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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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백성을 위한 역사가 흘렀죠”

  •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입력2005-04-15 13: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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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계천, 백성을 위한 역사가 흘렀죠”
    오는 10월이면 청계천에 맑은 물이 다시 흐른다. 서울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청계천은 서울의 새 명소, 서울의 새 자랑거리가 될 것이 분명하다. 시민들은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낸 청계천을 보며 시원한 물줄기가 흐를 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청계천 완공을 누구보다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청계천 복원 사업의 입안 단계부터 참여해 2002년 9월 청계천 복원 사업의 시작과 함께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 상임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조광권(58) 서울시 교통연수원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조 원장은 청계천과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공직을 마치고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중 청계천 복원 사업에 참여했고, 그 과정에서 청계천에 얽힌 각종 역사와 정치 자료들을 접하게 됐다. 그 자료들 중 하나가 영조의 ‘준천사실(濬川事實)’이다. 영조 당시 개천(지금의 청계천) 공사에 관해 상세히 기록한 이 책을 접한 뒤, 조 원장은 청계천을 환경친화적 관점에서뿐 아니라, 역사·정치적 관점에서 볼 수 있었고 결국 자신의 박사 학위 논문도 청계천을 주제로 삼았다.

    지난해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조 원장의 논문 제목은 ‘조선후기 준천(濬川: 바닥 파기) 과정에 나타난 위민(爲民) 담론 분석’. 조선시대 왕들이 준천 과정에서 보여준 민본정치사상의 실체를 소개한 것으로 조 원장은 준천 과정에서 보여준 위정자들의 모습이 서구 민주주의의 민권의식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는 훌륭한 사상이었음을 주장했다.

    영조는 개천의 준천 시행 여부를 놓고 무려 8년여를 고민했다. 정작 위민을 한다는 것이 백성들을 노역에 동원함으로써 노민(勞民)이 될 수도 있다는 염려 때문이었다. 결국 영조는 신료들과 백성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한 뒤 준천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200여년 전 일이지만 참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조와 같이 고민했더라면 새만금 사업이나 천성산 터널 같은 국책 사업이 표류하고 있을까요? 민의를 충분히 수렴하고 숙고하는 것은 지금의 위정자들에게 더 절실히 필요한 자세입니다.”



    조 원장은 최근 자신의 박사 학위 논문과 자신이 지켜본 청계천 복원 사업의 시작부터 현재까지의 과정을 상세하게 담은 책 ‘청계천에서 역사와 정치를 본다’를 출간했다. 청계천 복원 아이디어가 누구에게서 나왔고, 어떻게 실제 정책으로 이루어졌는지, 또 정치적으로는 어떤 관련이 있었는지 등이 상세히 담겨 있다. 청계천 개발의 어제오늘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자료가 되기에 충분하다.

    조 원장은 1973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서울시 보사환경국장, 교통국장, 공보관 등을 지냈으며 현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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