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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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치 판공비 한 번에 수령 비자금 조성 의혹까지

‘대한사회복지회’ 이사장·회장 두고 투서와 진정서 난무… 국민세금 年 100억원 지원, 복지부 감사 준비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08-11-25 15: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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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치 판공비 한 번에 수령 비자금 조성 의혹까지
    대한사회복지회(이하 복지회)는 6·25전쟁 직후인 1954년 설립된 사회복지법인이다. 고아와 혼혈아동 입양을 위해 정부가 만든 기관인 ‘한국아동양호회’가 법인의 모태가 됐다. 현재 복지회는 국내외 입양 관련 사업, 중증장애 아동의 재활을 돕는 재활원, 미혼모 쉼터, 영유아 보호시설, 병원 등 전국에 6개 지방사무소와 17개 시설을 가지고 있다. 매년 700~1000명의 아이들이 이곳을 통해 국내외로 입양되며 탤런트 김명민 김정은 이정길 신애라 씨 등 톱스타들이 홍보대사로 활동했거나 현재 활동 중이다.

    복지회의 1년 예산은 220억원(2008년 기준) 정도다. 그중 95억원가량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으로 채워진다. 개인 회원들의 후원금이 7억~8억원, 국내외 입양을 통해 조성되는 수입이 약 40억원, 해외에서 들어오는 기부금도 연간 40억~50억원 된다. 복지회가 운영하는 미혼모 쉼터, 영아보호시설, 재활원 등은 거의 전액 국가보조금으로 운영된다. 공기업도 정부기관도 아니지만 공적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는 공기업이나 다름없다.

    그런 복지회가 최근 이런저런 구설에 휘말렸다. 탈·불법적인 기관 운영을 고발하는 투서와 진정서가 난무하고 있는 것. 직원들은 회장의 비리를 고발하는 진정서를 작성해 서명했는가 하면, 문제가 된 회장은 회장직에서 해임된 이후 이사장 등 간부들의 내부 비리를 고발하는 수사의뢰서를 검찰 등에 제출해 파문을 일으켰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는 복지회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준비하고 있다. ‘주간동아’는 최근 복지회와 관련한 각종 진정서를 입수해 취재에 나섰다.

    2005년부터 3년8개월 동안 복지회 회장을 맡았던 이승환 전 회장은 최근 검찰 등 사정기관에 복지회 임채홍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고문변호사)을 고발하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서에서 이 전 회장은 임 이사장의 부적절한 복지회 법인자금 사용 문제, 노인복지시설을 위한 토지매입 과정의 부정 등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 전 회장은 9월19일 여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이사회에서 해임 처리됐고 현재 복지회를 상대로 해임 무효소송을 진행 중이다.

    1년치 판공비 한 번에 수령 비자금 조성 의혹까지

    11월18일 이승환 전 회장은 기자와 만나 임채홍 이사장의 비리 의혹이 담긴 진정서 내용을 설명했다

    이사 동생 땅 시가보다 더 주고 구입…7억원 손해 볼 판



    이 전 회장은 먼저 임 이사장이 활동비를 임의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고발한다. 진정서에 따르면 임 이사장은 6월23일 복지회 자금 담당 직원에게 “정보비 1년치를 미리 달라”고 요구해 2760만원을 받아갔다고 돼 있다. 진정서에는 이를 입증하는 2장의 영수증이 포함돼 있는데 각각의 영수증에는 선급금, 사무비 명목으로 이 자금이 집행된 것으로 돼 있다. 복지회는 이사장에게 별도의 월급을 지급하지 않고 월 230만원의 활동비(정보비 명목)를 지급해왔다.

    진정서는 임 이사장이 이사회 명목으로 두 달에 한 번꼴로 월 300만원의 복지회 자금을 받아 이사들과 골프 회동을 해온 사실도 밝히고 있다. “아이들을 해외에 입양시켜 벌어들인 돈과 정부에서 받은 보조금으로 이사장이 공공연히 골프를 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는 주장이다. 진정서는 이 골프 모임이 이 전 회장이 취임한 직후인 2006년경 없어졌다고 밝힌다. 이 밖에도 이 전 회장은 임 이사장이 사적인 식당 외상값 등을 수시로 복지회 자금으로 결제하도록 한 점을 지적한다.

    진정서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복지회가 노인복지시설 설립을 위해 매입을 추진했던 충남 공주시 쌍신동 소재 임야 1만2000여 평과 관련한 의혹이다. 이 의혹은 이 전 회장뿐 아니라 그의 각종 비리를 고발한 직원들의 진정서에도 제기돼 관심을 모은다. 지난 9월 만들어진 직원들의 진정서는 이 전 회장이 이사회에서 해임되는 결정적 이유가 됐다. 다음은 진정서 내용 중 일부.

    1년치 판공비 한 번에 수령 비자금 조성 의혹까지

    임 이사장이 법인자금을 임의로 사용한 증거 중 하나인 각종 영수증. 임 이사장이 1년치 판공비를 한꺼번에 받아간 영수증도 눈에 띈다.

    “노인복지시설을 위해 매입한 공주시 쌍신동 토지의 매도자는 당시 본회 이사인 홍○○의 동생 홍○○으로 현장 조사 결과 개발행위가 불가능한 토지를 시가의 4배 이상으로 구입하고도 등기조차 이전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사회와 회장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1년6개월 이상 사실을 은폐하다가 최근 고발조처를 하였다고 하나 매매과정에서 현직이사가 개입되어 있는 등 원상 회복이 안 되고 있음. 이 일로 이사회와의 책임소재 여부로 대립 상태임.”

    또 진정서는 노인복지시설 예정 부지가 문화재보호구역 경계로부터 500m 이내의 토지이며 보전녹지에 경사도가 공주시 개발허용 기준인 15도를 초과한 20도 이상으로 개발 가능성이 전무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 전 회장도 같은 의혹을 제기한다. 최근 기자와 만난 이 전 회장은 “이사회가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도 쉬쉬했다. 이사가 관련된 사건이라 모두 덮으려고만 했다. 복지회 정관에 따르면 재산의 취득 증식 유지관리에 관한 심의 결정권한은 회장이 아닌 이사회가 갖도록 돼 있다. 나는 단지 도장을 찍어주는 역할만 했을 뿐이다. 하지만 책임을 져야 한다면 감수하겠다. 사회복지법상 재산의 취득 시 지체 없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에게 보고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사회가) 보고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라고 말했다. 문제가 된 이사 홍○○ 씨(전 보건복지부 국장)는 이 문제가 불거진 이후인 6월30일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 전 회장과 직원들의 진정서는 2003년 10월 준공된 경기북부아동일시보호소와 의정부 영아원 설립 과정에서 복지회 간부들이 정부보조금을 빼내 비자금으로 조성한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요구한다. 이 전 회장은 이와 관련해 “당시 건설을 맡은 ○○건설과 복지회 간부 간에 모종의 거래를 통해 비자금이 조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1년치 판공비 한 번에 수령 비자금 조성 의혹까지

    서울 역삼동에 자리한 대한사회복지회 부설 한서병원 전경.

    의혹 불거지자 이사장 사표 “죄송한 마음”

    한편 이 같은 내부 고발과 관련해 복지회 측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른 어느 곳보다 깨끗해야 할 사회복지법인이 구설에 휘말렸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기자가 진정서를 입수해 취재에 나선 전후인 11월13일 문제가 된 임 이사장은 이사장직을 사임했다. “활동비(정보비) 등을 부당하게 사용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게 이유였다. 복지회의 한 간부는 11월18일 기자의 취재에 응해 임 이사장과 복지회 측 견해를 전했다. 다음은 복지회 관계자와의 일문일답.

    -전임 회장이 내부 고발을 담은 진정서를 수사기관에 냈는데….

    “이승환 전임 회장은 여직원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문제 돼 해임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이런 식으로 내부 고발을 했다는 것이 놀랍고 충격적이다.”

    -이사장의 활동비(정보비) 임의 사용은 관행인가.

    “아니다.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다.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6월경 임 이사장이 담당직원에게 ‘1년치 정보비를 한 번에 달라’고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사장이 계속 요구해 결국 6개월분(2008년 6~12월)을 먼저 쓰도록 해주고 나머지는 돈을 빌려주는 형태로 처리했다고 한다. 임 이사장은 이 부분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이사장직을 사퇴했다.”

    1년치 판공비 한 번에 수령 비자금 조성 의혹까지

    대한사회복지회가 주최한 장애체험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

    -노인복지시설 부지 관련 의혹은?

    “2006년 12월 계약했는데 당시는 이미 문화재관리구역으로 지정된 뒤였다. 하지만 복지회는 그러한 사실을 몰랐다. 지구지정 사실이 관보에만 나왔을 뿐 문화재청 홈페이지 등에 공개된 것은 다음 해 3월경이다. 일반인들이 알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지난 7월 법원에서 땅 소유주인 홍○○ 씨가 복지회 측에 토지대금 7억원을 돌려줘야 한다는 판결을 냈다. 지금은 땅 소유주인 홍○○에게서 돈을 돌려받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곧 해결될 것이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이런 문제가 불거진 것 자체가 복지회의 잘못이다.”

    복지회는 11월27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임 이사장의 뒤를 이을 신임 이사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현재 이사로 활동 중인 조근옥 경남대 이사장이 유력한 상황. ‘이사장 유고 시에는 이사 중 연장자 순으로 그 직을 대행한다’고 한 복지회 정관 제14조에 따른 것이다. 최근 그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어쨌든 50년 넘는 전통을 가진 복지회가 이런 구설에 휘말린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복지회는 거듭날 것이다. 내가 이사장이 된다면 그간의 문제를 말끔히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일을 먼저 하겠다.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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