 백신을 보유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이제는 독감백신의 국내 생산을 생존 문제와 결부시켜 고려해야 할 시기가 됐다.
“가장 이상적인 대안은 장기적으로, 국내자본으로 자체 연구·생산 시설을 확충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이 필요한 만큼 당장 어렵다면 글로벌 시대에 맞게 기술도입, 외자유치를 적극 고려해 국내 독감백신 생산시설을 하루빨리 확보해야 할 것입니다.”
국내 감염 전문가들의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할 시기가 왔다.
섬뜩하기까지 한 이 경고는, 최근 대한감염학회가 주최한 ‘인플루엔자의 현황과 대책’ 심포지엄에서 고려대 의대 김우주 교수가 언급한 내용이다. 비록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조류독감 등 변형 인플루엔자가 주변 국가들로 퍼져가고 있는 시점에서 다시 돌아볼 수밖에 없는 말이다.
‘팬데믹(pandemic·범유행, 세계적 규모의 유행병) 인플루엔자’란 글자 그대로 전 세계에 독감 바이러스가 유행하면 올 수 있는 ‘전 세계적 전염성 독감’을 의미한다. 해마다 발생하는 일반적인 유행성 독감에 전 인구의 10% 정도가 감염되는 것이 보통이라면, 팬데믹이 올 경우 30~50%, 즉 두세 명 중 한 명은 감염으로 사망하거나 병원 신세를 져 그야말로 환자들이 속출하는 상황이 초래된다.
김 교수는 20세기의 팬데믹 사례인 ‘스페인 독감’(1918년), ‘아시아 독감’(57년), ‘홍콩 독감’(68년)을 상기시킨다. 그는 “과거 사례를 비추어볼 때 11년 내지 39년마다 전염성 독감이 발생했고, 평균으로 계산하면 27년이다”라며 “68년 이후 37년이 지났고, 최대치인 39년으로 계산해보면 (팬데믹의 도래가) 2년 남짓 남은 상황”이라며 경고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조류독감 감염 땐 1억명 사망할 수도
현재 가장 유력한 팬데믹 바이러스 후보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H5N1 바이러스. 조류독감을 일으키는 고병원성 바이러스 중 하나로, 사람에게 전이되어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베트남에서 33명, 태국 12명, 캄보디아 1명 등 모두 46명의 사망자를 내기도 했다. 급속한 변이 속도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H5N1 바이러스가 만약 사람 사이에서 유행하게 된다면, 최악의 상황이 예상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강도 높은 경고도 주목된다. 지난해 11월 WHO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보건장관회의에서 독감 확산에 따른 재앙 발생을 공식 경고했고, 올 1월 말에 조류독감이 사람에게 감염될 경우 5000만~1억명까지도 사망할 수 있다는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얼마 전 동남아시아 전역을 강타해 전 세계에 충격과 슬픔을 안겨주었던 ‘지진해일’로 15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사망자 수를 단순 비교하더라도 그 위험도를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 어떻게든 대재앙을 막아보려는 세계 각국의 노력 또한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달 초 WHO가 유럽의 56개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독감 발생시의 국가적 대책을 마련한 나라는 50여개국으로 나타났다. 유럽 국가의 89%가 대비책을 마련했다면 언뜻 높은 수치다 싶기도 한데, 이번 결과에 대한 WHO 관계자의 ‘단지 50여개 나라에 불과’하다는 평가는, 국가적 대책이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의 고리를 만드는 데 충분하다.
대재앙 예방 차원에서 가장 중요하게 대두되는 것이 바로 ‘백신’이다. 최근 미국 정부는 본격적인 예방백신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우리나라의 준비 상황은 어떠한가? 국내의 경우 2003년 12월 충북 음성군 삼성면에 있는 닭 사육 농장에서 조류독감에 걸린 닭이 처음 발견되면서 파장이 컸으나, 그 후 우리 의식 속에서 희미해져 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사람들의 인식도 인식이지만, 우리나라는 기본적인 독감백신조차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국내에서 쓰이고 있는 독감백신은 100% 수입품. 비록 잠깐이지만 우리나라도 녹십자사가 94년에서 97년까지 4년 동안 독감백신을 자체 개발, 공급한 적이 있으나 높은 투자비용과 당시 연이어 백신 부작용 사고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98년 끝내 생산을 중단했다.
반면 일본은 모든 백신을 100% 자급하고 있다. 단 하나의 백신도 수입하지 않아 국제사회에서 문제제기를 할 정도. 독감백신을 모두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로선 부러울 수밖에 없다.
김 교수는 “1년에 1700만 도스의 예방접종을 하고 있는 현실에서, 외국의 주요 백신 제조사들이 미국이나 유럽에 있기 때문에 팬데믹이 오면 자국 우선 접종을 위해 수출을 막을 수도 있다”며 “자체적으로 백신 생산시설을 갖추든지, 다른 나라와 공동 개발해서 유사시에 일부 백신을 보유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이제는 독감백신의 국내 생산을 생존 문제와 결부시켜 고려해야 할 시기가 됐다.
“가장 이상적인 대안은 장기적으로, 국내자본으로 자체 연구·생산 시설을 확충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이 필요한 만큼 당장 어렵다면 글로벌 시대에 맞게 기술도입, 외자유치를 적극 고려해 국내 독감백신 생산시설을 하루빨리 확보해야 할 것입니다.”
국내 감염 전문가들의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할 시기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