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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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직불금 파문 정치적 위상 다지기 성공

정형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8-11-25 15: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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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돼지 왼발톱’은 상궤에서 벗어난 짓을 하거나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을 비하하는 말이다. 비탈길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비틀어진 돼지발톱과 왼쪽을 천대시하던 과거 문화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정형근(63·사진)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 이사장이 얼마 전 송두영 민주당 부대변인에게서 같은 말을 들었다. ‘안하무인’이라는 질타와 함께. 이유인즉슨 ‘쌀소득 보전 직불금 불법 수령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쌀 직불금 특위)에서 요구한 쌀 직불금 불법 수령 의혹자 명단을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거부한 데 따른 것이다.

    급기야 여야가 국정조사 관련법에 따라 쌀 직불금 특위 차원에서 정 이사장의 검찰 고발 여부를 둘러싸고 대립하면서 정 이사장은 다시 정쟁의 한복판에 섰다. 올해 4월 총선을 앞두고 당내 공천에서 탈락, 현역에서 물러난 지 7개월 만이다. 그의 등장은 그저 우연일까.

    정 이사장은 지난 9월22일 건보공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2개월여 전인 7월8일 공모 마감일에 지원서를 접수한 뒤 보건복지부 장관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을 받은 것. 당시 건보공단 이사장은 3개월간 공석이었다. 하지만 이는 정 이사장을 위한 형식적인 절차일 뿐 그 이전부터 내정됐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정 이사장은 당내 공천 탈락 이후 무소속 출마가 유력했지만 불출마를 선언하고 조용히 물러났다. 그때부터 그가 건보공단 이사장 자리를 노린다는 소문이 여의도 바닥에 파다했다. 특히 정치권 내에선 정 이사장이 건보공단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했다. 당시 가장 설득력을 얻었던 분석은 그가 ‘정치 공작 전문가’ ‘저격수’ 같은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전국적으로 방대한 조직을 통해 대권 도전의 토대를 닦는 데 건보공단만한 공기업이 없으리라는 것이었다.



    현재 건보공단은 중앙본부와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경인 등 6개 지역본부 밑에 전국 227개 지사를 두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정식 임직원만 1만1300여 명에 달한다. 이사장이 마음먹기에 따라 정치적으로 활용하기에 더없이 좋은 조직인 셈이다. 민주당도 같은 맥락에서 최근 정 이사장이 쌀 직불금 특위의 요구뿐 아니라 쌀 직불금 불법 수령 의혹자 명단 공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라는 한승수 총리의 지시마저 거부한 배경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민주당 원내기획실 한 관계자는 “정 이사장이 보수세력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는 대표주자로 우뚝 서고 싶은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물론 본인의 뜻대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고서야 이처럼 총대를 메고 나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한 총리를 포함한 정부와 한나라당, 정 이사장이 서로 짜고 쌀 직불금 특위를 무위로 끝내려 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이럴 경우에도 정 이사장은 정치적으로 손해볼 것이 없다. 정부와 한나라당 모두 정 이사장에게 빚을 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 이사장의 등장은 이래저래 정치권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무뚝뚝한 표정에 감춰진 그의 속내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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