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우리당)의 소장파 리더인 김영춘 의원이 단단히 화가 난 듯하다. 당과 여론을 무시한 청와대의 일방통행식 인사가 김 의원의 감정선을 건드린 주범. 김 의원은 “유시민 의원의 입각이 당의 지방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노무현 대통령의 레임덕을 앞당길 것”이라며 청와대를 겨냥했다. 김 의원은 “노 대통령이 민심을 몰랐기 때문에 유 의원을 입각시켰다”고 진단했다.
김 의원은 청와대가 “내 인사권이니 아무 말 말라는 것은 공동책임이라는 현실을 외면하고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가 기존 인식을 바꾸는 것과 관계없이 당이 원칙을 정해가면 청와대도 따라올 것”이라며 우리당의 마이웨이를 강조했다. 1월6일 초·재선 의원 모임을 주도하느라 바쁜 김 의원을 통해 개각과 관련한 우리당 입장을 들어보았다.
-왜 ‘유시민’ 입각에 반대하는가.
“개인 감정은 없다. 그러나 유시민 의원의 언동은 당 단합을 결정적으로 해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비판했다. 유 의원의 입각은 정부에 부담이 될 것이며, 우리당의 지방선거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물론 유 의원을 정서적으로 좋아하는 국민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이는 소수일 뿐, 다수는 유 의원으로 대표되는 부정적 이미지에 고개를 흔든다. 그들은 그게 참여정부와 우리당의 색깔인 것으로 오해한다. 이번 입각은 그 오해가 사실임을 확인해주는 결정적 계기가 됐고 그래서 반대했다. 국민들의 거부 정서가 유 의원 입각으로 확인되고, 또 확산되면 지방선거는 물론 노 대통령도 임기 후반을 보내는 데 큰 장애가 될 것이다.”
-임기 후반의 장애란 레임덕을 말하는가.
“그렇다. 레임덕이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다.”
-노 대통령이 유시민 입각을 왜 고집했다고 생각하나.
“노 대통령이 세상 민심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항상 지역구에서 유권자들을 만난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이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아닐 것이다. 우리당 지지자거나 아니면 중간지대에 있는 분들이다. 그들은 유 의원에 대해 부정적이다.
대통령이 그런 민심을 모를 수 있다고 본다. 설사 알았다 하더라도 그 파장과 역작용을 잘 몰랐을 것이다. 내 지적은 민심에 기반한 예측이다. 이 판단과 예측이 틀렸으면, 내 걱정이 기우였으면 좋겠다. 유 의원이 장관직을 잘 수행해 당과 대통령에게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인사권과 시스템에 의한 적격한 인사라고 해명하는데….
“청와대도 나름대로의 원칙과 기준을 세워 인사 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치는지, 기계적 논리 수준이 아니라 살아 있는 정치 차원의 대국민 고려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세상은 시스템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의 판단과 정서, 감정 등은 시스템에는 없다. 때문에 인사를 할 때는 시스템뿐만 아니라 민심과 정서 등 살아 있는 감정을 능동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과거 독재정권조차도 이런 점을 고려해 인사를 했다.”
-이번 인사에서 당은 완전히 배제됐나.
“노 대통령은 당에 대한 인식과 자세를 바꿀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당 스스로가 주체적인 역할자로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당은 대통령이 지시하면 따르는 수동적 입장이었다. 당에는 다수 의원들이 공감하는 노선이 있다. 그 노선과 정체성에 기초해 대통령의 요구와 지시가 맞으면 호응하고 아니면 ‘노’라고 당당하게 말해야 한다.”
-노라고 하면 당·청 간의 갈등으로 이어지는 것 아닌가.
“상호 인식의 괴리 폭이 너무 크다. 당정분리 원칙을 내세우지만 분리할 수 있는 사안에 한해 분리해야 한다. 청와대는 기본적으로 당 의사를 물어야 한다. 이번 개각 때에도 그랬지만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니 당에서 나서지 말라,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 그럴 것 같으면 국회 인사청문회는 왜 도입했나. 장관이 잘못하면 그로 인한 부정적 평가를 대통령 혼자 덮어쓰는 것이 아니라 당도 같이 책임지게 된다. 그럼에도 ‘내 인사권이니 아무 말 말라’는 것은 공동책임이라는 현실을 외면하고 부정하는 것이다.”
-청와대가 당의 요구를 받아주겠는가.
“청와대가 당의 이런 요구를 인정하고 안 하고는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당이 원칙을 갖고 입장을 정리한다면 청와대도 외면하기 힘들 것이다. 상황이 발생하면 이 원칙대로 관철해나가면 된다. 대통령도 인식의 변화가 있기를 바란다. 물론 대통령이 ‘내가 잘못했다’ 이럴 분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노 대통령에 대한 당의 불신이 심각하다. 마음의 탈당을 시작했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온다.
“이번 개각에서 청와대는 당을 배려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당과 노 대통령이 다른 길을 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유시민 의원과 이해찬 총리, 노 대통령을 잇는 코드 중심의 정계개편이 이루질 것이란 분석도 있는데….
“우리당발 정계개편은 없다고 본다.”
-개각을 둘러싼 격돌은 피했지만, 완전한 봉합은 아직 멀어 보인다.
“개각 문제는 더 이상 거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제는 개각 과정에서 드러났던 당·청 관계의 문제점에 대해 토론할 예정이다.”
-17대 국회 들어 ‘당·청 엇박자’는 우리당의 단골 문제였고, 쇄신론도 여러 차례 등장했다. 그렇지만 한 번도 개선된 적은 없다.
“당·청 관계를 재정립하자는 것은 기존 관계의 변화를 얘기하는 것이다. 변화 추구 자체가 당과 청와대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고 서로 충돌하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 때문에 그동안 서로 자제했고 외면했다.”
-이번에는 본질을 짚겠다는 것인가.
“지난해 대연정 파문 때 당은 자제했고 본질적 문제를 덮고 외면했지만 더 이상 덮고 가기에는 상처가 너무 크다. 당과 청와대는 상호 괴리에 대해 서로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청와대는 분권형 국정 운영 원칙에 따라 당·청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수평적 당정 분리로 가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그러나 그 분리는 분리가 아니라 팀워크 플레이여야 한다.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지금까지 당과 청와대는 호흡이 잘 맞지 않았다.”
-그런 현상은 청와대의 일방적 독주 때문인가, 아니면 당의 역할 부재 때문인가.
“글쎄, 어느 한쪽의 잘못이라기보다 소통의 부재 때문이라고 본다. 그래서 정무수석제를 부활시키자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당과 청와대의 연결고리를 강화해 시스템을 보완하자는 취지다.”
김 의원은 청와대가 “내 인사권이니 아무 말 말라는 것은 공동책임이라는 현실을 외면하고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가 기존 인식을 바꾸는 것과 관계없이 당이 원칙을 정해가면 청와대도 따라올 것”이라며 우리당의 마이웨이를 강조했다. 1월6일 초·재선 의원 모임을 주도하느라 바쁜 김 의원을 통해 개각과 관련한 우리당 입장을 들어보았다.
-왜 ‘유시민’ 입각에 반대하는가.
“개인 감정은 없다. 그러나 유시민 의원의 언동은 당 단합을 결정적으로 해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비판했다. 유 의원의 입각은 정부에 부담이 될 것이며, 우리당의 지방선거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물론 유 의원을 정서적으로 좋아하는 국민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이는 소수일 뿐, 다수는 유 의원으로 대표되는 부정적 이미지에 고개를 흔든다. 그들은 그게 참여정부와 우리당의 색깔인 것으로 오해한다. 이번 입각은 그 오해가 사실임을 확인해주는 결정적 계기가 됐고 그래서 반대했다. 국민들의 거부 정서가 유 의원 입각으로 확인되고, 또 확산되면 지방선거는 물론 노 대통령도 임기 후반을 보내는 데 큰 장애가 될 것이다.”
-임기 후반의 장애란 레임덕을 말하는가.
“그렇다. 레임덕이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다.”
-노 대통령이 유시민 입각을 왜 고집했다고 생각하나.
“노 대통령이 세상 민심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항상 지역구에서 유권자들을 만난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이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아닐 것이다. 우리당 지지자거나 아니면 중간지대에 있는 분들이다. 그들은 유 의원에 대해 부정적이다.
대통령이 그런 민심을 모를 수 있다고 본다. 설사 알았다 하더라도 그 파장과 역작용을 잘 몰랐을 것이다. 내 지적은 민심에 기반한 예측이다. 이 판단과 예측이 틀렸으면, 내 걱정이 기우였으면 좋겠다. 유 의원이 장관직을 잘 수행해 당과 대통령에게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인사권과 시스템에 의한 적격한 인사라고 해명하는데….
“청와대도 나름대로의 원칙과 기준을 세워 인사 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치는지, 기계적 논리 수준이 아니라 살아 있는 정치 차원의 대국민 고려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세상은 시스템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의 판단과 정서, 감정 등은 시스템에는 없다. 때문에 인사를 할 때는 시스템뿐만 아니라 민심과 정서 등 살아 있는 감정을 능동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과거 독재정권조차도 이런 점을 고려해 인사를 했다.”
-이번 인사에서 당은 완전히 배제됐나.
“노 대통령은 당에 대한 인식과 자세를 바꿀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당 스스로가 주체적인 역할자로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당은 대통령이 지시하면 따르는 수동적 입장이었다. 당에는 다수 의원들이 공감하는 노선이 있다. 그 노선과 정체성에 기초해 대통령의 요구와 지시가 맞으면 호응하고 아니면 ‘노’라고 당당하게 말해야 한다.”
-노라고 하면 당·청 간의 갈등으로 이어지는 것 아닌가.
“상호 인식의 괴리 폭이 너무 크다. 당정분리 원칙을 내세우지만 분리할 수 있는 사안에 한해 분리해야 한다. 청와대는 기본적으로 당 의사를 물어야 한다. 이번 개각 때에도 그랬지만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니 당에서 나서지 말라,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 그럴 것 같으면 국회 인사청문회는 왜 도입했나. 장관이 잘못하면 그로 인한 부정적 평가를 대통령 혼자 덮어쓰는 것이 아니라 당도 같이 책임지게 된다. 그럼에도 ‘내 인사권이니 아무 말 말라’는 것은 공동책임이라는 현실을 외면하고 부정하는 것이다.”
-청와대가 당의 요구를 받아주겠는가.
“청와대가 당의 이런 요구를 인정하고 안 하고는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당이 원칙을 갖고 입장을 정리한다면 청와대도 외면하기 힘들 것이다. 상황이 발생하면 이 원칙대로 관철해나가면 된다. 대통령도 인식의 변화가 있기를 바란다. 물론 대통령이 ‘내가 잘못했다’ 이럴 분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노 대통령에 대한 당의 불신이 심각하다. 마음의 탈당을 시작했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온다.
“이번 개각에서 청와대는 당을 배려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당과 노 대통령이 다른 길을 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유시민 의원과 이해찬 총리, 노 대통령을 잇는 코드 중심의 정계개편이 이루질 것이란 분석도 있는데….
“우리당발 정계개편은 없다고 본다.”
-개각을 둘러싼 격돌은 피했지만, 완전한 봉합은 아직 멀어 보인다.
“개각 문제는 더 이상 거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제는 개각 과정에서 드러났던 당·청 관계의 문제점에 대해 토론할 예정이다.”
-17대 국회 들어 ‘당·청 엇박자’는 우리당의 단골 문제였고, 쇄신론도 여러 차례 등장했다. 그렇지만 한 번도 개선된 적은 없다.
“당·청 관계를 재정립하자는 것은 기존 관계의 변화를 얘기하는 것이다. 변화 추구 자체가 당과 청와대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고 서로 충돌하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 때문에 그동안 서로 자제했고 외면했다.”
-이번에는 본질을 짚겠다는 것인가.
“지난해 대연정 파문 때 당은 자제했고 본질적 문제를 덮고 외면했지만 더 이상 덮고 가기에는 상처가 너무 크다. 당과 청와대는 상호 괴리에 대해 서로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청와대는 분권형 국정 운영 원칙에 따라 당·청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수평적 당정 분리로 가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그러나 그 분리는 분리가 아니라 팀워크 플레이여야 한다.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지금까지 당과 청와대는 호흡이 잘 맞지 않았다.”
-그런 현상은 청와대의 일방적 독주 때문인가, 아니면 당의 역할 부재 때문인가.
“글쎄, 어느 한쪽의 잘못이라기보다 소통의 부재 때문이라고 본다. 그래서 정무수석제를 부활시키자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당과 청와대의 연결고리를 강화해 시스템을 보완하자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