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JP)와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현란한 움직임에 부담을 느낀 것일까. 김대중 대통령이 오랜만에 정치적으로 의미심장한 화두를 던졌다. 이른바 ‘대선후보 문호개방론’이다.
김대통령은 10월5일 “민주당은 당의 강령과 정책에 동의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문호가 열려 있는 정당”이라며 “대선후보와 관련해서도 당내 민주적 절차에 의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 발언을 자제해 오던 그동안의 입장에 비춰 본다면 매우 이례적인 발언이다.
문호개방론은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정치권은 이를 새판짜기의 실마리로 읽는 분위기다. 김대통령의 한 핵심측근이 비슷한 시기에 조기전당대회론을 거론한 것도 이런 판단을 뒷받침한다. 김대통령 입에서 직접 대선 후보 영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오자 민주당 한 인사는 “이대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하지 않았느냐”며 문호개방론이 여권의 ‘준비된 대선전략’임을 강조했다. 아닌게아니라 이 인사는 그동안 무기력하게 비친 여권의 대선전략에 대해 “분명히 새로운 승부수가 나올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당초 이 인사는 김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연말에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연말이면 각 당과 후보 진영의 대선전략이 구체화할 시점. 그만큼 김대통령의 이번 발언 이면에 전략적 함의가 숨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호개방론은 표면적으로 여권 내부의 차기 주자들에 대한 견제를 통해 레임덕을 방지하고 당 내외에서 경쟁력 있는 새로운 인물을 수혈해 대선에 임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여권 인사들은 좀더 적극적으로 해석한다. 이를 김대통령의 하반기 정국운영 구상과 연결시키는 것. 민주당 한 인사는 “문호개방론이 암시하는 하드코어는 정계개편”이라고 못박는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차기 주자 제1의 조건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를 이기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이총재를 압도할 인물이 없다는 것이 여권이 안고 있는 고민이다”고 말한다. 문호개방론은 당연히 이런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 “한마디로 김대통령 발언에는 적자(適子)로 이회창 총재를 꺾지 못하면 양자라도 입양하겠다는 좀더 적극적이고 강한 뜻이 담겨 있다”는 것. 최근 여권 핵심부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 당내 선두 주자인 이인제 최고위원이 이총재를 따라잡지 못하는 현상에 주목해 왔다. 민주당 한 인사는 “상황을 이회창 대 반(反)이회창 구도로 만들거나 3자 대결구도로 몰고 가야 한다”며 새판짜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동안 여권 핵심부 주변에서는 여러 차례 “정계개편을 모색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그때마다 기존 틀을 인위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가져올 반사이득보다 부담이 더 클 것이란 판단에 따라 설(說)로만 그쳤다. 그러나 이번에는 DJP 공조가 붕괴된 상황에서 터져나온 정계개편론이라는 점에서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실린다. 더구나 이를 공론화한 인물은 김대통령 자신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 등을 감안한 합종연횡의 적기는 연말 연초”라고 시기까지 예고한다. 현재 관심을 끄는 정계개편의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다. 영남과 충청을 중심으로 JP와 YS, 민국당 김윤환 대표가 중심이 되는 보수세력의 신당 창당을 통한 정계개편이다. 물론 김대통령이 중심이 된 정계개편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이 문호개방론에 근거해 박근혜 한나라당 부총재, 무소속 정몽준 의원 등을 영입, 새로운 질서를 형성할 경우 정치권은 새판짜기의 회오리에 돌입하게 된다. 여야에 흩어진 진보적 개혁그룹에 의한 개혁신당론도 정계개편의 촉발 요인으로 거론된다. 어떤 형태의 정계개편이든 한쪽의 물꼬만 터지면 정치권 전체의 지각변동은 피할 수 없다.
최근 거론된 민주당 조기전당대회론은 정계개편과 맞물리면서 상승효과를 낼 수 있다(상자기사 참조). 여기다 김대통령이 YS의 ‘깜짝 놀랄 만한 후보론’과 같은 이벤트성 발언을 한 번 더 쏟아낼 경우 파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회창 총재의 아킬레스건인 세대교체론 등과 관련한 이슈가 공개되면 무시 못할 흐름을 형성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 인사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세대교체론은 이해찬 전 정책위의장(6월9일)과 정균환 특보단장(5월21일) 등 여권 중진들이 여러 차례 거론한 적이 있다.
“제3후보론도 한계” 내부서도 비판적 시각 많아
김대통령은 당초 미국 테러사건 등으로 인한 경제난 극복 등 비정치 분야를 정국 운영의 기본틀로 가져가려 했다. 이를 위해 가급적 여야 관계를 정상화할 계획이었다고 청와대 한 관계자는 설명한다. 야당을 자극하는 정치행위는 가급적 지양할 계획이었던 셈. 그런데 이 기조가 몇 가지 사안과 맞닥뜨리면서 변했다. 여권 한 관계자는 두 가지 사례로 이를 설명한다. 우선 추석 민심이다. 지역을 돌고 온 여권 인사들은 나락으로 떨어진 지역민심을 생생히 체험했다. 일부 인사는 “이대로는 희망이 없다”며 “정국 전환을 위한 승부수가 나와야 한다”는 입장을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한다.
최근 활동 보폭을 넓히고 있는 JP의 움직임도 정치적 침묵을 지키는 김대통령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 한 관계자는 “JP의 움직임이 여권의 새판짜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한다. JP가 일으킨 야권 변화의 바람이 자연스럽게 여권의 새판짜기 구상을 실천할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는 것. YS와 JP가 보혁구도를 상정해 새판짜기에 나선 이상 DJ도 시간 끌 이유가 없다는 현실 인식인 셈이다. 이런 흐름 때문에 한나라당 인사들은 “DJP 공조 파기가 짜여진 각본 아니냐”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물론 ‘이용호 게이트’를 통한 야권의 파상적인 공세와 DJP 공조 파기로 다시 겪고 있는 소수정권의 한계 등도 김대통령의 결심을 재촉한 측면이 크다.
그러나 문호개방론에 비판적인 시각도 많다. 민주당 내 대선 주자의 한 측근은 “말은 쉽지만 그게 가능하냐”며 볼멘소리를 내놓는다. 정몽준 의원, 박근혜 부총재, 이한동 총리, 이수성 전 총리, 고건 서울시장 등 영입 대상으로 거론되는 사람들 가운데 한나라당 이총재와의 경쟁구도에서 우위를 점하는 인사는 없어 보인다. 당내 대선 주자 진영에서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마저 잃는다”며 비판론을 제기한 것은 제3후보론이 갖는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아무리 여당이지만 전혀 의외의 인물을 키우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여권은 문호개방론으로 야당 내부를 교란하며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모습이다.
김대통령은 10월5일 “민주당은 당의 강령과 정책에 동의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문호가 열려 있는 정당”이라며 “대선후보와 관련해서도 당내 민주적 절차에 의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 발언을 자제해 오던 그동안의 입장에 비춰 본다면 매우 이례적인 발언이다.
문호개방론은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정치권은 이를 새판짜기의 실마리로 읽는 분위기다. 김대통령의 한 핵심측근이 비슷한 시기에 조기전당대회론을 거론한 것도 이런 판단을 뒷받침한다. 김대통령 입에서 직접 대선 후보 영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오자 민주당 한 인사는 “이대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하지 않았느냐”며 문호개방론이 여권의 ‘준비된 대선전략’임을 강조했다. 아닌게아니라 이 인사는 그동안 무기력하게 비친 여권의 대선전략에 대해 “분명히 새로운 승부수가 나올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당초 이 인사는 김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연말에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연말이면 각 당과 후보 진영의 대선전략이 구체화할 시점. 그만큼 김대통령의 이번 발언 이면에 전략적 함의가 숨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호개방론은 표면적으로 여권 내부의 차기 주자들에 대한 견제를 통해 레임덕을 방지하고 당 내외에서 경쟁력 있는 새로운 인물을 수혈해 대선에 임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여권 인사들은 좀더 적극적으로 해석한다. 이를 김대통령의 하반기 정국운영 구상과 연결시키는 것. 민주당 한 인사는 “문호개방론이 암시하는 하드코어는 정계개편”이라고 못박는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차기 주자 제1의 조건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를 이기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이총재를 압도할 인물이 없다는 것이 여권이 안고 있는 고민이다”고 말한다. 문호개방론은 당연히 이런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 “한마디로 김대통령 발언에는 적자(適子)로 이회창 총재를 꺾지 못하면 양자라도 입양하겠다는 좀더 적극적이고 강한 뜻이 담겨 있다”는 것. 최근 여권 핵심부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 당내 선두 주자인 이인제 최고위원이 이총재를 따라잡지 못하는 현상에 주목해 왔다. 민주당 한 인사는 “상황을 이회창 대 반(反)이회창 구도로 만들거나 3자 대결구도로 몰고 가야 한다”며 새판짜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동안 여권 핵심부 주변에서는 여러 차례 “정계개편을 모색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그때마다 기존 틀을 인위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가져올 반사이득보다 부담이 더 클 것이란 판단에 따라 설(說)로만 그쳤다. 그러나 이번에는 DJP 공조가 붕괴된 상황에서 터져나온 정계개편론이라는 점에서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실린다. 더구나 이를 공론화한 인물은 김대통령 자신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 등을 감안한 합종연횡의 적기는 연말 연초”라고 시기까지 예고한다. 현재 관심을 끄는 정계개편의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다. 영남과 충청을 중심으로 JP와 YS, 민국당 김윤환 대표가 중심이 되는 보수세력의 신당 창당을 통한 정계개편이다. 물론 김대통령이 중심이 된 정계개편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이 문호개방론에 근거해 박근혜 한나라당 부총재, 무소속 정몽준 의원 등을 영입, 새로운 질서를 형성할 경우 정치권은 새판짜기의 회오리에 돌입하게 된다. 여야에 흩어진 진보적 개혁그룹에 의한 개혁신당론도 정계개편의 촉발 요인으로 거론된다. 어떤 형태의 정계개편이든 한쪽의 물꼬만 터지면 정치권 전체의 지각변동은 피할 수 없다.
최근 거론된 민주당 조기전당대회론은 정계개편과 맞물리면서 상승효과를 낼 수 있다(상자기사 참조). 여기다 김대통령이 YS의 ‘깜짝 놀랄 만한 후보론’과 같은 이벤트성 발언을 한 번 더 쏟아낼 경우 파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회창 총재의 아킬레스건인 세대교체론 등과 관련한 이슈가 공개되면 무시 못할 흐름을 형성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 인사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세대교체론은 이해찬 전 정책위의장(6월9일)과 정균환 특보단장(5월21일) 등 여권 중진들이 여러 차례 거론한 적이 있다.
“제3후보론도 한계” 내부서도 비판적 시각 많아
김대통령은 당초 미국 테러사건 등으로 인한 경제난 극복 등 비정치 분야를 정국 운영의 기본틀로 가져가려 했다. 이를 위해 가급적 여야 관계를 정상화할 계획이었다고 청와대 한 관계자는 설명한다. 야당을 자극하는 정치행위는 가급적 지양할 계획이었던 셈. 그런데 이 기조가 몇 가지 사안과 맞닥뜨리면서 변했다. 여권 한 관계자는 두 가지 사례로 이를 설명한다. 우선 추석 민심이다. 지역을 돌고 온 여권 인사들은 나락으로 떨어진 지역민심을 생생히 체험했다. 일부 인사는 “이대로는 희망이 없다”며 “정국 전환을 위한 승부수가 나와야 한다”는 입장을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한다.
최근 활동 보폭을 넓히고 있는 JP의 움직임도 정치적 침묵을 지키는 김대통령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 한 관계자는 “JP의 움직임이 여권의 새판짜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한다. JP가 일으킨 야권 변화의 바람이 자연스럽게 여권의 새판짜기 구상을 실천할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는 것. YS와 JP가 보혁구도를 상정해 새판짜기에 나선 이상 DJ도 시간 끌 이유가 없다는 현실 인식인 셈이다. 이런 흐름 때문에 한나라당 인사들은 “DJP 공조 파기가 짜여진 각본 아니냐”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물론 ‘이용호 게이트’를 통한 야권의 파상적인 공세와 DJP 공조 파기로 다시 겪고 있는 소수정권의 한계 등도 김대통령의 결심을 재촉한 측면이 크다.
그러나 문호개방론에 비판적인 시각도 많다. 민주당 내 대선 주자의 한 측근은 “말은 쉽지만 그게 가능하냐”며 볼멘소리를 내놓는다. 정몽준 의원, 박근혜 부총재, 이한동 총리, 이수성 전 총리, 고건 서울시장 등 영입 대상으로 거론되는 사람들 가운데 한나라당 이총재와의 경쟁구도에서 우위를 점하는 인사는 없어 보인다. 당내 대선 주자 진영에서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마저 잃는다”며 비판론을 제기한 것은 제3후보론이 갖는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아무리 여당이지만 전혀 의외의 인물을 키우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여권은 문호개방론으로 야당 내부를 교란하며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