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울면 당황해하지 말고 왜 우는지 원인을 파악해 대처한다.
“아이의 밤낮이 바뀌어 힘들어 죽겠어요.”
요즘 한의원을 찾는 어머니 중 이런 호소를 하는 이가 적지 않다. 무심코 말을 꺼냈던 어머니들도 “이런 증세가 병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깜짝 놀라곤 한다.
이렇게 밤에 아이가 자지 않고 우는 증상을 한의학에서는 ‘야제증(夜啼症)’이라고 한다. 보통 0~2세 사이의 아이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증상. 물론 신생아 때 배가 고파서 우는 것은 ‘야제’가 아니다. 다만 배가 고픈 것 같아서 젖을 물렸는데 빠는 시늉만 할 뿐 제대로 먹지 않고 계속 보채고 운다면 ‘야제증’으로 본다.
일반적으로 밤에 자다가 갑자기 이유 없이 울거나 찡찡거리는데 젖을 물려도 울음을 그치지 않고 안거나 업어야 겨우 멈추는 경우, 아주 예민해서 작은 소리에도 깨 선잠을 자는 경우, 한번 울기 시작하면 금세 악을 쓰고 얼굴과 몸이 파래지는 경우 등이다.
이 경우 괜찮아지겠지 하고 그냥 내버려두면 아이의 성격이 예민해져 신경질적이 되고 정상적인 성장과 발육에도 문제가 생기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야제증의 원인이 ‘기체(氣滯)’ 때문인 것으로 본다. 기체란 신체 기운의 흐름이 막힌 상태. 아이가 크게 놀랐을 때, 열이 뭉쳤을 때, 체했을 때, 모유가 맞지 않을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증상이 가벼울 때는 잠에서 깨지 않고 그냥 끙끙거리거나 잠꼬대를 하거나 이를 가는 정도지만, 증상이 심해질수록 잠에서 깨 울고 젖을 주거나 토닥거려도 울음을 그치지 않는 횟수가 많아진다.
따라서 아이가 밤낮이 바뀌기 시작하면 조금 지켜보다가 한 달이 넘어도 나아지는 기색이 없으면 전문의를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가벼운 야제증이라면 2주에서 6주 정도면 치료가 되는데, 환자의 성향에 따라 증류한약, 아로마 요법, 레이저 침 시술 등을 통해 막힌 기운을 풀어준다.
집에서는 아이가 불편해하지 않도록 배려한다. 자기 전에 목욕을 시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거나 이불로 아이를 너무 돌돌 말아놓지 말고 피부를 약간 노출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배내옷에 손발이 묶이듯 돌돌 말려 누워 있으면 답답함과 울체가 생긴다. 그렇다고 무조건 옷을 벗겨 뉘어놓으면 감기 등에 걸릴 위험이 있으므로 약간 헐렁하게 입히는 것이 좋다. 민간요법으로 복령이나 택사를 달인 물에 분유를 타 먹이는 것도 효과가 있다. 단, 증상이 나아지면 반드시 먹이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과일즙을 먹을 수 있는 아이에게는 제철에 난 딸기를 갈아 우유 대신 먹이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